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에서 본 꿈

특집 / 꿈

2007-09-20     관리자

정신의학에서는 꿈을 매우 중요시 한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이다. 그 하나는 꿈은 존재가 잠자고 있을 때 나타나는 정신활동의 표현으로 보기 때문이다. 깨어있을 때의 의식적 정신활동과 더불어 잠자고 있을 때의 정신활동이 합쳐져서 우리의 전체 정신세계가 된다고 볼 때 꿈의 정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머지 하나는 꿈의 치료적 효용성이다. 정신분석을 비롯한 인간의 내면을 깊이 다루는 심도 있는 정신 치료는 어느 것이나 꿈을 다루고 있다. 왜냐하면 꿈에는 인간의 내면세계가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꿈에는 꿈꾼 사람의 속 마음이 잘 나타나 있고 핵심문제가 잘 드러나 있으며, 꿈꾼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때로는 문제의 해결책도 꿈 속에 들어 있어 꿈 해석이 치료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렇게 중요한 꿈에 대해서 정신의학에서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실험적이고 생리학적인, 그리고 꿈꾸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한 연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심리학적이고 임상적인, 그리고 꿈의 의미와 관계된 접근이다.
먼저 꿈의 실험적인 연구의 측면을 보자. 꿈의 실험 연구에 있어서 1953년은 기념비적인 해이다. 그 해에 잠의 각 단계와 꿈과의 연관성이 발견되었다. 즉 수면 중에 안구가 매우 빨리 움직이는 수면기간 중에 주로 꿈을 꾸는 것이 발견되었다.
안구가 빨리 움직이는 수면을 REM(Rapid Eyeball Movement 빠른 안구 운동)수면이라고 한다.
꿈에 대한 실험으로 밝혀진 내용을 요약해 보면 하룻밤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균 너댓 번 꿈을 꾼다. 꿈은 REM수면기간 동안 꾸는데 REM수면은 밤 12~1시에는 짧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길어져 새벽이 되면 아주 길어 꿈은 새벽에 많이 꾸고 이 때 소변을 보러 일어난다든지 잠이 얕아져 깨면 꿈을 기억하기 쉽다. 꿈꾸는 시간이 전체 수면시간의 약 20%를 차지한다. 7~8시간 잠을 잔다면 1시간 반 정도는 꿈을 꾸는 셈이다. 단지 대부분의 경우 이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꿈은 정신적 건강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실험적으로 꿈을 꾸는 REM수면시간을 박탈하면 긴장, 불안 증세와 기억장애, 집중력 장애 등이 나타나고 장시간 계속되면 정신병 같은 행동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한 다음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평소보다 당황되고 극복이 힘들다. 따라서 꿈을 꾸는 것은 정신건강의 유지에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심리학적이고 임상적인 접근을 보겠다.
정신분석에서는 일찍부터 꿈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1900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출간되고 난 뒤 꿈은 의미가 있으며 해석이 가능하고 치료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꿈은 어떤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생각하는 바를 그려내는 그림과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로서 꿈 분석을 통해 깊숙한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정신치료시간에 꿈을 다루면 환자의 문제의 핵심에 빨리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꿈은 그대로는 그 뜻을 알기 어렵다. 예외적으로 어린아이들의 꿈은 그대로 의미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성인들의 꿈의 대부분은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해되지 않은 꿈은 뜯지 않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와 같이 해석되지 않은 꿈은 마치 낯선 외국어처럼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잘 모르는 단어의 나열처럼 보인다.
'자유연상'을 통해서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자유연상이란 꿈을 꾼 사람이 그 꿈을 생각할 때(전체 내용이나 세부적인 요소들) 마음 속에 문득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신치료의 각 유파들이 꿈을 보는 시각이나 꿈 해석에 있어서 각기 견해를 달리하지만 자유연상을 통해 꿈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공통되는 점이다.
자유연상을 통해 분석된 꿈을 보면 꿈은 우리에게 마음 속 깊은 곳의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경고를 하기도 하며, 중대한 일인데 낮에 소홀히 하고 지나쳐버린 일이 나타나기도 하고, 걱정거리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어떤 환자가 유기화학 공부를 마치고 난 뒤 끔찍한 꿈을 꾸었다. 꿈은 오로지 유기화합물로 구성되었는데 화합물들은 꼬이고 찢어져 있었다. 그것들이 터졌을 때 피가 부서진 분자들로부터 솟아 올랐다.
이 꿈은 그가 꿈꿀 당시에 그의 삶에 대해 느끼고 있던 것이 정확하게 나타났다. 그의 삶과 내적인 경험이 해체되고 있었고 불안과 공포로 가득찼다. 그 환자는 치료자에게 의지했고 그가 처한 곤경이 치료자로부터 이해받고 있다고 느꼈을 때 환자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환자가 치료시간에는 자신의 내부의 삶이 와해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꿈은 환자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한 장의 그림으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꿈은 환자의 문제를 아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지만 치료를 받아 환자 상태가 나아졌을 때 그 변화가 꿈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상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움츠려 들던 환자가 남에게 당당하게 대하고 위축되지 않는 꿈을 꾸고 난 뒤 실제 생활에서 그렇게 된다. 환자의 치료효과를 꿈을 통해 확인한다. 환자가 좋아졌다고 해도 꿈에서 확인이 되지 않은 경우 그 변화가 내면 깊숙이에서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어떤 불교신자는 평소 계율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하였는데 그 뒤 경전을 많이 읽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오계를 쉽게 지키는 꿈을 꾸고 난 뒤 실제 생활에서 계를 지키는 것이 전처럼 힘들지 않다고 하였다.
선가(禪家)에서도 화두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점검할 때 꿈에서도 화두를 드느냐고 물어본다. 이것은 꿈에서 화두를 들 정도면 무의식에서도 화두를 들고 있는 상태로 온 마음이 화두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꿈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두 가지 접근을 이야기했지만 꿈에 대한 실험에서 얻어진 연구결과와 정신분석가들에 의해 임상적으로 인정된 꿈의 의미 사이의 통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꿈의 정체가 현재로서는 완전히 밝혀졌다고 할 수 없다.
꿈은 외부의 어떤 힘이 작용해서 꾸는 것이 아니고 꿈꾼 사람이 그 꿈의 감독이고 배우이고 엑스트라이고 각본을 쓴 사람이다. 따라서 꿈이란 자기 상태를 그대로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꿈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속 마음을 매일매일 볼 수 있다면 자기를 닦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이석우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