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

2003-04-07     관리자

[틱낫한 스님]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시인,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스님은 한국에 평화를 심으러 왔다고 하시며 가시는 곳마다 명상과 마음의 평화를 설하십니다.
저 역시 스님이 쓰신 '화'라는 책을 보고 많이 공감한 바가 있어, 스님의 방한은 대단히 반갑고 기다려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스님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한국 방문을 계기로 크게 소개 된 최근에야 겨우 스님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듣던 바와 같이 스님은 고요하고 청빈한 모습이셨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사진을 보고 한 가지 의아스러웠던 것은, 스님의 모습이 예상과 달리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스님 한 구석에 알게 모르게 서려 있습니다. 특히 명상에 잠기신 모습은 단순히 고요함을 떠나 깊은 고뇌에 빠진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게 합니다. (달라이 라마의 얼굴과 한 번 비교해 보시지요)

화를 내지 말 것을 가르치시고, 또 거기에 일가견도 있으시며, 부처님 당시의 비구 250 계가 현대인들에게는 맞지 않다고 현대 수행자들에게 적합한 250 계를 다시 제창하신,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중의 한 분이신 스님의 얼굴이 어둡다는 것은 뜻밖입니다.

범인들도 나이 40이 넘으면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이 굳이 아니더라도, 수행자의 공부 소식은 그 외관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나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록 일부분이지만 그림자 진 스님의 모습은 제게 큰 아쉬움을 줍니다. 수행자는 공부와 자비행의 깊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밝음을 잃어 버려서는 아니 되기 때문입니다. 중생의 아픈 모습에 같이 아파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같이 어두워 져서야 어찌 참된 중생 공양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얼핏 듣건데 스님은 반전 운동 등 사회 참여를 많이 하셨다 합니다. 비록 자비심에서 그러 하셨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알게 모르게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당신의 그 높은 수행으로도 다 닦지는 못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업의 어두운 부분이 스님을 그늘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화를 경계하시지만, 지금은 몰라도 스님 스스로는 생의 어느 날 한 때, 제어할 수 없는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 적이 있었던 것 같다면 저의 지나친 추측일까요?

좋은 일을 한다면서 다른 이를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그리고 이 세상을 밝히는 거룩한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내 마음에는 어둠을 잔뜩 쌓는다면, 그 선한 일, 밝은 세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틱낫한 스님 같은 경지에도 아직도 저렇듯 어두운 그림자가 한 구석에 드리우는 것을 보면, 밝고 원만한 자비행이란 정녕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