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이게 바로 포교가 아닌가요!"

오늘을 밝히는 등불들/공주 금강사회복지관 관장 정관 스님

2007-09-23     관리자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이 큰 비 피해를 입었다. 불규칙한 기상변화와 뜻밖의 집중호우에 정부조차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고 보면 직접 비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어려움과 그 시름이 어떠할지….
더욱이 그 피해 정도가 그 동안 나라 경제사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을 겪고 있던 서민층과 농민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니, 이즈음은 내 주변에 별 다른 피해가 없다는 것이 죄스럽기까지한 마음이다. 어떻게 이들의 아픔을 덜 수 있을까?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수해 이전에 결식아동이나 무의탁 노인 등 항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옛날 우리에게는 서로 돕고 사는 계나 두레 같은 전통이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도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하는 이웃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요즘처럼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도시화·산업화된 사회에서 그러한 전통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
지난 13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금강사회복지관의 정관 스님을 뵙기 위해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충남 공주시를 찾았다. ’93년 12월 23일 개관한 금강사회복지관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이곳 사회복지관은 지상 1,2층에 200평 이하 면적의 다형 사회복지관으로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금강사회복지관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사회복지관에 비해 직원 수가 두 배에 이르는 18명이 일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희 복지관은 복지관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거의 다하고 있습니다.
가정복지, 아동복지, 청소년복지,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지역복지사업을 각 사회복지사가 책임지고 맡아서 하고 있고, ’96년부터는 금강사회복지관 부설로 재가복지봉사센타도 시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은 물론 시에서 청소년상담실도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근래에는 도시락 서비스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모두 잘 돌아가고 있는 데에는 그만큼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고 또 그 혜택은 다름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거지요.”
금강사회복지관 개관 당시부터 함께 해온 후덕한 인상의 김병주 씨(사무장 43세)가 자랑스레 들려주는 이야기다.
초등학교에서 일반인까지 배울 수 있는 컴퓨터 교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색종이 교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글짓기 교실, 청소년 공부방 운영, 청소년 건전비디오 상영, 후원금 지급, 무료 이·미용 서비스, 물리치료실 운영, 노인무료급식, 재가노인 효도관광, 김장서비스, 주민보건진료 및 한방진료, 주부교양강좌 등 그 동안 금강사회복지관이 각 복지사업과 연계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파트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큰 호응과 함께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관장으로 계신 정관 스님의 정열적인 활동과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손꼽는데 직원 모두가 주저하지 않는다.
“저희 복지관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맡겨요. 그 프로그램에 전념을 다해 자기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활성화시키도록 만들지요.
도시락 서비스 같은 경우도 다른 곳에서는 안 하려고 하거든요. 손도 많이 가고 힘도 더 드니까요. 저는 프로그램 준다면 절대 거부 안 해요. 우리가 조금 힘들면 되지라는 생각이거든요. 다행히 각 프로그램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관 스님이 금강사회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쩌면 뜻밖의 일이었다. 동학사에서 처음 학인으로 공부했던 스님은 마흔의 늦은 나이에 일본 불교대학에서 유식(唯識)을 포함한 정토(淨土)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93년 공주시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사회복지법인 자비원(이사장 부동 스님, 본지 ’95년 11월호 취재)에서 동학사로 위탁운영을 의뢰해왔고 동학사에서는 시설장을 맡아줄 스님을 물색하던 중 일본에 있던 정관 스님에게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스님은 동학사에서 필요로 하고 자신이 쓰일 수 있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3년 정도 있으면 더 좋은 사람이 올 수도 있을 테고 공부도 계속 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일이 어느새 햇수로 5년째가 된 것이다. 이 일을 하다보니 지금은 스님으로서 수행이라면 일등 수행이 이런 사회복지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스님은 지금까지 틈틈이 공부도 계속해 작년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보고 논문도 제출해 놓았다. 스님의 부지런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복지관 운영에 있어서 스님은 굳이 자신이 불교를 내세우지 않아도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이 좋은 일 하는 스님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게 되고 호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런 스님들이 많으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인정하게 되고 그러면 그게 다름 아닌 큰 포교가 아니겠냐고 말씀하신다. 언젠가는 스님이 직접 도시락을 드리려고 나갔다가 할머니 한 분이 입에 거품을 물고 혼절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은 도시락은 2호차가 배달하도록 하고 우선 배달하던 차에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노인들이기에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하는 도시락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이후 이 일은 노인들뿐만 아니라 시청에서도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청에서는 현재 30분에게 실시하고 있는 도시락 사업을 내년에는 더 늘렸으면 하는 요청을 해왔을 정도다.
그 동안 스님은 직접 무의탁 노인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들고 찾아가 보살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 때문에 오랜 만에 찾아가면 왜 이렇게 안 오셨느냐고 눈물 글썽이는 노인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스님은 또 어느 날부터인가 어린애들보다 노인들이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인들은 그렇게 쉽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이끌린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이런 노인들에게 더 많은 스님들이, 불교가 관심을 보이고 그분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
스님은 이제 한 가지 원을 세워놓았다. 노인들을 위한 치매사업이 그것인데 이 역시 이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된 노인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일 것이다. 도시락 서비스와 아울러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동학사 신행회의 ‘정서 서비스’도 금강사회복지관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매월 한 번꼴로 동학사의 학인스님들이 2인1조로 무의탁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 말벗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인데 스님들은 말벗뿐만 아니라 청소, 빨래, 목욕 등 가사일도 척척 해놓고 가신다.
노인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주선옥 씨(사회복지사, 노인복지과장)는 동학사 스님들이 오시면 노인분들의 표정이 달라질 정도라고 말한다. 학인스님들인 만큼 그 위생상태는 물론 노인분들을 대하는 스님들의 태도가 일반자원봉사자들보다 더욱 정성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매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개최하는 ‘가족과 만남의 밤’ 행사는 금강사회복지관의 또다른 자랑거리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 ‘가족과 만남의 밤’ 행사는 주공아파트 앞마당에 무대를 만들어 주민노래자랑, 장기자랑, 판소리, 주민 어울마당 등을 펼침으로써 그 옛날 마을 잔칫날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는 각 기관장과 주변 사찰의 많은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봉사상, 효부상, 올바른 노인상의 시상식을 곁들임으로써 가족과 이웃이 서로 스스럼없이 어울려 주민들의 이웃사랑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것이다.
500여 명의 주민이 참가했던 1회 행사 이후 올해에는 8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그 관심과 호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발전 위주의 고속성장으로 이웃간에 단절되어온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사회복지관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주목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전국 사회복지관에 지급되던 정부보조금도 10% 삭감되었다. 그래서 각 복지관은 조그만 수익사업을 하기도 하고 보조금 외에 별도로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 복지 프로그램을 따오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락 서비스만 하더라도 그 예산만으로는 좋은 품질의 도시락을 마련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정관 스님은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동학사의 후원금, 남해 보리암의 동욱 스님이 보내주신 쌀을 비롯해 모르는 이들이 보내주는 후원금과 물품,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고맙기만 하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관은 303개 소에 이른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중 불교계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사회복지관을 32개소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사회복지관 중 10% 가량을 차지하는 비율인데 기독교, 천주교의 비율이 20~30% 가량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노숙자가 바라는 숙박장소로 종교시설(28%), 컨테이너박스(28%), 구민회관·사회복지관(19%) 순으로 응답했다고 하니 어려운 이들의 이웃으로서 종교나 사회복지관의 역할이 자못 기대되는 요즘이다.
사회복지관은 이제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으로 지역주민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복지프로그램의 수혜자를 확대시키고 지역주민의 만남의 장으로서 지역공동체의 정신을 회복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이 곳이 아파트촌이다 보니 젊은 부부들이 많아요. 한 마디로 말해서 스님들이 의무적으로 라도 이 길에 종사했으면 좋겠어요. 그것 또한 수행이고 포교의 방편이지요.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지만 종단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시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스님의 토로였다. 사실 정관 스님이 만나자 마자 하신 말씀은 이렇게 달리 있었다.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금강사회복지관이 사회복지관의 모범으로 더욱 발전해나가길, 그리고 불교계의 더 많은 관심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