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가들

자비의 손길

2007-09-20     관리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어촌이 늘고 있다. 당연히 인구마저 감세 추세다. 농어촌뿐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미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금은 노인 1명을 경제인구 8명이 부양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3명이 부양해야 한다. 또한 인구 때문에라도 중국이나 인도에 정치·경제 등 국가적인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20·30대 젊은 층에서 아이 둘을 가진 부부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이 맞벌이며, 결혼연령이 늦춰져 초산이 늦고, 보육·교육환경 문제로 둘째아이 갖기를 회피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도 안심하고 맡길 곳이 걱정이며, 남들처럼 교육비를 지출하다보면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아이 셋을 낳는다는 것은 불씨를 들고 인생의 화약고로 뛰어드는 격이 될 것이다.

좌충우돌 화약고로 용감하게 뛰어든 이가 있으니, 바로 김승일(35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 셋을 두었는데, 그것도 차례로 연년생이다. 게다가 설우석(5세)·진우(4세)·선재(3세)는 모두 극성맞은 사내아이다. 집을 들어서는 순간, 3형제는 방문객의 혼을 쏙 빼놓았다. 구청에서 빌려온 장난감과 책,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데다, “아찌는 누구예요?”, “우리집엔 왜 왔어요?”, “밖에 추워요?” 쉴새없이 재잘거리며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돈다.

급기야 물을 엎지르고 연필이 부러지고 의자에서 떨어지는 등 작은 소동이 연이어 벌어진다.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김승일 씨의 손발이 바빠진다. 걸레로 방바닥을 훔치고,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고, 장난 받아주고, 안아주고, 달래느라 제대로 얘기 나눌 시간도 없다. 아이들에게 역정 한 번 낼 만도 한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엔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이 시간에 엄마가 같이 놀아주고, 손님도 오고 하니 아이들 기분이 굉장히 좋은가 봐요. 사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제가 더 행복하네요.”

김승일 씨는 3년 전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애들 아버지와 이혼을 했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다. 신혼 초부터 남편은 밖으로만 나돌았다. 밤늦게라도 들어오던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지, 노름을 하는 건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견딜 수 없는 나날이었다. 크게 싸움도 하고 애써 외면해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꾹 참고 살아보려 했지만, 가정살림은 물론 아이들에게조차 눈길 한번 보내지 않는 무관심한 남편과 더 이상 같이 살 미련이 남지 않았다.

“이혼을 하고 애들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어요. 홀로 되신 친정아버지가 애들 돌보고, 저는 봉제공장에 다녔습니다. 매일같이 야근이었고, 밤 늦게 퇴근하여 애들이 눈에 밟혀 지친 몸을 재촉하여 집에 들어가보면 아버지와 애들이 저녁도 굶은 채 잠들어 있더라구요. 그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던지 평생 흘릴 눈물을 그 당시에 다 흘렸어요. 아버지께도 애들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친정집을 나오게 됐습니다.”

이후로 김승일 씨는 형편이 어려운 모자가정 세대 자격으로 서울 성동구의 11평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선 도저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어 선택한 것이 노점상이다. 중소무역회사에서 수출하다 남은 옷들을 받아와 행당역 주변에서 단속을 피해 팔고 있다.

“애들 셋을 놀이방에 보내고 저녁 7시까지 장사를 하는데, 겨울에는 서너 개 팔면 운이 좋은 거예요. 새해에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오후 5시 반에 끝나는데, 어떡해야 좋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김승일 씨는 젊고 건강합니다. 첫애를 임신하기 전까지 백화점 명품코너의 매니저 일을 했을 정도로 능력도 있지만 혼자서 세 아이를 돌보기 위해선 직장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여자의 몸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노점상,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엄동설한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아보지만 차가운 시선으로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놀이방은 무료로 보낼 수 있지만, 하루하루 몰라보게 커가는 세 아이를 감당하기엔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김승일 씨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현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 ‘엄마와 아가들’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판매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 세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해보지 않았다는 김승일 씨에게, 그 마음이 절대 변치 않도록 불자 여러분께서 따뜻한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 주실 온라인 번호(예금주 양동민)
국민은행 810-21-0510-705 농협 082-12-143838 우체국 011825-02-051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