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큰 그물을 가진 독불장군

오늘을 밝히는 등불, 광주 전남 불자교사모임 김진택회장

2007-09-19     관리자

며칠이 지난 지금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움직임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럴 수 있을까. 그의 얼굴보다도 그리고 그의 논리적인 이야기보다도 그의 움직임이, 그에 대한 느낌이 그의 말이 되고 목소리가 되고 얼굴이 되어 기억 한켠에 남아 있다는 것이.
불교의 불모지라 불리는 광주 전남지역에서 `96년. `97년 2천 명, 3천 명 수계를 받게 했다는 사람, 그것도 이미 내줄 것 다 내주어서 더이상 내줄 것 없는, 그래서 벼랑 끝에 선 불교의 청소년 포교에 있어서 이만한 일을 해냈다는 사람.
주위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언뜻 하자 “이렇게 해주시는 분들이 보살이에요. 대보살이지요”
“아마도 그(청소년 포교)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거예요. 정말 대단한 거지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 사람 편을 든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선 그 사람이 꼭 큰 그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큰 물고기들을 사로잡는 큰 그물. 그리고 생명의 단순한 사로잡음이 아닌 그 생명을 더 커다란 바다세상으로 옮겨담는 큰 그물.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불쑥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남들이 보기엔 구멍 숭숭 뚫린 큰 그물로 고기를 잡는 그는 필시 독불장군이라고도 불릴 성 싶다. 제 잇속을 챙길 줄 모르는 독불장군.
‘자, 해가 비치는 각 위치에 따라서 부처님의 미소가 다릅니다! 이렇게 전구 불빛이 햇빛이라고 생각하고 부처님 얼굴의 그림자 지는 모습 좀 보세요. 자아, 어느 때 미소가 가장 좋습니까? 각자 다르겠지요. 그때가 여러분들과 가장 좋은 인연입니다.”
서산 마애불 앞에서 부처님을 설명하는 동신여고의 이경운 선생님이 신이 나있었다. 그 설명을 들으며 한쪽에서 빼꼼히 부처님을 쳐다보는 김진택(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 회장, 전남여상, 44세) 선생님이 꼭 학생 같다.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은장도』, 『새들도 발이 있습니다』 등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조시인이기도 하다. 또한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을 이끌면서 초발심자를 위한 불교 안내서 『절 그리고 절』, 『삼세인과 그리고 윤회』등의 책을 펴내 줄곧 불교학생회 지도서로 법보시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제8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원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주 전남에서 풍선을 띄우는 거지요. 다른 지방에서도 불자교사모임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불자교사모임대표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었고 서울에서도 불자교사회가 창립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움직임들이 나타난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죠.”
김진택 선생님이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을 창립한 것은 지난 `95년 12월이었다.
청소년 포교에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던 그에게 당시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십대 소년의 범죄사건은 그를 한시라도 빨리 청소년들의 곁으로 다가서도록 했다.
그는 손수 글을 다듬고 봉급을 털어 ‘십대들에게 띄우는 붓다의 편지’ 라는 자그마한 책자 「아힘사」1,000부를 만들었다. 이제 아이들이 이 포교지를 계속 읽는다면 조금이나마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그러면 결국 아이들은 부처님 곁으로 다가와 본래대로 깨끗한 성품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김진택 선생님은 직접 아힘사를 들고 광주시내 학교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천부를 한 부 , 한 부 학생들의 손에 건네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이 각 학교에 불자교사가 한 분이라도 있다면 나눠주는 게 좀더 쉽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학교를 찾아다닐 때마다 도와줄 수 있는 분을 찾아보았고 마침 한두 명의 교사가 나와서 손을 거들었다. 자연스레 몇몇 교사들과 함께 좀더 활발한 활동을 위한 모임을 계획하게 됐고 광주불교 금륜회 법당에서 40여 명의 선생님들이 첫 모임을 가짐으로써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창립과 더불어 불자교사모임은 제일 먼저 20여 개 중고등학교에 불교학생회나 불교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문화답사반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부처님과 만나도록 세심한 정성을 쏟았다.
“지금은 60여 학교에 반마다 이 책자(아함사)를 2부씩 걸어놓고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읽어보시는데 문화답사에 새롭게 참가하는 분들이 매회 세 분 정도 됩니다.
현재 60여 학교 100여 명에 이르는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은 청소년들을 위한 포교지 「아함사」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 띄우는 붓다의 향기’ 월간「무등불(無等佛)」을 매월 발간함으로써 회원들의 결속강화와 포교에도 정성을 다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힘은 ’96년,’97년 10월 두차례에 걸쳐 ‘광주 전남 청소년 불자 합동수계대법회 및 축제 한마당’ 의 개최로 드러났고, 불교의 불모지라는 이곳에서 각각 2천 명, 3천 명의 청소년들이 수계를 받음으로써 청소년포교의 밝은 앞날을 보여주었다.
“천운 큰스님(향림사 조실)은 수계법회때마다 전계사를 맡아주셨고 광주불교청년회는 준비에서 마무리 청소까지 허드렛일을 도맡아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광주 전남의 불교단체 모두가 하나가 되어 더욱 기쁜 일이지요.”
창립부터 지금까지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의 부회장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조인득 선생님은 그 동안의 성과를 한 분, 한 분 선생님들의 고생스러웠던 노력과 광주 전남불교단체들의 아낌없는 지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김진택 선생님이 간절했던 바람도 잊지 않는다.
올해부터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은 수계식과 축제 한마당뿐만 아니라 청소년 불자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인 국토청정운동과 백일장 등의 문화행사를 통해 보다 활발한 청소년 포교의 자리를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이 겨울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벌써 수행자의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잘 했냐, 못 했냐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수행자 열 명이 나오면 그게 어딥니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닙니까?”
김진택 선생님의 말처럼 그의 큰 걸음과 그물은 분명 이 다음 우리들에게 커다란 희망과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광주 전남불자교사모임의 힘찬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이석우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