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못되었을지라도

2007-09-20     관리자
오래 전에 작고하신 나의 모친은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의대에 들어가 기독교 교리를 배웠고 세례도 받았으나 마음 깊이 와 닿지 않는지라 어머님이 믿으시던 천주교 성당의 문을 두드렸고 천주교 신자로서 잘 지내고 있던 중 1980년 전후를 해서 군 생활을 군의관으로서 근무하였습니다.

당시는 군부독재시절이라 국민들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살던 암울한 시절이었습니다. 육군 교도소 의무실장으로서 근무하던 시절 당시 육군 교도소에는 법당, 교회가 있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양석준 법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당에 자주 들러 불교에 대하여 알았고 양 법사와 더불어 사찰들을 방문할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불교와의 인연

군 생활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제대 후에도 주말이면 가족들과 사찰을 찾곤 했습니다. 한번은 쌍계사를 순례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새벽기도 후 운력을 하시는 스님들의 모습도 보고 열심히 대웅전에서 절하시는 스님도 보았습니다. 체격이 마르고 눈이 들어가 영양실조에 걸리신 것 같은 스님이 절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이상스럽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 서울 와서 불교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불교서적을 읽을수록 이렇게 좋은 진리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기뻤습니다. 나는 앞으로 불자가 되겠다고 서원을 하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국 사찰을 여기저기 인연 닿는 대로 다녔습니다.

하루는 아들에게 우리 가족사찰을 정하자고 하자 자주 가려면 차타고 다닐 수 있는 사찰로 하자고 하여 현각 스님이 쓴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란 책을 우연히 보고는 화계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화계사불교대학에 현성 스님이 계셨는데 미국에서 세수 50이 넘어서 숭산 스님의 제자가 된 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과 강의가 너무 좋았고 나는 스님은 못 될지라도 이왕이면 포교사가 되어 중생제도를 해 보자고 하는 원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포교하기에 좋은 의사라는 직업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포교와 중생제도를 항상 할 수 있는 직업이므로 더욱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포교사가 됨으로써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과 더불어 전법과 중생제도를 함께 할 수 있으니 기쁘기가 한량없고 항상 즐겁고 보람되게 살고 있습니다.

화계사에는 많은 외국인 스님이나 수행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대부분 의료보험혜택이 없어 병에 걸렸을 때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스님들의 주치의가 되어주자고 서원을 세워 건강진단 및 관리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 외국인 노동자 진료도 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원력대로 포교사가 되었고 의사로서 더욱 자긍심과 환희심을 가지고 진료실에서 중생제도를 매일매일 하고 있습니다.

다른 포교사들은 군부대, 교도소,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전법을 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사람, 병든 사람, 죽음의 길에 들어선 사람,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중생들이 찾아오니 감사히 생각하며 중생을 제도하고 있습니다.

포교사단에서는 소년소녀가장돕기 팀장·무소유실천특위위원장직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임 양 단장님의 강력한 추천에 의하여 중앙임원회의에서 제4대 단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포교를 평생의 원력으로 삼으신 2,000여 명의 포교사들과 더불어 전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나 심사숙고하고 있습니다.

중생구원은 말만으로는 안 된다

연년시호년(年年是好年)이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불자에게는 새해 헌 해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중생이 사는 세계에는 연년과 일일을 가립니다. 병술년을 맞이하여 제4대 포교사단 단장으로서 수행과 포교에 대한 원력을 다하여야 하기에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포교사단에는 불교가 좋아서 전법을 하고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천여 명의 포교사가 있습니다. 포교는 말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십시일반의 정성이 담긴 보시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포교는 어렵고 힘들고 외롭고 소외받는 이웃들을 도와주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전법자인 포교사들은 고통 받고 외로운 병자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군인, 교도소 수감자,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생활불교를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포교사들은 자신들의 수행도 열심히 하여 탐·진·치 삼독을 멸하고 참사람으로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며 자리이타행을 끊임없이 실천해야만 합니다.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보다는 진실한 참회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진정한 포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포교사들은 대부분 나름대로의 직업이 있는 관계로 스님들이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포교할 수가 있으니 불법전도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의 삶은 현실이기에 그 해결도 현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생구원은 말만으로는 안 되고 실천적인 행위여야 합니다.
그래서 포교에는 반드시 보시가 따릅니다. 군부대나 교도소를 방문하여 법보시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재보시(財布施)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포교사는 항상 형편에 맞게 재보시할 수 있는 선근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포교사단의 공약사업들

제4대 포교사단 단장 공약사업으로는 포교사들의 역량강화를 위하여 신규포교사 연수와 기본교육을 철저히 하여야 하겠습니다. 포교사들은 분야별로 연수를 시키기 위하여 각 팀별로 포교사들을 배치하며 포교사 자격 취득 후 실제로 포교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 포교사들 중 전문 포교사 양성을 위하여 포교사단 대학원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또한 포교 비전사업으로 노인복지산업, 포교사단사무처 역량강화사업, 팀 활성화 지원사업을 할 계획이며, 새해부터는 홍보실, 전산실을 두어 전국 조직을 중앙부처로 통일운영하려고 합니다. 지역과 포교 네트워크 구축, 팀별 활동 보고서 수집 및 자료화 포교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포교사들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하여 미디어 정보를 이용하며 창의적이고, 포교현장을 찾아가는 글로벌 버전의 인터넷단보를 운영하여 읽는 단보에서 보는 단보로의 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그 외 실시간대 불교정보의 모니터링으로 불교의 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불교 바른 정보사업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 외 포교사업으로는 사찰도우미 강좌를 개설하여 포교사역량 강화사업을 하겠으며 음성포교를 이용하여 포교수단을 강화해야겠고 자원봉사인증센터를 구축하여 포교인력의 네트워크화를 시도하겠습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할 수 있는 케어복지사를 양성하여 노인복지 실현에 일조할 수 있는 포교사를 양성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환경보존 및 생명나눔 운동실천을 위하여 타 단체와 연대해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원력은 큽니다. 원력의 원만한 성취를 위하여 우리 포교사단 단원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동참이 필요하며 저 또한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포교사는 스스로 부지런히 정진하고 불법을 전도하고 무주상보시를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에서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