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삶의 여성학

2007-09-19     관리자

지난 해 말, 한때 잘못으로 비행청소년이 된 고등학생들에게 모 지역 경찰서에서는 꽃동네에 보내 현장 체험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그곳에서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쓴 감상문을 그 지역 경찰서장이 시내 34개 중·고교 게시판에 붙였으며, 그 감상문을 읽은 학생 중 9백92명이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나섰다는 기사가 얼마 전 신문에 실렸다.
우리 나라에서 학생자원봉사가 이루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며 그것도 자원봉사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방학을 앞둔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부터 "요즘은 학교 갈 맛이 나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고 이유를 물은 즉, `연합고사가 끝나고 나니 수업시간에 열중하는 학생은 별로 없고 선생님들도 전과는 다른 모습이고 단지, 몇몇 범생(모범생을 지칭하는 은어)들만이 수업을 할 뿐이고 결석율도 높아서 교실 분위기가 무척 산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라 수업이 이루어지지 낳는다면 그런 시간에 자원봉사라도 하면 좋을텐데?" 하였더니 "그렇게는 안 될 걸요?" 하면 이미 종합생활기록부에 자원 봉사에 대한 기록이 끝난 상태이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모 기관에서 주최하는 자원봉사지도연수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나라의 학생 자원봉사활동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입시교육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청소년 비행의 많은 건수가 부모와 학교의 통제가 허술한 시험 직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과 관련하여 이런 비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험이 끝난 후의 청소년들에게 사회봉사를 경험시킴으로써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게끔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학생자원봉사가 성적과는 별도로 방학기간이나 시험이 끝난 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에 대한 평가나 기록을 종합생활기록부에 하기보다는 졸업사정의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적부담이 적은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자원봉사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의 참 의미를 성적 부담이 적은 시기인 초등학생 시절에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마침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자신의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이의 방학숙제에 자원봉사활동을 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친구는 "학교 교장선생님이 좀 유별나서 그런 거지, 다른 학교는 그런 방학숙제도 없고, 어린아이한테 너무 힘든 일을 시키는 것 같아서 그냥 다른 숙제나 충실히 해서 보내야겠다."면서 푸념만 하는 것이었다.
실은 나의 경우도 그 전에는 자원봉사란 막연하게 그저 `스스로 남을 위해 힘든 일이나 남이 하지 않은 일을 참고 하는 것' 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그 친구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결국 친구에게 자원봉사란 즐겁게 하는 일이며 자원봉사를 통해 남을 돕기보다는 봉사자 스스로를 돕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고 친구의 딸아이를 포함하여 6명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지도하기로 하였다.
막상 일을 벌이고 보니 초등학생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자원봉사거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봉사단체에서도 초등학생이 할 수 있을 만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하였으며, 각종 복지 단체에서도 초등학생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모두 봉사를 사절하였다.
마침내 한 장애인 복지센터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봉사자와 의논한 끝에 그 복지원에서 생일 잔치가 있는 날에 초등학생들이 `노래와 동화, 연극 등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우리는 두 차례에 걸쳐 미리 만나서 자원봉사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공연연습을 하였다.
이번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충격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사전 교육을 철저히 시켰고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을 하여서 그런지 봉사를 하는 날에도 표정을 붉히거나 겁내지 않고 실수없이 잘 해내었다. 그런데 봉사를 마치고 복지센터를 나오면서 아이들은 울음을 떠뜨렸다. 아마도 느낌이 벅찼던 것 같다.
돌아와서 보고서를 쓰게 하고 받아 본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생활이 무척 행복한 것이며,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현했고 앞으로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다짐은 물론 다음 방학에도 함께 봉사를 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처럼 초년의 사회봉사활동은 매우 소중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부모가 함께 하는 자원봉사는 그 자체로 보살도를 행하는 것이며 21C를 준비하는 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불자님의 보시행으로 입력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