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손주에게 한글 가르칠 기라예."

불교문화의 새로운 유형만들기, 부산 삼광사 부설 삼광한글학교

2007-09-19     관리자

"자 기지개 한 번 크게 하세요. 오랜동안 글을 쓰시니까 허리가 아프시고 어깨가 결리시지요. 박수 세 번 치시고 다리도 한 번 펴보세요. 이제 좀 시원하지요. 자 그러면 어제 받아쓰기 한 것 중에 가장 많이 잘못 쓴 글자들을 복습해보겠습니다...."
대한불교 천태종 삼광사 부설 삼광한글학교(교장 박덕수 스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초듭동 산 131번지 전화 051-808-7111~5)교실.
노트와 지우개 연필을 든 노보살님들의 눈망울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어린이들만큼 맑고 초롱초롱하다. 일주일에 3일, 하루 두 시간씩 이어지는 수업이지만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연이어서 수업을 진행하자고 할 정도다.
삼광한글학교가 문을 연 것은 1992년 4월이었다. 공부할 기회를 놓쳐 한글을 모르시는분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 올 2월까지 5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우리의 한글과 전통문화에대한 올바른 이해와 발전을 이루자는 발원으로 우리글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설립한 한글학교에는 해마다 300명의 학생이 입학하고 3년 과정으로 으뜸, 보람, 슬기 세 개반으로 시작되었으나 공부를 시작한 분들의 요청으로 2년과정이 되었다가 지금은 3년과정으로 개편되었으며, 자비반과 지혜반이 더 생겨 현재는 다섯 개 반이 되었다.
세 명의 정교사와 10여 명의 보조교사들이 학생들의 지도를 맡고 있고, 70~80명 가량이 한 개의 반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학습 능력에 따라 월반도 가능하다.
모집대상은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타종교인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멀리 김해에서 수업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단계별로 자체 발행한 네권의 한글학교교재를 중심으로 한글공부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과 불교교리, 그리고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 공부 다 시키고 나니 뭔가 허전한 기라예. 몰라서 못 배웠지 어디 한글 모르는 사람이 한둘인교. 우리 나이 또래에서는 많아예. 우리 동네에도 일곱 명이 있는데 창피하다고 안 다니지만 어디 그게 밥먹여주는교. 이렇게 절에 나와 공부도 하고 기도도 하고 얼마나 좋은교. 한 삼 년 하면 편지는 안 쓰겠습니꺼."
한글학교 1학년에 다니고 계신 조태순 할머니(60세, 부산진구 전포동)는 비록 수업시간 공부할 때에는 알 것 같다가도 공책만 덮으면 다 잊어버리지만 공부하는 것이 즐거우시단다. 딸이 중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조 할머니의 꿈은 한글을 열심히 공부해서 이 다음에 손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 나오시는 분들은 모두가 기회를 잃어 공부를 못하신 것을 한으로 갖고 계신 분들이에요. 왜 한글학교에 오시게 되었는지 글짓기를 해보시라고 하면 대개가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이었다는 말씀들을 가장 많이 하셔요. 버스노선을 몰라 물었을 때 글을 못 읽었던 심정. 심지어는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실 때 붕대를 준비했다가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들어가셨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눈이 아프다. 손이 아파서 못 쓰겠다고 하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통장과 도장을 맡겨야 하는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해요. 그래서 은행청구서 쓰기, 관공서에서 필요한 양식들을 직접 써보게 하는등의 실질적인 교육을 함께 하고 있어요. 졸업식엔 답사와 송사를 직접 써서 읽으시는데 그때는 정말 울음바다가 돼요. 비록 저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한글을 가르쳐드리고 있지만 인생 선배님들에게 오히려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훨씬 많아요." 수업시간마다 받아쓰기를 하고, 숙제를 해야만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리고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점검을 받는 그분들에게 나이는 잊혀진지 오래다. 한 글자 한 글자 알아가는 것이 커다란 보람과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남부끄러워하며 몰래 다니시던 분들도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신다는 것이다.
인연이 주어진다면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정기은 선생님은 때로는 노보살님들의 카운슬러가 되어드려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딸 같은 자신에게 고충을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고 여건이 되면 카운슬러 교육도 받고 싶고, 노인복지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한글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는 손은주 선생님 역시 이런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한다.
봄과 가을에는 소풍겸 성지순례를 하고 천태종본산인 구인사에서 매년 있는 4박 5일의 수련법회에서는 백일장이 열리기도 한다. 이때 딸에게, 아들에게, 혹은 손주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삼광사는 사찰 내에 한글학교를 개설하여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한글보급에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988년 이후로 한글학회 부산지회와 공동으로 '삼광한글학술상'을 제정하고, 부산 지역 대학생 학술논문발표대회'를 지원하여 부산지역의 국어학 및 국어교육연구의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한글문화보급에 이바지한결과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는 부산광역시 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삼광한글학교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이러한 한글학교 개설은 차츰 다른 사찰로도 확대되고 있다. 개설하겠다는 절이 늘고 있고 문의 전화도 자주 온다. 삼광사처럼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여건이 닿는 사찰마다 작은 규모로나마 한글교실을 개설하여 운영해보면 어떨까. 지역복지관에도 6개월 과정으로 한글교실이 개설되어 있지만 절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편안하고 삼귀의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공부를 마치면 사홍서원을 하는 까닭에 훨씬 행복하시고 공부도 더 잘된다고.
3만 5천 평에 그 위용을 드리우고 있는 삼광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불교 종합복지관인 지관전과 법화삼매당 등을 비롯하여 각종 부대시설들이 최신시설을 갖추고 들어서 있다.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지표로 삼고 있는삼광사는 등록된 신도 수만 하더라도 33만에 이른다고 한다.
정기법회를 비롯하여 새신도입교법회, 중간법회, 봉사회, 청년회, 어린이회, 중고생, 교사불자화와 인등, 지장, 관음불공법회를 비롯하여 16~17개 법회를 영일없이 봉행함은 물론 금강불교대학을 비롯하여 차문화연구보존회와 전통요리연구보존회, 불교전통꽃꽂이 원회, 합창단등의 다채로운 강좌와 각종 전시회 및 국내외의 문화예술행사를 연중개최하여 불교인의 저변확대와 생활불교에 이바지해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1988년 이후 매년 영세장애인 15쌍을 선정하여 무료 합동결혼식을 거행하고 있고, 소년소녀 가장과 모자가정, 무연고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ks편 재활원과 고아원, 양로원, 군부대 , 나환자촌, 교도소 등을 방문하여 어려움을 나누고, 매년 65세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셔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그리고 삼광사 경내에는 노인종합복지회관이 건립되어 200여 분의 노인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현재 최신시설로 10개 학급의 삼광사 부설 유치원이 건립(부산광역시 장전동 광명사 내)중이다.
"삼광한글학교 무료운영도 그 일환입니다만 도심 중에 세워진 전법도량이라고 한다면 불교포교뿐만 아니라 이 새대에 필요한 문화예술, 사회복지활동을 함께 전개해가야 합니다. 불교의 생활화 대중화는 소속사찰 신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예술활동의 공간으로서, 그리고 사회복지활동 공간으로서 거듭나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부처님법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도들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불교전법은 지역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의사찰이 특히 문화예술과 복지활동을 함께해 가야 합니다. 그것도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방편이 되는 것이지요."
한글학교 교장겸 삼광사를 총괄해 이끌고 계신 박덕수 주지스님의 말씀을 통해 이 새대 불교전법의 새로운 흐름을 또다시 보게 된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