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

2007-09-20     관리자


1958년 봄소풍간 갑사 대웅전 앞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낸 지 40년, 하고 싶은 공부도 많았고, 후배들을 위해(?) 자연인으로 돌아오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웬지 모를 아쉬움도 남는다. 사진첩 속에서 그 동안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니 유난히 정이 가는 이 사진...
사범학교 졸업하던 해 첫 부임지였던 시골학교.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고개를 두 번이나 넘어 갑사로 봄소풍을 갔다. 선생 체면에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고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갑사, 부처님의 미소도,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들도 감동적이었다. 공주군 계룡면 왕흥국민학교는 시내에서 차로 십리를 들어간 마을에서 20리를 걸어들어가야 하는 산간벽촌학교였다. 처음엔 가기 싫어 울었는데 1년뒤엔 떠나기 싫어 울었다. 1년 동안의 시골학교 생활이 내 40년 교직생활의 자양분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 그 시절 나는 풀 이름, 나무 이름, 새 이름을 배웠다. 대자연 속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았다. 여름날 체육시간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학교 옆의 계곡으로 뛰어들었고,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고 겨울에는 전교생이 토끼몰이를 하고 놀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순간도 기쁘고 환희롭지 않은 날이 없었다. 봄비가 내린다. 불현 듯 부임하고 3일 만에 장마비처럼 쏟아진 봄비 때문에 계곡물이 불어 아이들을 업어서 건네준 일, 아니 그 일보다 나보다 더 키가 컸던 19살 제자가 나를 업어서 건네주던 일이 생각난다. '언제 한 번 만났으면 좋으련만'하는 바람을 봄비 속에 실려 보낸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권창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