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주거환경

21세기 생활과학

2007-09-19     관리자

21세기에는 교통체증, 주택부족, 환경오염을 포함하여 종래의 도시가 안고 있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도시가 등장한다. 옛부터 도시는 교통이 편리한 해안이나 큰 강을 따라 평면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그러나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은 평면방향만 아니라 수직방향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하라고 하면 어둡고 구중중하며 비밀스러운 인상을 연상하지만 알고 보면 지하는 아늑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이다. 21세기의 지하도시는 광케이블을 이용하여 햇빛을끌어 들여 지상과 다름없는 밝기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 지상보다 훨씬 유리한 점이 많다. 지하에서는 전파의 간섭이나 기상의 변화가 없어 특히 전파간섭에 민감한 컴퓨터메이커나 반도체메이커 그리고 안정된 환경이 필요한 생물공학기업들의 작업장으로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하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1년이면 서울의 지하철망은 398km에 이르고 이미 59개 소에 모두 11만평을 넘어 선 전국의 지하상가의 개발도 앞으로 더욱 빠른 걸음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렇게 도시의 지하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30m 깊이까지의 지하공간 이용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다음 단계인 지하 40m 이하 깊이의 이른바 '대시도지하공간개발'이 전개된다.
21세기는 지하 60m 이하의 깊은 공간에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본격적인 지하도시가 건설될 전망이다. 예컨대 지하 60m에 건설될 상점, 극장, 스포츠시설, 사무실, 호텔을 수용한 일련의 원형(圓形) 지하공간들은 발전소, 공기조화 및 폐기물 처리시설을 수용한 지하 150m에 건설되는 높이 60m, 지름 80m의 거대한 콘크리트 원통구조물과 연결된다.
또 도시마다 지역 난방, 발전, 통신 시스템과 같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시설들은 물론 오늘날 '지역이기주의'로 설 땅을 잃기 십상인 하수처리장과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위생처리시설도 말썽없이 수용할 수 있다.
지하도시에서 발생되는 모든 오물은 위생처리장을 거치면 95% 이상이 퇴비와 원자재로 재생된다. 지하마을과 지하도시들은 서로 터널로 연결된 지하교통시스템을 갖는 한편, 지하도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물자는 지하의 물류통로를 통해 집배송되기 때문에 지체되는 일이 없어 물류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선진국의 도시설계전문가들은 지상 1,000∼2,000m의 세로로 뻗은 미래형도시건설 꿈에 부풀어 있다. 그중의 하나인 '스카이시티 1000'구상은 상주인구 3만 5천 명을 포함하여 13만 명의 활동인구가 거주하는 연건평 2백 40만평을 가진 높이 1,000m의 입체도시다.
이 도시는 직경 400m의 기반 위에 14층의 이른바 '공중대지'를 쌓아 올려 6개의 거대한 기둥이 떠받치고 각 대지의 60헥타르(약 18만 1천5백 평)의 넓이의 공간에는 사무실과 주거시설은 물론 극장, 학교, 병원, 쇼핑센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고루 갖추게 되어 입주자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고 심지어 골프코스와 공원을 포함한 오락과 휴식공간도 갖춘다.
공중도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웬만한 것은 모두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1,000m나 되는 구조물 높이를 이용하는 풍력발전, 태양전지, 그리고 태양열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는 거의 모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빗물과 구름의 물을 모아 처리하면 공중도시가 필요한 물의 90%는 해결할 수 있다. 또 각층을 오르내리는 수직열차, 리니어모터를 이용하는 급행승강기 그리고 나선모양의 모노레일 등이 교통문제를 해결한다. 이밖에도 생산에서 소비를 거쳐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 공중대지에서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쓰레기나 오물처리문제로 이웃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
21세기에는 지상의 주거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예컨대 21세기의 아파트는 가구마다 방의 구조도 다양해진다. 변화하는 입주자의 생활양식에 걸맞게 방의 배치를 쉽게 바꿀 수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이런 가변형 주택이 보급된다. 그래서 부부, 부부와 어린이, 부부와 성장한 자식과 노인 등 가족의 구성이나 아이들의 성장하는 형편에 따라 방의 배치나 크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21세기의 아파트는 이웃간의 연대감을 두터이 할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를 이곳저곳에 배려한다.
예컨대 아파트에도 널직한 공동복도를 마련하여 서민층이 사는 동네의 뒷골목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들어 아파트 주민들간의 자연스런 커뮤니케이션의 광경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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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원복 님은 '29년 함경남도 신흥에서 출생. 연희대학 이학원(생물학), 성균관대 대학원, 콜롬비아대학 신문대학원을 졸업, 세계통신사 외신부기자, 동아통신사 외신부차장, 서울신문사 과학부장, 논설위원 등 17년간 언론계에 재직했으며 '91년 대한민국과학기술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자 한국과학저술인협회 고문이며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연의 신비』, 『과학의 길』, 『21세기를 여는 첨단과학기술』, 『자연의 슈퍼모델』등 32종이 있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