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를 기증하면 1억원을 드립니다.

특별기고

2007-09-20     관리자


우리 나라가 1991년 UN에 가입할 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기증한 것은 월인천강지곡 인쇄동판이었다. 우리 나라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이 인쇄문화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1377년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만들어 냄으로써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인쇄종주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1972년 유네스코가 주관한 세계 책의 해 전시회에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출품되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됨으로써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지는 현재 우리 나라에 있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백운화상불조직지심체요절'이 원명인 이 책은 1377년 고려 때 백운 화상이 지은 것으로 책 마지막장에는 인쇄시기(1377년), 인쇄장소(청주 흥덕사), 인쇄방법(금속활자인쇄)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직지는 조선 말 서울에서 근무했던 프랑스 대리공사 골랭드 플랑시가 귀국할 때 가지고 갔으며 도서수집가 베베르를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는 골랭드 플랑사가 귀국당시 직지를 사 가지고 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직지는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두 가지가 있다. 금속활자본은 청주 흥덕사에서 스님이 찍은 책이고 목판본은 1378년 경기도 여주의 취암사에서 만들었다.
직지는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직지는 하권이며 총 39장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해 주듯이 백운 화상(白雲和尙)이라는 고승이 초록한 법어집이다. 백운 화상은 전라북도 고부 태생으로 법명은 경한(景閑)이면 고려 말에 이름을 떨친 고승이다. 그는 지눌(知訥)의 영향을 받아 선종(禪宗)의 맥을 이었다. 따라서 직지도 선풍(禪風)의 법어집으로 볼 수 있는데 선(禪)의 요체를 문답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즉 역대 제불 조사(諸佛祖師)의 게(偈), 송(頌), 가(歌), 명(銘), 서(書)의 법어 문답중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것을 초록한 것이다.
직지심체(直指心體)란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는 법구에서 따온 말로 "참선하여 사람 마음을 똑바로 보면 그 심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직지는 불교의 가르침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가 인쇄문화의 종주국임을 입증해 주는 중요한 책이다.
이에 대한인쇄문화협회를 중심으로 한 인쇄인들은 그 동안 직지를 프랑스로부터 되찾아와 원래 인쇄장소인 청주 흥덕사지(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는 1993년 영국에서 개최된 인쇄기기 전시회인 IPEX와 1995년 독일에서 개최된 인쇄기기 전시회인 DURUPA시찰을 마치고 프랑스를 방문하여 반환결의문을 채택하였다. 일본에서 열린 인쇄기기전시회인 IGAS를 시찰한 후에도 반환 결의문을 채택하고 귀국 후에는 정부요로와 각 정당, 프랑스 정부에 결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또한 불교종단과 불교계 언론사에 협조를 구하고 방송 등 언론 매체에도 반환 여론을 조성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직지의 반환은 요원한 상태다.
대한인쇄문화협회는 기독교의 성경을 찍은 쿠텐베르크(1440~1450) 활자보다 훨씬 앞서 제작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계미자(1403년) 경자자(1420년) 갑인자(1434년) 등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주도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건의해 놓고 있다.
한편 대한인쇄문화협회는 국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직지를 찾기위한 노력도 반환 운동과 병행하여 추진하고 있다. 사실 직지를 만들었을 당시에 단 한 권만 인쇄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50 ~ 100권 정도는 제작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지가 프랑스로 건너간 것이 1900년 초이고 보면 100년 전에는 국내에 직지가 있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보관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직지가 선(禪)을 중심으로 수행했던 고(古)사찰이나 당시 세력가의 후손, 고서수집가, 대학도서관 등이 소장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는 올해가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장인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인쇄의 날에 '직지대상'을 창설하였으며 인쇄종주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직지 반환과 국내에 있을지 모를 직지 찾기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청주 직지 찾기 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직지 찾기 운동을 범 국민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지난 4월 15일에는 조계종총무원을 방문한 결과 본 협회와 청주 직지 찾기 운동본부가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직지반환 및 직지찾기와 초.중.고 교과서에 직지 과목입력을 문화관광부에 함께 건의하고, 아울러 전국 사찰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적극 협력해 주시기로 했다.
청주 직지 찾기 운동본부는 직지를 인쇄한 고장인 점을 감안하여 지난 해 운동본부를 발족한 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운동 단체이다.
직지의 반환과 찾기운동은 인쇄인과 청주운동본부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정부와 불교종단, 고고학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직지는 우리 나라가 세계 인쇄문화의 뿌리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중요한 자료이며 우리 민족의 5천 년 역사를 꽃피운 결정체로써 민족의 자랑이기에 반드시 되찾아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금속활자본 직지를 기증하면 1억원을 드린다.
직지를 인쇄장소인 청주고인쇄 박물관에 소장하여야 하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직지는 우리 나라와 세계문화의 상징이요, 부처님이 주신 성보이며 동서양과 불교문화의 척도가 되며 20만 인쇄인들의 자긍심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권창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