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건강해야 아이가 건강해진다

2003-05-04     관리자


지나친 불안 증세로 만 4 세 아이가 상담을 하였습니다. 아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툭 하면 울며, 어른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복종적이고 예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 어머니에 따르면 아이가 그런 것은 상당 부분이 어머니 자신의 성격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본인의 말로는 자신이 평소에 짜증이 많고 윽박지르기를 잘하고 화를 잘 내며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인데,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잘 먹지를 않고 자주 보채고 울음을 터뜨려 부모를 힘들게 하여 이에 어머니는 짜증과 함께 아이에게 화풀이를 자주 하였고, 돌을 지나 유아기에 들어 와서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툭 하면 아이를 때리고 혼내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불안 증세를 보이고 매사에 두려움이 많은 모습을 보이자 그제서야 어머니는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도움을 청한 것인데, 어머니 자신도 어릴 때 친정 어머니로부터 그런 학대(?)를 받고 자랐다고 합니다. 임신 때는 친정과의 불화가 아주 심해져 열 달 내내 울며 지냈고 자살하기 위해 수면제를 가지고 다녔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자신 때문에 아이가 저렇게 되었다며 깊은 자책감을 버리지 못하던 아이 어머니. 하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아이 어머니도 피해자입니다.

불교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만나게 되는 인연을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은혜를 갚는 인연, 원수를 갚는 인연, 빚을 받으러 오는 인연, 빚을 갚는 인연이 그것입니다.
대다수의 자녀들은, 부모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온다고 불교에서는 말합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자녀들은, 선천적으로 효자, 효녀들입니다.

그런데 은혜를 갚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제일 바람직함 보은은, 자식이 별 상처없이 훌륭하게 자라 다른 분들의 부러움이 되어 부모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또 부모가 못다 이룬 꿈을 이뤄 주기도 하는데, 이런 면에서 월드컵 4 강 신화의 박 지성, 설 기현 선수 등은 전형적인 보은의 효자들입니다. 또 안 철수 바이러스 연구소장이나 명우 남궁 원 선생의 아들 홍 정식 사장도 그런 분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보은을 못 이루고, 자식들이 부모의 상처를 대신 뒤집어 씀으로써 은혜를 갚는 수도 있는데, 이런 인연은 그 과정에서 참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우선 부모들이 자신의 상처를 자식에게 다 쏟아 부음으로써, 한창 맑게 자라야 할 어린 시기를 아이들은 참으로 어둡게 보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 짐을 감당할 만큼 복을 지은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자라 정말 감동 깊게 그 은혜를 갚습니다. 자식의 밝은 복이, 부모의 허물마저 다 덮어 버리는 것입니다. 젊은 날에 한 때 조폭 생활을 하셨다는 아버지 밑에서 고생하며 자랐지만 지금은 골프의 최정상을 이룬 박 세리 선수 같은 분이 이런 부류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아이들은, 부모의 어둠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신 이어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 역시 은혜를 갚으러 왔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반항이나 원망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지극한 효성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저 받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축적된 상처는, 청소년기에 드디어 더 깊은 어둠으로 아이들에게 밀려 오고 씻을 수 없는 어둠이 되어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혼하여 부모가 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도 모르게 그들 부모님들이 한 그대로 자식들에게 물려 주고, 슬픈 윤회의 수레 바퀴는 끝날 날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신체적인 병만 유전되는 줄 압니다. 그래서 건강한 신체를 물려주기 위해 부모들은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마음의 병도 유전됩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경우, 그 부모들의 마음은 대를 이어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건강한 아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건강이 필수적입니다. 건강한 부모 밑에 건강한 아이가 자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건강하지 못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습(習)은 그대로 비수가 되어 아이들에게 가고 아이들은 또 그런 아이가 됩니다.


벌써 계절의 여왕인 5 월. 밝고 환한 가정의 달을 맞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로 기르기 위해 우리 부모들의 자세와 마음 가짐이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