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鳳巖寺) 수행환경의 보존

불교와 환경14

2007-09-24     관리자

지난 1995년 6월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 자체적인 세수원(稅收原)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개발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역 내의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스키장, 골프장, 종합관광단지 등 위락시설을 건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경우 사찰 지역이나 인근지역이 포함되어 관련 사찰의 환경이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해인사 지역의 가야산 해인골프장건설사업과 금산사의 모악랜드 건설사업 등을 포함하여 20여건이 발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찰 지역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문화유적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관광지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개발대상지역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로 최근에는 매우 걱정스러운 개발사업이 경북 문경의 봉암사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어 불교계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경시가 외국기업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는 문경완장 스키리조트 종합개발사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왜 하필이면 현대 한국불교의 수행처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봉암사의 사찰환경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진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봉암사는 오늘날 조계종의 종립선원으로서 청정한 사찰환경과 엄격한 수행가풍이 잘 조화되어 성철스님을 비롯한 수많은 선수행(禪修行)을 하는 스님들이 거쳐간 이 시대 최고의 수행도량입니다. 지금도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많은 스님들이 깨달음을 구하고자 불철주야로 수행하고 있기에 선(禪)에 뜻을 둔 스님이라면 꼭 가서 수행하고 싶은 수행도량입니다. 언젠가 ‘맑고 향기롭게’에 관여하는 분께 봉암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찰생태기행에서 여러 사찰을 탐방하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찰에 가서는 웃고 떠들고 하면서 사진도 찍고 소란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땐가 봉암사에 갔었는데 정숙히 하라는 이야기를 안 했어도 다들 엄숙하게 사찰을 순례하기에 나중에 물었더니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하더랍니다.
이처럼 사찰 스스로도 수행공간으로서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 왔고, 그 점을 인정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다시 지자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개발사업은 사찰 주위의 자연환경의 훼손도 중요하지만 한국불교의 정신적인 지줏대가 파괴된다는 점에서 수행환경의 파괴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관계자들이 봉암사가 차지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상징적인 의미를 모르고 그러는 것이라면 이 시기에 정중히 사과하고 사업을 철회하여야 합니다. 그러나그것을 알고도 추진한다면 이는 단순히 여느 사찰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락시설의 개발과는 달리 한국불교에 대한 도전이고, 우리의 민족유산에 대한 파괴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몇 년 전에도 봉암사 인근지역에 온천개발사업을 추진하고자 하여서 많은 물의를 야기시켰습니다만, 지금 다시 대규모 개발사업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다시금 경악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사찰을 포함한 그 주변의 환경은 이 시대뿐만 아니라 과거,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삼세(三世)의 도량이며, 우리 민족의 유산(遺産)입니다. 더욱이 자연환경과 문화환경, 그리고 수행환경이 온전하게 갖추어진 봉암사는 삼세의 도량이며 유산입니다. 온전히 보존시켜 나아가지는 못할 망정 파괴하고, 훼손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그 동안 사찰 지역의 자연환경이 양호하고, 수백 년의 문화유적들을 온전하게 보존하여 온 것을 더욱 더 격려하고 유지해 주지는 못할 망정 하나하나 괜찮다고 들쑤시어서 야금야금 파먹어 가듯 훼손시킨다는 것이 과연 지자체의 할 일인가에 대해서 반문하고 싶습니다.
아직 개발계획이 추진과정에 있다 하니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하여 봉암사의 사찰환경이 유지되고, 청정한 수행가풍이 온존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암사의 사부대중과 지역주민들, 그리고, 종단과 관련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아울러 전 불교계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봉암사는 삼세의 도량이자, 우리 민족이 영원히 보존시켜야 할 유산 중의 하나입니다. 단순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을 간직한 유산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간직한 종합유산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봉암사 보존을 위한 모든 사람들의 동참과 노력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