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신흥사 수선당 상량식을 다녀와서

보현행자의 목소리/여덟번째 건축불사

2007-09-22     관리자

날로 두터워가는 업장소멸의 호기가 마련되어 부처님을 향한 정진의 횃불을 밝혀가도록 자신에게 정신적 일대 변화의 동기를 제공해 준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 신흥사!
항시 내 마음 속으로 타향에서 자나깨나 떠나 온 정든 고향을 애타게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이 신흥사는 어머님의 품 속처럼 포근하고 편안해서 좋다.
늘 기다려지는 신흥사 7월호 사보가 며칠 전 이곳 대전에 배달되어 왔다. 특히 눈에 띈 기사는 낡은 건물인 구 요사채를 헐고 그 자리에 84평 규모의 순목조 기와 흙집이 건립되어 수선당으로 이름하였다고 한다. 수련시는 수련생들 숙소로 하고 평소는 신도님들의 참선장소로 요긴하게 쓰여질 목적으로 주지스님 부임 이래 넉넉치 못한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도 매월 천원, 이천원씩 적금하여 25년간 모아진 5,300만원으로 수선당 목재값부터 주고, 또 농협, 우체국에 적금든 것도 타서 건축불사를 시작하여 오는 7월 5일 정오에 역사적인 상량식을 거행한다는 감회어린 소식이었다. 나는 만사제폐하고 이날 식에 반드시 참석해, 거룩하신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이 닿아 은혜가 베풀어진 감격적인 현장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동산불교대 주말수업 수강관계로 상량식 하루 전에 상경하여 한정섭 법사님의 「불교포교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튿날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가족법회 3시간을 앞당겨 서울에서 출발, 전철을 무려 네 번이나 갈아 타고 수원역에 내려 역 건너편에 서신 가는 400-1번 좌석버스에 승차했다. 차내에서 신흥사 신도로 안면이 있는 몇 분을 만나서 반가웠다.
며칠째 비가 계속 내리다가 맑은 날씨가 이어지니 찌는 듯한 무더위가 극성을 부려 서해바다로 피서를 가기 위한 손님들도 승차하는 것 같았다. 신흥사 입구에서 내려 경기도 지사님이 포장을 해주었다는 길을 걸어 올라 가면 좌측 산자락의 복숭아 과수원에는 법당에서 조석으로 들려오는 염불소리를 들어서인지 먹음직스럽고 소담한 복숭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명이 있는 모든 곳에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이 아니 미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오전 10시에 큰법당 일요가족법회에는 다른 때보다 많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무스님 주관으로 우리말 천수경 염송을 시작으로 지심귀명례, 관세음보살 정근이 간절한 염송 등으로 진행되었다. 법당예불을 마치고 큰법당 서쪽에 건축 중인 수선당 상량식에 참석하였다.
식장에는 각종 과일과 떡 등의 제물이 진설되었고, 제물 위쪽에는 잘 다듬어진 상량보가 깨끗한 광목천으로 보양끝이 튼튼하게 매여 있었다. 둥근 소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올려진 뼈대만 서 있는 건물 주변에 많은 신도들이 촘촘이 서서 주지스님의 주관으로 상량식이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상량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이 건물이 튼튼하고 안전하게 준공되어 모든 불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식순에 따라 수선당 중건 상량문을 신도회 부회장 법현 조권형 거사님께서 낭독하셨다. 구절 구절마다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아 모든 신도들을 숙연케 했다.
푸른 물결 출렁이는 낭만의 서해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구봉산 당성 아래 낡고 허름한 초가집으로 보잘것 없던 초라한 절이 현 주지이신 성일 스님께서 부임해 오시면서 지금의 위용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남다른 집념과 의지, 피나는 노력, 강력한 추진력 등을 바탕으로 10년을 하루같이 기도정진의 원력으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면모로 큰법당, 수련원, 교육관, 관음전, 어린이법당, 사리탑, 범종, 종각 불사와 오늘 수선당 상량식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원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울러 좌청룡 우백호로 풍수지리학상 제격에 맞도록 당성 아래 절터를 잘 감싸준 양쪽 날개 산 일만여 평을 매입하는 등의 큰 불사를 이룩하신 업적소개를 들을 때 감개무량했다. 그 동안의 주지스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주지스님은 신흥사 신도들뿐 아니라 대한불교 조계종 모든 불자를 위한 수행도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각종 불사를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간절한 염원으로 꾸준히 추진해 오셨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일체의 바깥출입을 완전히 삼가한 채 기도정진으로 일관하시며 당신의 원을 속속 성취하시는 불사현장을 지켜 보면서 가슴뭉클한 감동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스님께서 포교대상을 받으실 때 서울 구룡사 주지스님인 정우 스님께서 법문 중에 비구니 스님으로서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는 훌륭한 스님이라고 극구 칭찬하시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유달리 가슴이 뭉클해지는 큰 감격이 있었다.
특히 수련원에서 주지스님의 법문 중 신흥사 불사의 각종 예산은 어느 특정한 몇 사람만의 시주금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몇천의 신도님들이 어려운 생활 여건하에서도 근검절약하여 십시일반으로 모아져 불사가 이룩되어 간다는 말씀을 듣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다른 불사에는 적으나마 동참했지만 아직까지 수선당 불사동참을 못한 것이 무척 죄송스러워 집에 돌아가면 꼭 불사금을 송금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삼악도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선방 상량식에 동참하게 되었고, 또한 일생에 한번도 참여하기 어려운 상량식을 신흥사 신도들은 훌륭하신 주지스님을 모신 덕분으로 벌써 여덟 번이나 동참하는 행운을 가졌으니 아마도 전생에 많은 선업을 쌓으신 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참한 모든 불자님들께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한량없기를 발원하며 신흥사가 앞으로 더욱더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먼 길을 가야하기에 서둘러 절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