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구름 속에 본디 밝은 저 달을...

2003-02-15     관리자

[무명의 구름 속에 본디 밝은 저 달을...]

一.
우리는 빛을 찾는 나- 젊은 구도자다
불타의 혜명 받아 한 마음 한 뜻으로

시방의 가이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몸과 마음 다 받쳐서 모두 함께 나가자

아! 우리는 영원한 진리의 벗, 구도자다...

二.
무명의 구름 속에 본디 밝은 저 달을
못 보아 중생들은 길을 잃고 헤맨다

번뇌가 보리요 괴로움이 낙인 줄
깨-달아 끝없는 정진으로 이룩하자

아! 우리는 영원한 진리의 벗, 동지다...



이 노래는 제가 대학 초년생일 때 불교 학생회에 가입하며 배우게 된 <대학교 불교 연합 학생회(大佛聯)>의 회가입니다.
조 지훈 선생이 쓰신 가사에 노래를 붙인 것인데, 찬불가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던 당시에 이 노래는 우리 대학생 불자들이 툭 하면 부르던 노래였습니다(가사는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노래에 퍽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은 곡도 좋았지만 그 노랫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빛을 찾는 구도자라는 말도 좋았고,
시방에 가이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나가자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슴에 와 닿은 말이 두 번째 가사입니다.

무명의 구름 속에 갇혀 있지만 본디 밝디 밝은 저 달을 보지 못하고,
우리 중생들은 길을 잃고 오늘도 헤메는구나!
번뇌가 바로 보리(菩提, 깨달음)요 괴로움이 낙인 줄 모르고
(이 때 저는 작사자이신 조 지훈 선생은 이런 사실을 아니 얼마나 좋으실까, 하고 부러워 했습니다*^*^*!),
번뇌를 번뇌로만 알아 번뇌에 절망하고 괴로움에 절망하는구나!

중생들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구나!
그래서 나 역시 절망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저 가엾은 중생들을 구해 주지 못하는구나!
아! 그런데 왜 나는 저 달을 보지 못하지? 저렇게 밝디 밝은 달을 말이야...


미안합니다 부처님, 죄송합니다 괴로운 중생님! 잠깐만 기다리시옵소서!
지금은 저도 깜깜한 어둠에 헤메고 있지만 반드시 큰 정진 이루어 꼭 마음의 밝은 달을 얻어 당신들 곁에 가리이다...


이런 알 수 없는 슬픔과 다짐이 저도 모르게 제 가슴에 솟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사 하나 하나에 스며 있는 깊은 뜻은,
공부가 잘 안 될 때 늘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30 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젊은 날의 그 뜨겁던 구도열이 오늘처럼 솟습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좀 있으면 새해의 첫 보름달이 휘엉청 떠 올라 온 산하를 밝힐 것입니다.
비록 구름이 가릴지 몰라도 달은 언제나 밝게 비칠지니,
세상의 온갖 사연 속에 우리의 마음 달도 그러할 것입니다.

아아!
다시 생각해 보니, 이제 막 인생의 황금기가 시작되던 그 봄날,
그 때 저는 정녕 불타의 혜명(慧命)에 가슴 벅차 오르던,
방황하던 젊은 초짜 구도자(?)였었나 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시아본사 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