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ㅡ새 물결, 새 불교

2004-03-26     관리자

[한국 불교ㅡ 새 물결 새 불교]

새 물결 새 불교 운동은 불광의 광덕 큰스님께서 제창하신 새로운 현대 불교 운동입니다.
올해는 큰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5 년이 되는 해로, 한국 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큰스님을 기리며 오늘 날 우리 불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해 봅니다.


1.깨달음을 얻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실천하는 불교로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오신 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구원에 들어 있음을 알려 주려 오셨다"---성철 큰스님의 말씀입니다. 이 놀라운 소식에 김 수환 추기경님이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원죄를 벗어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것은 오로지 주님의 은총에 의한 구원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주님의 은총을 기다리며 한없는 구원을 갈망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 가르침인데 이미 우리가 구원에 들어 있다니! 평생을 주님 시봉에 몸 바치신 추기경님이지만 큰스님의 그 말씀은 자못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은 중생을 깨닫게 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이미 중생이 깨달음에 들어 있음을 알려 주려 오신 분이라는 것이 불광의 광덕 큰스님과 모든 대승 경전의 소식입니다. 본래성불(本來成佛)!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는 모두 본래 부처다! 이런 본래 성불 사상이 대승 불교를 일으킨 핵심 가르침입니다.

금덩이가 자신이 금인 줄 모른다 해서 금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백조가 오리 새끼 사이에 끼여 있다고 오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금덩이가 금인줄 알든 모르든 금덩이는 눈부신 금이 틀림없으며, 백조가 자신이 백조인지 아닌지 알든 모르든 백조는 어디까지나 백조입니다. 그러니 미운 오리 새끼가 자라면 백조가 되어 날아가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범부 중생이 마침내 성불하는 것도, 중생이 본래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깨달아 부처를 이루려 하기보다 본래 부처인 우리 면목을 이 세상에 꽃 피우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생명으로 가득 찬 장엄한 법계, 바로 화엄(華嚴)입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한국 불교는 이제 깨달음을 이루는 불교에서 이미 우리에게 넘치는 깨달음을 나눠 쓰고 실천하는 불교로 바뀌어 가야 합니다. 우리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깨쳐서 부처 이루는데 낭비하지 말고 부처님처럼 살아가는데 써야 합니다. 도인(道人) 될 생각하지 말고, 그래서 어리석은 중생들 앞에서 나의 높은 도를 과시하며 대접(?) 받으려 하지 말고, 우리도 부처님처럼 일체 중생을 섬기고 공양하는 데로 나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불교는 깨침의 불교에서 공양(供養)의 불교, 회향(廻向)의 불교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2.혼자 이루는 성불에서 함께 이루는 성불로


광덕 큰스님께서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깨달음은 우리 주위에 이미 넘치고 있다. 이 넘치는 깨달음을 못 깨달았다고 방치하지 말고 그냥 꺼내 써라! 석가모니부처님이 오신 이후 깨달음은 이미 이루어졌고, 따라서 이제는 깨달으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우리 모두가 부처님처럼 살아갈 때다. 부처님 같은 행이 나와야 한다." 라고 평생을 설법하시다 가셨습니다. 내 생명이 부처님과 똑같은 생명이며, 내 생명에 넘쳐 흐르고 있는 그 찬란한 부처님 생명을 꺼내 쓰고 나눠 드려 우리 모두 영원한 행복, 영원한 부처님 나라로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 모두 본래불임을 설하는 동시에, 혼자 하는 성불에서 이웃이 함께 이루는 성불로 나아갈 것을 가르치는 말씀도 됩니다.


우리는 함께 성불해야 합니다. 혼자만 잘 하는 수행, 혼자만 이루는 성불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가 그렇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가 혼자만 잘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모든 정보나 지식, 부와 명예가 독점되는 경향이 짙었지만, 오늘 날 눈부신 문명과 사상의 발달은 그런 독점적 지위를 거부합니다. 온 세상이 등가의 가치를 지니고, 전문가만 행세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 않은 혜택을 누리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의 대다수 수행이 혼자 깨달음을 이루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수행은 혼자서만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깨달음을 이루는 수행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봅니다. 남편이 자아(自我)를 찾기 위해 집을 나갔다면, 남아 있는 아내, 자녀들도 함께 집 나간 가장의 공덕으로 같이 보람을 찾게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위로는 부처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과 함께 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많은 수행들이 현실적으로는 나의 공부를 이룬 다음에야 남을 구하러 나가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 공부하는 것이 바로 그 즉시 남의 공부도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만 성불하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 남아 힘겹게 나를 뒷바라지 하는 일체 중생이, 수행하지 않아도 출가하지 않아도 수행하는 나로 인해 함께 성불하는 그런 수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