지금 내게 너무나도 친숙한 불광

애독자를 찾아서 - 경북 안동 북주여중 김은희 선생님

2007-09-25     관리자

“김 선생님은 신심명이라든가 증도가 공부할 때도 한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고 공부하고 돌아와서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본문 내용을 계속 써나가요. 본문 해석하는데 저희들은 더듬더듬 하는데 김 선생님은 도맡아서 할 정도예요.
또 선생님은 보시를 많이 해요. 우리 도반들한테도 좋은 법문 테잎이 있으면 복사해서 다 주고, 신심명 공불할 때도 미리 예습해가지고 와서 글씨가 작으면 보기 어려우니까 크게 확대해가지고 다 나누어 주고…. 또 불교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책이라든가 테잎을 많이 전해줘요.”
김순자(복주여중 국어교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은희 선생님 자랑이 한참을 더 이어진다. 대학 선후배 사이로 지금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바로 옆자리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은 벌써 10여 년 동안 함께 불교공부를 해온 사이다.
현재 경상북도 안동의 복주여자중학교에서 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김은희(45세) 선생님. 마산을 거쳐 불쑥 찾아간 기자들의 방문에 ‘특별하지도 않은 사람을 찾아왔느냐’며 수줍게 웃으신다.
김은희 선생님이 불광을 구독을 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불광을 언제부터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
“전부터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불교책이나 잡지를 보고 싶었는데 어떤 책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어느 절에 갔다가 거기서 보았는지…. 아, 이런 게 있구나 해서 돌아오자마자 즉시 구독 신청을 했지요.”
그는 현재 불광 구독 외에도 매달 40부 가량의 불광지를 미지정으로 필요한 곳에 보내는 법보시에 동참하고 있다. 이 역시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냥 좋아서 한 일이기에 날짜나 금액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광덕 스님의 법문도 다른 조사 어록의 말씀과는 다르게 다가오고, 스님의 말씀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스님이 되셨던데 예전에 김경만 선생님의 글이 연재될 때, 저는 스님들만 불교활동을 하고 불교적인 수준이 높은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분의 글을 읽어보니까 우리 같은 재가자들도 불교에 심취할 수 있고 불교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이후로도 많은 재가불자들의 글을 보면서 참 친근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불교를 알리는 데 사실 이런 잡지가 있다는 게 고마웠어요. 그래서 보시하는 코너도 있길래 별로 힘 안들이고 돈만 조금 보냈던 거예요. 그러면 불광에서 알아서 필요한 곳에 보내주니까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무주상보시라고 얼굴 나타내지 않아야 하는데 제가 좀 철저하지 못해서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이런 일은 이야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말하는 그다.
법보시에도 익명으로 참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돈을 부치려고 했던 우체국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곤란해 하길래 ‘명지행’이라는 법명을 썼을 뿐이다.
학교 선생님인 그는 요즘도 한 달에 두 번, 자주 갈 때는 서너 번까지 고운사나 부석사 등지의 절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함께 불교공부를 하고 있는 14명의 ‘신심명’ 회원들과 함께 근일 큰스님으로부터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점검받는다.
안동 지역의 선생님들과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는 ‘신심명’ 회원들은 그동안 초발심자경문, 증도가, 신심명을 배우고 지금은 돈오입도요문론을 배울 정도로 불교공부에 열심이다.
“불광을 보면서 한번도 친견한 적 없는 광덕 스님의 말씀에 굉장히 공감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난번 스님께서 열반하셨을 때는 어느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나와 많이 울었어요.
옛날에는 불교를 잘 모를 때여서 그랬는지 불광을 보면 굉장히 불교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는 내용이 다양해져서 조금 덜 불교적인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불광을 통해서 불교와 연관되는 환경문제, 정신의학 같은 다른 문제들을 읽게 되어 도움이 돼요.”
우편함에서 불광을 빼는 순간 한 달이 다 갔음을 느끼신다는 김은희 선생님.
불광지는 배달되는 즉시 좋아하는 난부터 읽기 시작해서 하루만에 다 읽는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한다.
그는 또 집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예전의 불광지를 다시 보다보면 최근의 일인 것 같은데 어느새 오래 전 일이더라며 그 동안 불광과 함께 해온 시간들을 조심스레 들춰보이신다.
“지금 불광은 제게 너무 익숙한 책이지만 그래도 불교 잡지가 많지 않으니까 조금 어렵더라도 좀더 불교적인 것들을 많이 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큰스님들의 근황이라든가 우리가 쉽게 찾지 못하는 조그만 산사 소개,불교에 관한 일을 많이 하고 계시는 스님, 사회인들의 모습 등 연락은 못 하더라도 불광을 통해 서로 간접적으로 공감을 가지고 뜻을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찍기를 망설이는 그에게 “기사를 읽을 때 사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다르다.”며 김순자 선생님이 또 사진 찍는 일을 거들어 주신다.
한가족처럼 불광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이 가득한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내내 행복이란 말을 떠올려 본다.
오늘 불광 300호, 참으로 행복한 불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