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을 찾아 떠나는 1년간의 세계여행

특집 | 새해, 나의 발원

2007-09-20     관리자
나는 48살의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동갑내기 남편과 대학교 2학년인 두 아들(큰아들은 군대 다녀옴)과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다. 불교에 입문한 지는 만 6년째 된다. 큰아들이 고3이 되면서 의지할 데가 필요했다. 그 때 부처님을 찾았고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 무식하게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느낀 것은 ‘나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나한테 기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의욕상실, 무기력증, 현실적으로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그런 나 자신이 싫었는데 기도하면서 ‘나는 돈도 못 벌고 능력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하지만 나의 내면을 프로선수처럼 만들 거야’ 이런 결심을 하면서 끊이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면서 나 자신이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안도 편안해지고 두 아들도 대학에 들어가고 남편과 시어머니도 잘 대해주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가슴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갈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다가 명상을 만나게 되었다. 명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니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주관도 없이 세상의 통념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온 내 모습이 보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인생까지 좌지우지하려고 했고 아니 강요하고 윽박지르면서 간섭했다.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함, 초조함,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자책과 질책과 좌절, 분노의 연속이었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만 왔다갔다 생각만 많고 고민만 많이 했지 해결책은 없었다.

명상을 하면서 내가 진실로 잘못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감옥에 갇혀서 나오지도 못하고 감옥인지도 모르고 멍청하게 살았다. 생각해보면 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햇볕 앞의 이슬과 같은 생을 붙잡고 그렇게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헐떡거리고 출렁거리면서 살아왔음을 보았다.

이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서서히 광명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정신없이 살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이런 것이 아닌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힘도 없었다. 기도를 많이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행을 가자! 여기서 멈추자!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여유를 가지고 지금 현재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우선 지금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여행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 가는 거 장기간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1년간의 세계여행, 1년간의 준비과정

남편에게 1년 동안 세계일주(티벳의 카일라스 성지순례, 미얀마에서 1달간 수행)하자고 했더니 한마디로 “미쳤다. 엉뚱하다, 애들 장래도 있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는데 또 돈이 어디 있어서 여행을 가느냐.”고 황당해 했다. 그러면서 두 달간이나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그래 우리가 못 갈 이유는 없다. 우리 그 동안 열심히 살았다.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도 못했고 자식들 공부 시키느라고 노력도 많이 했다.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았다. 가자!”

세계 5대륙 30여 개국 배낭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1년의 준비과정이 시작되었다. 큰아들은 무조건 찬성이었고 둘째아들은 조금 비관적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부딪치는 면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친구와 인도 여행을 두 번 다녀왔음) 망설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회의를 하자고 결정하고 회의를 하는데 이것은 회의가 아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태가 자꾸 벌어졌다. 그 동안 남편과의 사이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외면하고 덮어 놓았을 뿐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형제간·부자간·모자간·부부간의 갈등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회의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왜 가자고 했는지 후회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중생심이 올라오면서 큰소리가 나기도 하고 내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고 섭섭해 하기도 하고…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얻는 것도 많았다. 남편과 나, 아들들과의 인연, 수많은 생을 살아오면서 우리가 꼭 이렇게 만나야만 했을 업의 쇠사슬이 있지 않을까, 이 여행으로 조금이라도 소멸될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긴 것이다.

이 여행이 단순히 세계를 돌아보자는 것보다는 특히 인욕 수행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이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대상에 끄달려서 휘둘리지 않을까. 우리가 늘 그렇게 살아왔는데 욕심내지 않고 놓쳤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는 공부 수행을 해 나가고 싶다. 우리들의 불성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