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화두 속에서 만난 부처님

나의 믿음 나의 다짐

2007-09-24     관리자

나는 “부처님, 감사합니다”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부처님의 가피는 향내가 온 집안에 배어들듯이 항상 함께하는 것이기에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나는 부처님의 가피와 그 크고 넓은 진리를 확실히 알고 있기에 만나는 사람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일러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약국에는 불자들과 타종교 선교사들의 전도 방문이 줄을 이어 어느샌가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날이면 날마다 많은 이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특히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바람이 나서 목소리가 커진다. 오늘만 해도 한 보살님이 “보살님 참 대단하요. 접때 전도사님이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니 내 속이 다 후련했소”라는 말에 “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안 했소? 내가 왕년에 10년 동안 집사도 했고, 신학교까지 나왔는디 아 새파란 전도사한테 지겄소?”해서 좌중이 한바탕 박장대소를 했다.
불법을 만나기 전에 나는 새벽예배를 빠지지 않고 다닐 정도로 열정적인 기독교 신자였었다. 우리 나이 또래, 특히 신학문을 했다는 이들은 학교교육을 통해 은연중 서양것은 좋은 것이라고 주입받았기에 서양을 동경하였었고, 그에 비례해서 서양에서 온 종교를 선호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친정어머님은 독실한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다녔었다. 게다가 결혼해서 보니 시어머님을 위시해서 시댁 식구들이 다 교회를 다니는데다 광주에서 살다 타향인 서울로 와서 살다 보니 외롭고 허전해서 더욱 열심히 교회에 다녔던 것이다.
그렇게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던 내가 불교를 믿게 된 것은 형부의 죽음, 당시 해병 대령이었던 형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하면서 갖게 되었던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에서 비롯되었다.
정말 그 이전까지는 눈앞에 당장 사는 것만 생각했지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교회에 다니면서도 막연하게 하나님 믿으면 죽어서 천당 가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심각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만약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 간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 사셨던 우리의 조상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말할 수 없이 진실하고 성실하고 이웃들로부터 존경받던 형부는 어디로 돌아갔는가? 교회를 안 다녔으니 지옥의 유황불에 떨어진단 말인가? 그건 말도 안 된다. 그토록 착하고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사람이 단지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에 간다면 그것은 독설에 불과한 것이다.
형부의 죽음 앞에서 기독교도였던 나의 이 말할 수 없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새벽기도에 가서 울면서 통성기도도 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도를 해도 해답이 안 나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간은 흘러 형부의 49재날 언니의 청으로 나는 해병대 법당인 통해사에서 지내는 형부의 49재에 참석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묘장구대다라니였는데 처음에 들을 때는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참으로 신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스님의 염불소리에 맞춰 49재 동참자 전원이 아미타불 염송을 하는데 마음이 푸근히 가라앉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 평온한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 교회에 다닐 때는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또한 스님께서 설법을 하시는데 형부의 죽음 이후로 갖고 있었던 의문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언젠가는 다 소멸한다. 세상에 태어난 것도 인연의 소치이고 세상을 떠나는 것도 인연의 소치이다. 영가께서는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삶을 보여 주셨다. 사바세계와의 인연이 짧아 일찍 가셨으나 영가께서 일생 동안 자비심으로 보살행을 하고 지극한 수행생활로 뭇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으니 그 선업,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극락세계 연화대에 태어나실 것이다.
유족들께서도 이별의 슬픔보다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면서 영가의 뜻을 세상에 펼 수 있도록 열심히 보살행을 닦기 바란다”는 스님의 설법을 듣는데 전율이 흘렀다. 특히 누구든지 자기가 지은 업대로 다음 세상에 태어나는데 형부는 평소 좋은 일과 수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극락왕생할 것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단지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고 해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교리에 비하면 얼마나 합리적이고 자비로우며 윤리적인 말씀인가 싶어서 수긍이 갔던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불교의 인과법을 믿는다면 세상사의 혼란스러운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게 자기가 심은 것, 자기 자신에서 연유한 것인데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랴.
어쨌든 나는 그날 불자로 다시 태어났다. 그 뒤로 불교를 배우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인과경을 읽으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반야심경 천수경을 외우는 사이에 삶과 죽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날 날아갈 듯 환희로웠다.
그 뒤로 이웃집 보살님의 인도로 본격적으로 절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 옛날 교회 다니던 열성 못지 않게 열심히 절에 다녔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전법도 많이 했다.
불교신자가 되고나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왔다. 일단 말할 수 없이 조급했던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한해졌다. 특히 재물에 대한 집착도 없어졌다. 버리면 얻는다더니 재물에 대한 욕심이 끝이 없을 때는 재산상의 손해를 많이 보았는데 욕심을 버리니 오히려 가산이 날로날로 불어나 예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도 매우 건강해졌다.
예전에는 파출부가 하루도 오지 않으면 병이 날 지경이었는데 요즘에는 가사일까지 대부분 내가 하고 있다. 또한 약국을 하다보면 별 사람이 다 온다. 남편이 약국 주변에는 얼씬도 안 하다 보니 과부인 줄 알고 일부러 찾아와 애를 먹이려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올 때마다 그저 관세음보살을 염송하고 있노라면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슬그머니 사라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처럼 천수경의 악심자조복이라는 말씀이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는 경험을 너무도 많이 하였기에 부처님께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또한 남편과의 사이도 매우 좋아졌고, 시댁식구들과의 갈등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종가집의 팔남매 중 장남과 결혼하고 보니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내 성질도 보통은 넘는데다 남편 또한 다혈질이어서 늘 티격태격하곤 했다. 결혼한 이후로 남편과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하루한날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런데 불교를 알고부터 내 주변 이웃들 하나하나가 모두다 소중한 인연이고, 특히 남편과 시댁식구가 얼마나 큰 인연으로 만난 것인지를 생각하니 저절로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옥야경을 읽은 감동으로 절 삼배를 올리며 진심으로 남편을 존중하니 우리 가정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 왔고 딸과 아들도 올곧게 잘 성장해 주었다.
그렇듯 얽힌 실타래를 풀 듯 인연의 실타리를 풀어가면서 주어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니 대부분의 친지들이 개종하였다. 처음에는 개종하면 혹시 벌을 받지 않을까 망설이는 친지들도 있었으나 내 삶의 변화를 보고 기꺼이 개종하였고, 신기한 것은 불법(佛法)의 품안에 든 후 표가 날 정도로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으니 친지들이 불법으로 인도해준 내게 무척 고마워한다.
불자가 되고 나서 행복하게 변한 내 인생,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내 마음의 변화일 것이다. 나는 사실 어릴 때부터 짐짓 잘난체하는 마음, 한마디로 교만심이 그득했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나는 겸손해졌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모든 이를 평등하게 대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 주변에 사람이 많아 항상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큰 가피가 없다.
나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모든 이들에게 평등심을 갖게 해 주신 부처님께 오늘도 감사드린다. 부처님을 만나지 못했던들 오늘날까지 남을 무시하는 업장을 짓고 살았을 것이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 감사한 마음이 지극하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전도사하면 성공하겠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전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에 불자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타종교 신자에 비해 불자들이 교리공부, 기도, 전법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질 때 이 세상은 항상 맑고 깨끗한 불국정토가 될 것이라는 것을. 내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전법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은은한 부처님의 향기를 보낼 때 한 사람 두 사람 그 향기에 훈습되어 불국정토는 열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나는 오늘도 약과 함께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