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차길진의 식스센스--부모는 영원한 채무자

차 길진 법사님은 영가들의 구명 의식을 하시는 분으로, 이 분의 경험에는 윤회와 인과의 이야기들이 사례로 종종 나옵니다. 오늘 이 글도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옮겨 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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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 자식간 '재산 갈등' … 삶의 방법 먼저 가르쳐야



　최근 500억 재산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간의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부모의 재산은 신도시 부근의 알짜배기 몇 만평의 야산. 자식 이름으로 등기했다가 사건이 커졌다. 자식은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부모는 자식 이름을 썼을 뿐이라고 맞서 오해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재산이 아니다. 이 재산으로 인해 깊은 골이 패인 가족간의 화목이다.



　사건을 지켜보는 나 역시 부모 된 입장에서 착잡했다. 최근 부모가 자식에게 미리 유산을 넘겨주었다가 자식에게 외면당하는 사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방 유지였던 부친이 미국에 이민 간 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주었다가 가슴에 깊은 상처만 안고 치매 노인 보호시설까지 흘러와 3년 동안 온갖 고생만 하다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결혼할 때 부인이 데려 온 자식을 모두 거둬 일류 대학까지 졸업시켰던 부친이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아들은 모친이 사망하자 키워준 부친을 남이라면서 괄시했다. 아들은 부친의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재산을 미리 달라고 한 뒤 미국으로 모셔왔으나 제대로 보살피지도 않았으며, 이에 화가 난 부친은 다시 한국으로 왔지만 살 곳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지방 유지에 알아주는 명사였음에도 치매 보호시설에서 힘들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부모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남겨주려 한다. 몇 년 전 황혼 이혼 소송을 냈던 70세가 넘은 할머니가 구명시식을 청했다. 이혼 이유는 명쾌했다. 언제 죽을지 모를 남편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으려 하니 자기가 이혼을 해서 받는 위자료를 자식들에게 분배해주겠다는 것. 듣는 내가 안타까웠다. 분명 부친이 재산을 넘겨주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만약 재산을 미리 넘겨주면 자식들의 괄시가 시작될 것이 두려웠고 이 때문에 자신이 죽은 뒤 유언에 따라 재산을 분배하려 했는데 자식들은 마음 약한 어머니를 부추겨 유산을 빨리 받으려 했고 결국 황혼 이혼까지 결심하게 만든 것이었다. 도대체 부모는 어떤 죄를 졌기에 자식에게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는 한국 가족의 가장 큰 병폐가 아닐까 한다.



　종종 부모가 남겨준 재산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구명시식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친의 애매한 유언으로 재산 분배가 어려워졌으니 직접 부친 영가의 말씀을 듣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자리에 자신의 변호사까지도 대동하고 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구명시식에 온 부친 영가의 말이 어떻게 법적 효력을 갖겠는가.




　처음엔 재산분배에 대한 말은 전혀 안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막상 부친영가가 오면 갑자기 어린 아이가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 그 토지는 제게 주시겠다고 생전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형님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토지까지 모두 가져가게 하십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이렇게 되면 나는 구명시식을 당장 중단한다. 구명시식은 영가의 마음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 좋은 곳으로 천도해드리는 자리이지 유산싸움의 현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범위를 대학 등록금까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 대학 등록금이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등록금을 부모님이 해결해주는 학생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유학자금까지란다.



　언젠가 자식의 유학자금을 대기 위해 대출까지 받고 빚에 허덕이던 가장이 법당에 찾아왔다. "부모는 영원한 채무자고 자식은 영원한 채권자인가 봅니다." 자식을 지금의 자신처럼 채무자로 만들고 싶다면 계속 줘라. 그렇지 않다면 자식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