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地球)는 하나- 아름다운 지구(2) -

이남덕 칼럼

2007-09-23     관리자

“‘지구는 하나’ 선언위원회는 ‘지구인(地球人)’이라는 인류 보편의 입장에 서서 국적(國籍), 인종, 언어, 종교 등의 다름을 넘어서 ‘하나의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교육을 중심과제로 잡고 ‘미래창조학으로서의 평생〔生涯〕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밑에서 대결해야 할 영역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아래에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들은 지금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환기(터닝 포인트)를 살아가고 있다. 오랜 지구 생명의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천체에 발자취를 남겼다는 위업(偉業)을 이룩한 금세기는 동시에 핵(核)의 위협과 생태계 파괴에 의하여 지구 규모의 파멸의 가능성이 현실적 문제가 된 세기(世紀)이기도 하다.
세계는 지금 같은 불행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성의 황폐, 생존의 위기, 지구의 존속조차도 위태롭게 생각되어지는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살아 남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불행은 모두 인위적(人爲的) 요인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만든 불행은 인간의 손에 의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의 실태(實態)는 교육의 바로미터〔尺度〕이다. 교육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정치경제를 위시한 사회나 시대를 만든다. 그런 때문에 인간교육에 과해진 책무는 크고, 금세기 최대의 과제다.
그런 고로 정치경제나 마찬가지로 교육도 또한 세계적 연휴(連携) 속에서 맞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기성의 학교 중심 교육의 좁은 틀 속에서는 인간의 문제는 도저히 대처해 나갈 수 없음을 깨달아 규모나 차원(次元)을 완전히 달리하는 교육관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교육이란 지식 기술의 전수나 개인의 인간형성을 주축(主軸)으로 하는 영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문화나 문명의 창조에 기여하고, 시대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본래로 갖추어져 있으면서도 잃어버려진 인간성(人間性)의 부활과, 인류 지구의 존속(存續)을 새로운 교육의 목표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적 교육 개혁의 필연성이 여기에 있다. 오늘날 세계문명을 리드하고 있는 것은 과학문명이다. 과학문명은 앞 뒤 양날〔兩刀〕을 가진 칼과 같아서 공죄(功罪), 상반(相半)한다. 한쪽으로는 물질적 번영을 가져와서 효율(效率), 편리, 쾌적을 가져오지만, 또 한쪽으로는 모랄〔倫理〕과 가치관의 저하가 인간의 기계화, 물화(物化), 인간성의 황폐, 나아가서는 지구생태계의 파괴와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
물질세계의 개발과 정신세계의 개발 사이의 불균형이 이러한 가지가지의 인간 사회의 이지러짐을 가져온다. 여기에 과학을 유도하는 정신원리의 창출이 대망되고, 물질의 세계와 마음 세계의 통합(統合)에 의한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동(東)과 서와 북과 남(南)이 서로 만나서 글로벌〔地球的〕 사회의 다향한 문화나 가치관을 결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물 만상(萬象)은, 인간을 포함하여 공생(共生) 관계에 의하여 살려지고 있다는 자연의 철리(哲理)는 자연을 인간과 대치(對峙)시켜서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일체(一體)로 보아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거기에야 말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共生)의 원리’가 발견되는 것이다. 거기에 생존의 원리가 성립되고, 나아가서는 인류 공존의 원리가 수립되는 것이다.
이 상호의존에 의해서 성립된 세계는 본래 봉사(奉仕)에 의해서 성립되는 세계를 인식시키고, 인간 생명이 과거·현재·미래를 계속 살아나가는 역사적 실존(歷史的 實存)인 점에서 그 존엄성(尊嚴性)의 확인이 된다.
그뿐 아니라 원시생명 발생 이래 오랜 진화의 과정을 경험하며 살아온 생명은 그 경험의 흔적을 전부 의식 밑에 축적시켜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인간은 무한한 선(善)의 가능성과 함께 증오, 질투, 욕망, 잔학성(殘虐性), 공격성과 같은 악(惡)의 가능성도 무한히 내재시키고 있다. 이 분야야말로 현대교육이 빠뜨리고 보지 않은 중대한 분야이다.
전쟁의 원점도 평화의 원점도 실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선과 악의 이면성(二面性)을 가진 것이 인간존재이고 보면 선한 무한 가능성의 개발과 악한 무한 가능성의 극복이 서로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산 인간교육이 될 수 있다. 교육개혁이란 바로 다름아닌 자기자신의 개혁이다.
인류의 미래도 지구의 존속도 전부 인간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인간(자기)에 대한 예리한 탐구와 자기가 살아나가는 위험에 가득찬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에 섰을 때야말로 우주시대라고 일컬어지는 20세기의 세계적 교육개혁이 뜻하는 역사적 역할을 다하고 미래세기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유구한 과거에서부터 모든 생명을 자라도록 깃들이고 키워준 지구. 앞사람들이 만들고 지키고 전해내려오는 인류의 긴 역사의 고리〔環〕를 사는 현대인인 우리들에게는 태고(太古)에서부터 계승해 내려오는 이 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
미래에 지구의 존속을 가능하게,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그러기 위하여 지금 우리들은
인간 존엄의 부활(復活)을
공존의 질서의 확립을
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목표로 세우고 여기에 사람들의 선의(善意)와 영지(英智)의 결집 아래서 그것을 스스로 실천에 옮김으로써 새로운 지구문명 창조에 기여할 것을 선언한다.”
-「지구는 하나」선언문(1998년 8월 11일) 일본 동경 ‘생애교육국제포럼 ’98’에서)

이 선언문을 작성하고 선언함에 즈음하여 각 선언 위원들로부터 짤막한 메시지의 진술이 있었다. 노무라(野村) 선언위원장을 비롯하여 위원 한 사람씩 차례로 발언을 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내 마음 밑바닥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자리매김을 똑바로 하고 나서 앞날에 대한 세계 모든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기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 새 세기를 열어가는 지구가족으로 선언문 위원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8월 15일이 됩니다. 일본에서는 ‘종전(終戰) 기념일’이라 하지만 우리 한국에서는 일본 식민지에서 풀려난 것을 기념하여 ‘해방(解放) 기념일’이라 부릅니다. 해방의 기쁨을 누린 것은 잠시였을 뿐, 미·소(美蘇)에 의해서 국토분단이 되었고, 1950년에는 ‘조선(朝鮮) 전쟁’의 비극까지 치루었고 아직 남북분단의 아픈 상태는 반세기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분단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사(世界史)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일본은 직접적인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만일 1945년 8월 15일에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신세에서가 아니고 아무리 작은 나라도 주권 국가로서의 위치에서 해방을 맞이했더라면 한반도 한민족이 강대국들의 전리품(戰利品) 취급으로 남북이 분단되지는 아니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역사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앞으로의 새 세기를 맞이하는 데 비생산적(非生産的)인 부정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미래지향적(未來指向的)인 긍정적인 사고로 오랜 역사를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일본은 섬나라라 한 번도 외부의 침략이 없었던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 민족은 정확한 숫자인지는 몰라도 900번이나 외침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고유문화, 언어문자를 유구한 역사 속에 지켜온 나라입니다.
나는 조석 예불(禮佛) 때에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립니다.(늘 하는 억양으로 한국말 기도를 했다.) “앙고 세계인류(仰告 世界人類) 평화증진(平和增進) 대한민국(大韓民國) 남북통일(南北統一) 평화통일(平和統一) 기원 기원(祈願 祈願).
오늘 세계의 여러분, 일본의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나의 짤막한 발언 후에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고 노무라 위원장은 마지막 인사에서 “우리 모두 이남덕 선생과 함께 세계평화를 기도하자”는 말을 해 주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 이사장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사흘 동안 동경도 내의 유치원에서 보낸 유아부(幼兒部) 어린이들과, 산에서 지낸 아동 청소년부의 소년들이 합창하면서 회장에 등장하여 무대에 올랐다.
의장(議長)인 오까모도(岡本) 씨와 노무라 이사장을 둘러싸고 씩씩하게 노래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밝은 인류의 내일을 상징하는 듯 회장을 메운 모든 참가자들은 커다란 감동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