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생활 속의 오염

불교와 환경15

2007-09-24     관리자

몇 년 전에 환경부 지원사업의 하나로 경남지방의 쓰레기 배출원에 관한 종합적인 조사를 수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명 인구센서스와 같이 쓰레기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를 처음으로 조사하여 우리 나라 폐기물관리를 위한 기본대책을 마련하고자 시도된 것입니다.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을 포함하여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을 모두 포함한 광범위한 규모의 조사였습니다.
1년 동안에 걸쳐서 각 가정집과 공장들, 그리고, 농촌과 도시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이상하게 느꼈던 사실이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도시지역보다 농촌지역이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적게, 아니 거의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쓰레기 발생량은 생활수준과 관련하여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발생량이 증가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농촌지역의 경우 의외로 쓰레기의 발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농촌지역에서는 대부분이 집 주위의 한적한 곳에 야외소각장을 설치하여 태우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오늘날 소각되는 쓰레기들이 나뭇가지나, 볏집단 등 자연발생물이라기보다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등 인공합성물질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물질로 요즈음에 특히 관심이 높은 것이 다이옥신(dioxin)입니다.다이옥신은 염소계 화합물의 하나로서 원래는 폴리클로리네이티드 디벤조 피 디옥신(polychlorinated dibenzo-p-dioxin)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화합물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화학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구분되며, 주로 화학물의 제조시, 그리고, 쓰레기 소각시의 부산물로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여 주위의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부 보고에 의하면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농촌지역의 토양에서도 다이옥신이 극미량이지만 검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계속 증대될 것이라는 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일본이나 구미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소각장과 폐기물 매립장의 대기와 토양을 대상으로 배출되는 다이옥신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요한 관심사로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이옥신에 오염된 사료를 먹고 자란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파동도 그러한 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서울과 부산지역의 소각장 배기가스 중의 다이옥신의 검출은 이미 다이옥신뿐만 아니라 기타의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하게 해 주었습니다.
다이옥신과 기타의 유해물질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시키는 발암물질이라는 사실도 있지만, 그 위험가능성을 즉각적으로 짐작하기가 힘들다는 데에 있습니다. 몇 조 또는 몇 십조 분의 일이라는 아주 극미량으로 존재해도 그 자체는 위험성은 없으나, 그것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조금씩 체내에 축적되어 어느 순간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배출과정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발견해 내기도 힘들고, 다이옥신 등 극미량의 오염물질의 처리와 다이옥신을 검출하기 위한 분석기술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더욱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다이옥신의 측정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문제를 가지고 다투고 있을 정도로 정밀한 분석기술이 초보적 수준이고, 분석가들도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는 생활쓰레기의 대부분을 소각처리 후 매립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구(區)나 지방의 시(市)나 군(郡)지역에 하나 이상씩의 소각장을 건설하여 쓰레기를 태워 부피를 줄이고, 남는 재는 매립장으로 보내 최종처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매립장 확보의 어려움 등 그 타당성은 일부 이해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것들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은 일들이 아닌지 의문시됩니다.
우선은 종량제 등을 통하여 각 가정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관심과 노력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그리고 재활용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한 이후 그러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을 제대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염물질들은 우리들 자신의 관심과 노력에 의하여 발생되는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은 생활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 낸 물질로 이루어진 것들을 많이 사용하고, 가능한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질들을 적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근원적으로 물건들을 아껴 쓰고, 재활용을 하여서 발생되는 쓰레기의 양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불자라면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인 무소유(無所有)를 생활화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들을 가능한 오래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구경에도 “의복과 음식, 즉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만족할 줄 알아서 최소한의 것을 취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부처님 당시의 출가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규범으로서 사의지(四依止)가 있었습니다. 첫째가 탁발(托鉢)로서 걸식으로 음식을 얻어 먹는 것이고, 둘째는 분소의(糞掃衣)로서 남이 버린 헌옷 조각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고, 셋째는 수하좌(樹下坐)로서 나무 아래서 명상하며, 화려한 곳에서 살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부란약(腐爛藥)으로서 소의 오줌을 발효시켜 만든 허술한 약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검소한 승가의 전통은 시대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를 겪었지만 오늘날에도 산중의 사찰에서 많은 스님들에 의해 청정한 두타행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오늘날 현대문명에 대한 근원적인 자성과 함께 자연에 대한 귀의심을 갖는 데에 불교가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다시 돌이켜보지만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은 방향을 잃고 한치 앞조차 보지 못하고 헤매이는 날파리와 같은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이 오염의 원인자이고, 가해자이면서 또한 오염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이따금 잊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다이옥신으로 인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보며, 다시금 생활 속의 오염도 우리가 저지른 과거의 업보를 우리가 당대에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혹시나 우리의 후대들에 이르기까지도 피해를 받는다면 그 때에 부모인 우리는 과연 자식들에게 무어라 말할 수 있을는지 암담한 일입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에 의하여 조금씩이라도 우리의 환경을 온전하게 보존시켜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도 맑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맑고 푸른 세상 그리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