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등 밝히기' 운동

특집·빛으로 오신 부처님

2007-09-20     관리자


"꼬-와아, 응? 꼬-와아."
몸까지 뒤틀며, 얼굴을 괴상하게 일그러뜨리며 이렇게 알아듣기도 힘든 말을 외치는 아이에게 뭉클한 정이 솟는다.
"그래 그래 꼭 갈게."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약속한다. 그 약속은 누구라 할 것없이 '우리는 선우' 청년회 회원들이 그 아이가 있는 재활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같이 놀아주고, 야외에도 데리고 나가고 하는 것으로 훌륭하게 지켜진다.
지체장애인데다가 몸이 지나치게 비대하여 보통 때 외출이 힘든 옥자씨는 초파일 즈음이면 손을 꼽아 우리와 만날 날을 기다린단다. 다른 장애인 행사에 나가보면 대충 사진 찍고 점심 나눠주고 자신들 생색 낼 일 마치면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많은데 '우리는 선우' 잔치에 오면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아주어 정말 고맙다 한다.

이렇게 저렇게 그리운 얼굴들, 또 우리와 만나기를 기다리는 얼굴들. 이들이 있어 '우리는 선우'의 '부처님 오신날' 맞이는 좀 더 바쁘고 그래서 좀 더 기쁘다. 벌써 여러 해 계속되어 이제는 상당히 많은 곳에 전파된 '자비의 등'이 아름답게 걸린 장충 공원에서 함께하는 모임이기에 더욱 뜻깊기도 하다.

우리가 몸이 자유롭지 못한 그분들을 위해 무슨 봉사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잊은 지 오래이다. 모든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그분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고마워 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많은 불자들이 자비행을 해야 한다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몸으로 그러한 일에 나서는 것을 어려워하고, 특히 장애가 심한 장애인에 대하여는 마치 딴 나라 사람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선우' 회원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잔치에 참여하여 봉사하고 난 뒤에 느끼는 느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그 딴 나라 사람처럼 여겨지던 장애인들을 바로 나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된 뿌듯한 가슴을 지니고 행사장을 떠났다. 위에 이야기한 애틋한 이별의 장면과 함께 말이다.
'인과응보'나 '업'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여 장애인들은 자신의 업으로 그런 장애를 지니게 되었으니 스스로 그 업을 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고, 우리가 모두 '공업중생(共業衆生)'이며, 또 '동업중생(同業衆生)'으로 이 세계를 함께 가꾸어나가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도 함께 지니고 떠났다. 부처님의 지혜는 자비의 실천과 결코 둘이 아니며, 자비실천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의 참 뜻을 깨우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특히 우리 재가불자들은 모든 시간을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스님들과는 달리 숱한 인연들에 묶여 있고 생업전선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재가불자들이 매양 내면에 침잠하고 자성을 반조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증득하는 방편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하기에 재가불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 생활 무대에서 바로 실천해가면서, 부처님 말씀의 참된 의미를 몸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더욱 더 진실한 실천을 통해 메워나갈 필요가 있다. 바로 생활의 무대를 수행의 장으로 삼는 것이 재가불자의 신행 방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불교는 재가 출가를 말할 것 없이 불교의 두 축인 지혜와 자비 가운데 너무나도 지혜의 직접적인 완성에 치우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연 자비실천을 통해 대중들과 함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부심을 느끼는 불자들이 의외로 적은 것 같다.
재가불자들까지도 한번의 '몰록깨침'을 목표로 삼고 반은 출가인 비슷한 의식을 지니고 사는 부류와, 자신과 가족의 복락만을 기원하는 기복적인 양상에 머무는 부류로 나뉘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극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다른 종교에 비해 뒤떨어져,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불자들의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라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함께 실천하는 참된 불교를 세워 나가야 한다. 자비행이 나오지 않는 지혜는 죽은 지혜이며, 지혜를 키워나가지 못하는 자비행은 잘못된 자비행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우리는 선우'는 우선 우리 불교계의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덜 실리고 있고, 또 재가불자로서 출가인보다 전문성을 살려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비실천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활동을 벌려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부처님 오신 날' 밝히는 등에 이웃을 위한 자비의 마음을 담아 밝히자는 '자비의 등 밝히기' 운동이다. - 올해는 IMF사태에 고통을 받고 의기소침해 있는 분들을 위한 '희망의 등'이 추가되었다.
올해도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자비의 등이 장충 공원을 곱게 꾸밀 것이며, 그 아래 우리의 이웃 가운데도 가장 소외된 이웃인 장애인을 위한 잔치 마당이 벌어질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알 게다. 이웃을 위해 다는 등이 '자비의 등'의 원조가 '우리는 선우'라는 것을 -. 그러나 우리가 원조라고 무슨 상호등록하듯이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저 더 많은 사찰, 더 많은 단체에서 부처님 오신 정신을 되새기는 이러한 등을 달아 주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등만 달 뿐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자비의 실천이 그 등의 불빛과 함께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는 선우'의 기원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권창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