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自淨)하는 마음으로 참회(懺悔)해야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09-23     관리자

최근 우리 불교계에서는 국가의 경제환란에 못지 않는 커다란 시련에 처해 있는 듯 싶다. 새 정부인 국민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6개월여 계속되는 공직자의 특정 종교 편향적 태도와 훼불 만행으로 1천만 불자들의 슬픈 마음을 억누를 길 없는 이때 또다시 해괴한 사건을 접하게 됨에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씻을 수 없는 수치감을 금할 길이 없다.
가뜩이나 이 나라는 온통 수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귀한 인명과 엄청난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실의에 찬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살아갈지 모르고 있는 이때에 가치관(價値觀) 혼란으로 비쳐진 일부 스님들의 도박 승려라는 명예롭지 못한 사건이 지상에 보도됨을 보았을 때 차마 말문이 막힐 기막힌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종단의 중앙종회 의원 등을 포함하여 수 명이 이미 당국에 구속되고 수 명은 현재 지명 수배 중이라 하니 이는 모든 불제자로서 참기 힘든 자괴감(自愧感)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교계(敎界)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음은 실로 우리 모두에게 대 참회를 해야 마땅하리라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천육백여 년간에 걸쳐 내려온 우리 한국 불교가 오늘날에 와서 큰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고 그 명맥만을 유지하듯 교세(敎勢)가 약해진 것은 그 누구를 탓할 바 아니지만 되돌아 보면 우리 전체 재가불자(신도)들의 책임 또한 컸다고 여겨진다.
사실 그러하듯 우리 재가불자들은 대다수가 불교의 사상적 정체성(正體性)을 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기복적(祈福的) 신앙으로만 인식되어 제각기 특정 스님에게만 매달려 지나친 발원(發願)만을 구하는 습(習)이 오래도록 내려와 결국엔 수행하시는 스님을 돕는 역할적 의무를 망각하고 스님으로 하여금 수행정진하셔야 할 시간적 정신적 기회를 잃게 해 왔음은 마땅히 깊은 참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철인 ‘데카르트’는 “물질은 어리석은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했다. 분별심 없는 불제자들이 무작정 불사금으로 청정한 스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세속화(世俗化)하는 누를 범하고 있다.
불자는 오직 스님께서 수행정진에 힘쓰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 시간에도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깊은 산사에서 쉼없이 수행(고행)하고 계시는 선사(禪師)스님께 뜨거운 마음으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면서 오늘날 세속에 머물러 어리석은 세인들의 눈에 그릇되게 비쳐진 문제점 몇 가지를 아픈 마음으로 지적해 두고 싶다.
그 하나는 수행자로서의 청규(淸規)는 마땅히 엄하게 지켜져야 한다. 이는 수행자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며 어리석은 중생들의 바른 스승이 되기 위해서다.
시간이 갈수록 귀가 따가웁게 스친다. 전법교화, 중생구제, 경전번역 등은 외면하고 사치심으로 거액의 개인통장, 고급승용차, 은처, 도박, 고급음식점 출입, 육식, 음주, 해외관광 등 과연 그러한 재(財)는 어디서 연유되며 어떻게 쓰여져야 할 것인가.
“작은 물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 한낱 사소한 일로 여겨질지 모르나 이는 천육백 년의 전통 한국 불교의 미래를 의심케 하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부질없는 업장(業障)으로 마땅히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 훼불만행 방조 등 불교탄압이 계속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우리 모두 자정(自淨)하는 마음으로 깊이 참회(懺悔)해야 할 것이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