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보은의 삶을 위하여

나의 믿음 나의 다짐

2007-09-23     관리자

제가 거룩하온 부처님과 인연되어 감사로써 충만한 삶을 살게 된 지가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신행의 반려가 되어 온 월간 불광과의 인연도 똑같은 세월이 지난 듯싶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불자인연을 맺고 살아왔지만 언제나 부족하고 부끄러울 뿐 이렇다 할 특별한 신행체험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감사와 평온과 믿음이 충만한 제 삶의 일단을 피력함으로써 불광 독자들과 함께 불법(佛法) 속에 살아가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어떠한 고난을 당하게 되었을 때 절실히 불교를 만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저도 순탄치만은 않은 나름대로의 고통 속에서 부처님을 어렵사리 만나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러니까 20년 전 군에서 제대 후 벅찬 꿈을 안고 대학에 복학하였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증, 그리고 불면증과 함께 심장을 압박하는 듯한 통증에 의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가 없게 되어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이 고향인 저로서는 그야말로 그 모두를 포기했다는 심정과 더불어 소팔고 땅팔아 대학 공부시킨다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괴로움이 대단하였습니다.
처음에는 1년을 휴학하였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복학을 미루다 보니 학적은 제적이 되었고 저의 기나긴 방황의 여로는 시작되었습니다. 2~3년간의 병원순례에서도 희망을 얻지 못한 저는 요양차 경기도 광주에 있는 어느 사찰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깊은 산사의 적막 속에서 어떤 절대의 고독과 마주서 있는 고통이 있었지만 자연이 좋았고 스님께 많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몇 가지의 불서를 챙겨주시며 읽을 것을 권하였지만 독서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였고 또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는 천수다라니를 지송하는 게 좋다 하시기에 천수경을 외는데 참으로 쉽게 외워졌고 금세 도량석과 아침예불을 직접하기도 하였습니다.
“네가 중이 될 팔자라는구나, 그렇게만 된다면 네 병이 모두 낳을 거라는구나.”
병약하신 어머님께서 옷가지를 챙겨 그 산골까지 오셔서 스님을 만나 뵙고 난 날 밤 하늘이 무너지는 한숨과 함께 토해내신 말씀입니다.
스님께서는 간접적으로 어머님께 아들인 저의 출가를 권했던 듯싶습니다. 아마도 저의 생년월일 사주를 짚어보신 듯 싶습니다.
그러던 중 충주 어느 절에 병을 잘 고치는 노비구니스님이 계신다는 외숙모님의 소개로 그리 가게 되었습니다. 그 스님도 비슷한 말씀을 직접 하셨고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제가 7~8세 되던 해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적(실제 그런 일이 있었음)이 있는데 그 혼백이 반은 용왕님께 가 있어서 그 혼백을 건져와야 하는 용왕제를 지내야 한다고도 하고, 또 칠성님께 빌어서 난 자손이니 칠성님을 위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칠성님이 무어냐고 물으니 북두칠성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주팔자라는 운명의 굴레에다 용왕님과 칠성님까지 더한 보이지 않는 힘이 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저는 심한 공포와 좌절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밤하늘의 아름다운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저기에 나의 운명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니 하면서 망연자실 바라보는 실로 웃지 못할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음산한 운명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때, 그러니까 제나이 29세 때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좌측 하지의 전치16주의 중상을 입게 된 후 병상생활 1년 여, 목발 짚고 6개월 여를 지냈는데 이 병상생활 중 저는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때 월간 불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절에도 있었고 스님 가까이도 있었지만 항상 팔자라든가 운명의 힘이라든가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불교라는 이미지 속에 뒤섞여 있던 제게 월간 불광은 아주 밝은 기운으로 다가왔습니다. 광덕 큰스님께서 쓰신 권두언에서 대뜸 밝은 불법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교성전」을 읽어 가면서 부처님께서는 사주나 관상을 보거나 운명을 점쳐주는 일을 금하였다는 경구를 읽게 되었을 때는 환희로웠습니다.
그 후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해졌을 때 의욕을 갖고 저는 서울에서 임시직의 취업을 하고 있을 즈음, 주말이면 조계사 주변을 서성이다 「동산반야회」라는 법회와 당시 포교원장이시던 무진장 큰스님의 법문을 만나 배우는 거룩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때의 나이 32세였습니다.
무진장 큰스님의 법문을 통해서 저는 많은 진리를 배우고 깨우쳤으며 그로 인해 힘과 용기를 갖고 살아갈 자양을 얻었습니다. 그 무렵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지금까지 직장생활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 즈음 월간 불광을 통해서 잠실 법당의 개원소식을 듣게 되었고 얼마 후 불광법회의 정기법회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광덕 큰스님께서 직접 설법을 하고 계셨습니다. 지금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내 생명은 진리 생명이요 법성 생명이라”는 요지의 법문이셨습니다.
그 법당의 규모와 꽉 들어찬 신도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밝은 기운이 가슴에 내리 꽂히는 감로법문에 매료되어 저는 아예 전셋방을 불광법회 근처로 옮겨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조석예불에 동참하는 신행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으로서의 직장생활 중 2~3회 정도 사직서를 써서 갖고 다닐 정도로 병약했던 저의 심신은 단숨에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첫아이를 낳아 놓고도 사표를 쓸까하여 집안을 어둡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는 제 생활의 유일한 희망이자 의지할 바였습니다. 어렵고 힘들 적마다 기도의 생활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매년 1회씩 100일기도를 성취하였고 그 나머지 기간도 수시로 21일 기도 등의 기간을 정해 조석정진을 지어가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도는 「바라밀」 실상생명의 위력을 현실 가운데 퍼내어 쓰는 거룩한 작법임을 알고 있습니다. 기도 없이는 불법으로 현생활을 뒤바꿀 수 있는 힘을 얻기 어렵다는 강렬한 믿음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법회활동에도 진실되게 동참함으로써 「동산반야회」에서 여러 가지 임원직을 맡아 충실하고자 하였으며 지금도 회보편집과 「동산불교청년회」의 지도를 맡아 나름대로 불자 사명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동산반야회보의 원고들을 직접 쓰고 정리해 왔는데 그 원고의 내용이 주로 부처님의 반야법문에 토대한 것이었습니다. 해서인지 죄다 업보다 윤회다 하는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 점 드리우지 않은 밝은 불교를 설하고 있다는 과분한 칭찬을 들어왔습니다. 요즘도 동산불교청년회 청년들과 반야심경을 함께 공부하면서 「바라밀」 생명진실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부처님 법을 만나 감읍하고 정진해온 공덕인지 늦었지만 39세에 그것도 늦은 연말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게 되었고 현재 7살, 6살된 남매를 두고 건강하게 부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원래로 불자였던 아내는 지금도 저의 도반으로서 항시 제곁에서 그림자처럼 염불정진에 함께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종교적인 영향을 주는 것보다 조석으로 기도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선근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좋은 인연을 지으며 이 사회의 일꾼으로서 건실하게 성장해주기를 기원해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저의 불자생활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동산불교대학」에서의 2년간 수학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를 숙명과 업보의 그림자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저의 불교와의 인연 속에서 불교대학은 이 땅의 수많은 불교 선지식들과 대면하면서 광대무변한 부처님의 진리바다에 어렴풋하게나마 헤엄칠 수 있는 감동적인 기회였습니다. 바른 불교의 교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저는 요즘 들어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님들, 모든 이웃들과 선지식들의 은혜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것을 믿습니다. 이에 감사하는 눈을 떴을 때 우리는 그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보은의 삶은 그것이 또한 기쁨의 삶인 것도 믿습니다.
저는 요즘 들어 그야말로 은혜 속의 풍요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비록 경제적 풍요는 없지만 주어진 주위 모든 것들 속에서 감사와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집에 가면 한글대장경 한 질과 광덕 큰스님, 법정 스님, 한정섭, 김재영, 김재웅 법사님의 얼마 안 되는 책들이 집에 부처님을 모신 듯 감사한 빛에 저를 휩싸이게 합니다.
동시대를 호흡하면서 함께하시는 저러한 선지식들의 향기와 체취가 담긴 책을 바라볼 때마다 직접 뵙는 듯 평화롭고 든든합니다.
정진이 없으면 삶은 정녕 노병사(老病死)의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만나 정진하는 삶은 진정 불사(不死)의 삶인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기에 저는 감사에 충만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지심귀명례를 올리며 나날의 삶을 참되게 살려고 다짐합니다. 참된 부처님의 제자이기를 서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