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산책] 73.삼목대왕의 환생 - 개(戌)

불교문화 산책 73

2007-09-20     관리자

산사의 한 마리 늙은 개는, 아침예불 소리에 잠을 깨고 밤사이 솔잎 위로 살짝 얼어붙은 눈꽃은 개 짖는 소리에 놀란 산새 후트름에 꽃비 되어 내린다. 병술년(丙戌年) 새해 아침이 소리 없이 밝아 온다.

개[戌] 도상의 기원과 형식

개는 십이지의 11번째로 육십갑자 중 갑·병·무·경·임술(甲·丙·戊·庚·壬戌) 등을 이루며, 시간으로는 오후 7~9시, 서북서,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다.
개는 갇>갈>갈이>가이>개로 변천되었는데, 거두어들인다는 의미를 지닌다. 알타이족 당골[무당]들은 저승으로 통하는 입구를 ‘개’가 지킨다고 한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 기능은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확인되는데, 경북 경산의 삼국시대 임당동 고분에 개를 합장하였고, 고구려 각저총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쪽 벽면에 진묘수로 개 그림을 남겼다. 한자에서 ‘戌’은 ‘戍’(지킬 수)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樹’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된다. 즉 ‘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해인사 『유진팔만대장경개간인유(留鎭開刊因由)』에는 “죄를 지어 개로 태어난 삼목대왕을 합주(陜州)사람 이거인이 기르다가 저승에 가게 되었다. 저승에서 만난 삼목대왕이 염라대왕을 만나면 ‘법보의 고귀함을 판에 새겨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스럽다’라고 말하면 환생할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고 전한다.

이것으로 미루어 개가 삼목대왕의 환생이라는 믿음 때문에 불교에서 개를 금기시 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개가 조상의 환생이라는 속설은 죄를 지어 지옥을 헤매다 왕사성에서 개로 환생한 목련 존자 어머니의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미술 속의 개

일찍부터 불교미술의 소재로 등장한 개는 단독보다는 십이지의 한 신중으로 표현한다. 초기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장수의 형태(사진1) 가 보편적인 반면 후대로 가면 복장이 무관에서 문관으로 바뀌며 무릎을 꿇은 공양상 형태로 도상이 변모한다(사진2 , 사진3). 특히 원원사지석탑은 상층기단에 십이지상을 최초로 배치한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석탑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통 감로탱에서는 지옥에서 고통 받는 장면을 표현하는데 사람을 물려는 뱀을 공격하는 개(사진4)의 모습이 있어 주목된다. 이 그림은 승려가 아닌 화원(心鑑·信悟·得聰)이 옹정(擁正)원년(1723) 조성한 것으로 인간에 대한 충성과 은혜갚음을 상징하는 개에 대한 관념을 담고 있다. 왕실건축에서도 수호의 상징으로 사용하였는데(사진5), 귀를 내리고 마치 볕 좋은 담장 아래서 졸고 있는 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개’라는 짐승에 대해 우리는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 충직과 보은 같은 긍정적인 면과 비천한 대상이나 부정적인 것을 가리키는 면이 그것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놓고 벌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만, 삶에 대한 밝음과 어두움을 돌이켜 보고, ‘타인에겐 너그러운, 자신에겐 엄격한’ 삶을 병술년 한 해의 시제로 삼아 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