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道場)을 지켜가는 눈 푸른 스님들

불교와 환경7

2007-09-23     관리자

이 땅에 불교(佛敎)가 전래된 지 160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신라의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 고려시대의 의천 스님과 보조 스님, 그리고, 조선시대의 서산 대사와 사명 대사 등 많은 스님들이 덕화(德化)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열반하셨습니다.
그러한 스님들의 발자취가 오늘날에도 많이 남아 1000여 년을 이어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뛰어난 문화유적을 간직한 수행도량이 갖추어진 전통사찰(傳統寺刹)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정한 도량들이 오늘날에는 일반 불교신도들만의 정신적인 귀의처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의 국가적 유산(遺産)으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구체적인 예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경주 불국사의 석굴암을 보아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름없는 어느 지역의 고찰(古刹)일지라도 주위의 자연경관과 어울려 있는 외형적인 건축물과 함께 사찰 경내에는 세상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들이 산재하여 있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찰은 자연과 문화와 종교가 함께 하는 청정한 도량(道場)으로 전해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량이 저절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아진 것은 아닙니다. 동족상잔의 6·25전쟁 때 목숨으로 도량을 지킨 방한암 선사의 이야기처럼 많은 스님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 스님들의 온몸과 맘을 다 바친 정화(精華)가 녹아서 오늘날의 청정한 도량이 더욱 빛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사찰에 가서든지 노스님들을 뵙고 옛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청정한 도량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 사시는 스님들의 땀과 노력이 도량 구석구석에 배어져 있는 정성의 정화(精華)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많은 사찰들이 현대식 개발(開發)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 날 수가 없는 절박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찰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環境)의 보존(保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정한 도량으로서 사찰을 지키고자 온몸을 바쳐 노력하고 계시는 스님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인사 강원(講院)에 계시는 골프장대책위의 스님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해인사(海印寺)는 가야산 국립공원의 수승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오늘날 한국불교의 정신적 밑거름이 되고 있는 법보사찰(法寶寺刹)입니다. 팔만대장경 등 역사적 문화재들을 많이 간직한 우리 전통문화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불자가 아닌 일반국민들도 선인들의 예지(叡智)를 오늘에 직접 보고 본받을 수 있는 자연적, 문화적, 종교적 명소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에 해인사와 인접한 가야산 지역에 골프장 건설이 예정되었으며, 지역주민들과 스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적법절차로 사업은 시행될 수 있으나, 지금은 보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으로 양호한 자연경관을 훼손시키고, 세계적 문화유산이 위치하고 있는 가야산 지역을 파괴시키면서 까지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데에 문제점이 있으며, 결국에는 사업 자체가 취소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사업들이 몇몇 사람들의 짧은 소견과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서 자연과 문화환경은 훼손되어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한 때, 눈 밝고, 푸른 젊은 강원 스님들의 활동을 보면서 청정한 도량이 수호되고 보존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해인사 강원의 현명 스님과 법등 스님 등 젊은 스님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강원에 처음 들어 오던 해부터 골프장 스님들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졸업반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4년 동안 공부도 미루고 불철주야로 외전(外典)인 환경(環境)을 공부하고,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가야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건설사업이 추진되자 도로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과 격려를 받으며 노력하여 왔습니다. 일부에서는 공부하시는 학인(學人)스님들의 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등 주위의 비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당신들이 사는 청정한 천년도량 해인사가 당신들만의 해인사가 아니요, 이후의 도반(道伴)스님들과 후배들에게는 온전한 수행환경(修行環境)을 보존시켜 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召命意識)에서 열심히 맡은 바 일들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더욱이 졸업하기 전까지 해인사가 청정도량으로 남을 수 있도록 무언가 마무리를 하고자 노력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눈 푸르고 바른 스님들의 모습을 볼 때 옆에서 그저 무언가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고, 이러한 젊은 스님들이 계시다는 것이 한국불교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쁘기만 합니다.
그리고, 현응 스님과 성공 스님입니다. 저희들은 해인사 도로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두 분을 개인적으로 뵙지도 못했고, 또 다른 인연도 없었습니다. 단지 전문적인 사항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고 만났을 뿐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스님들에 대한 기존의 인상을 바꾸게 만드신 분들이기에 이러한 분들이 한국불교계에 많이 나오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응 스님은 논리의 정연함과 해박함으로 그리고, 문제의 정곡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처음 많은 스님들이 무시했던 해인사도로 문제를 발견하여 밖으로 드러내 공론화하신 분이시고, 이론과 자료를 제공하는 등 방향성을 제시한 스님이십니다. 환경에 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지가 있으시고,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시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시는 분입니다.
또한 성공 스님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나름대로 온몸으로 구현하고자 하시는 분입니다. 단지 지혜가 한 사람에게 머물러 있으면 한 사람만의 지혜에 그치지만, 그것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주위에 나타내게 되면 빛이 되듯이 문제를 해결하시는 분입니다.
해인사도로 문제로 두 번의 환경관련 공청회에서 만일 성공 스님 같은 분이 없으셨다면, 공청회는 한갓 요식적인 통과절차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응 스님의 통찰력과 눈 푸른 학인스님들의 뜨거운 정열과, 성공 스님의 구체적인 행동이 있었기에 항시 푸르른 잎을 간직하는 솔잎과도 같이 해인사가 천년을 유지해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분들께 늦게나마 좋은 시절인연 베풀어 준 점 고맙게 생각하고, 그분들과 같은 눈 푸른 스님들이 계시기에 청정한 도량(道場)이 앞으로도 천년 만년 이어져 나가리라는 확신을 다시금 가지게 됩니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면 강원의 스님들도 졸업을 하게 됩니다. 그 동안 부족했던 공부 더 자유롭게 하시고, 보다 큰 깨달음을 얻으시어 스님들의 덕화(德化)가 주위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