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현대 중국 불교(마지막회)

현대 중국 선원(禪院)의 수행 형태

2007-09-19     관리자


가산 불교문화연구원 개원 6주년 기념. 조계종 교육원 3주년 기념으로 공동주최한 「열린 세계에 있어서 세계 승가공동체의 현황과 전망」이란 제하의 학술회의 자료집에서 양해를 얻어 '현대 중국 불교 현황(정엄 스님)'을 발췌 초록, 3회로 나누어 싣는다. 현대 중국의 교학과 수행체계를 조망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세계를 열어나가는데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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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원(禪院)의 내부 수칙

중국 선실(禪室)의 중앙에는 불단을 만들어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향하도록 네 분의 아미타 불상을 봉안해 놓았는데, 이는 아미타불을 관하면서 화두인 "염불시수(염불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를 참구하라는 뜻으로서 매우 독특한 중국 선실의 구조이다.
선승의 일상생활은 선실에서 시작하여 목적을 완성할 때까지 선실에서 이루어진다. 선실의 출입문은 안과 밖으로 큰 자물쇠가 달려 있어 정진할 때는 자물쇠를 굳게 잠그고 출입을 금하고 있다. 선실은 선승 이외에 일반인의 출입을 못 하도록 외료(外療)에 주석하는 스님들이 문 앞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
이렇듯 엄격한 선원의 내부 수칙을 살펴보면, 중국 선원의 규칙을 청규라고 하는 데 청규는 전통적으로 전해내려온 백장청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 따라 변질된 것도 있지만 선원의 일상생활에도 백장청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또 이 규칙은 불학원의 좌선 규칙에도 적용되고 있으므로 간략히 소개한다.

선당에 들어갔을 때 고향(叩香, 목판을 치면서 신호함) 소리가 나면 재빨리 행향(行香, 아미타불 불상을 중심으로 주위를 몇 바퀴 돎)하면서 심신을 가다듬고 일체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난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지도자의 신호에 따라 점점 빠르게 돈다. 행향할 때 대중은 안쪽으로 돌고 지도자(유나라고도 함)는 바깥쪽으로 돈다.
운판소리가 울리면 곧바로 돌기를 멈추고 가까운 좌석 앞에 선다. 이 때 먼 곳으로 달려간다거나 자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
입선에 들어가기 전 다각(茶閣, 차 시중드는 소임)이 차를 들여와 대중에게 순번대로 차를 한 잔씩 돌린다.
좌선하는 방법은 결가부좌를 원칙으로 하나 반가부좌도 가능하며, 머리를 곧게 들고 똑바로 앉은 후 호흡을 고르고 심신을 단정히 정리한다. 이 때 손은 법계인을 맺어서 배꼽 아래의 단전에 갖다 놓는다.
좌선에 들어가도록 신호하는 목탁소리가 울리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선실 출입을 금하며, 밖과 안에서 동시에 문을 걸어잠근다.
기침을 할 때에는 옷의 소매끝으로 가리면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일부러 손을 씻거나 소리를 내어 옆사람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한국 선방의 찰중과 같은 역할로써 대중을 감시·지도하는 스님은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도록 걸어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거나 망상에 빠진 이를 보면 가볍게 경책하여 혼침에서 깨워준다.
선원 내에서는 휴식시간과 반수(班首)의 지도사항 또는 설법하는 시간 이외에는 어떠한 이야기나 잡담을 금한다. 휴식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면 눈을 뜬 후 가볍게 신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몸을 자연스럽게 한 후 운판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곧바로 좌선 자세를 풀고 순번대로 밖으로 나온다.

위와 같은 좌선규칙은 우리 나라 선방의 좌선 규칙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흥미롭다.

선원의 하루 일과
선수행전문도량인 고민사와 와룡사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아침 3시 30분에 기상하여 6시까지 좌선, 6시 30분에 아침공양, 오전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좌선, 12시 30분에 사시공양 후 2시까지 휴식,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자유시간, 4시 30분부터 7시까지 좌선, 7시 30분에 저녁 공양 이후 선사로부터 규율이나 전달 사항, 주의사항을 들음. 10시가 되면 취침에 들어간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점심공양 시간인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휴식을 취한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점심공양 후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약속을 하면 실례가 된다.
필자의 경우 북경 불교협회 회장인 광화사 수명 방장을 친견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방문, 오후 1시경에 도착하였는데 멀리 한국에서 왔노라고 정중히 친견을 요청하였으나 휴식시간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사찰에서 점심시간 이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은 현재 사회주의 하의 중국 상황 속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원 풍경이다.
또 타칠(打七)이라고 불리는 특별정진기간 중에는 새벽 2시에 기상하여 밤 11시까지 정진한다. 이때도 점심 때 휴식을 취하며 그대신 오후에 자유 시간을 갖지 않고 정진한다.

2. 선원의 제도와 조직

선원의 제도
중국 선원의 생활제도는 당대에 백장이 저작한 백장청규가 기준이 되고 있다. 물론 백장청규 이전에도 인도로부터 유입된 율장이 있는데 이 율장을 중국의 풍토에 맞게 변형시켜 만든 것을 청규라고 한다.
즉 청규는 계율이 갖는 한계성과 사회문화적 바탕이 인도와 다른 중국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율장이라 할 수 있다.
『도안전(道安傳)』에 청규와 같은 형식의 규칙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엿보인다. 이 외에도 청규와 같은 성격을 가진 생활규범으로는 여산혜원 법사가 지은 법사제도(法社制度)와 지둔 법사의 중승집의도(衆僧集儀度)가 있으며, 양나라 무제 때는 광택사 사주였던 법운이 승제(僧制)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하였다.
『승법보기(僧法寶紀)』와 『역대법보기(歷代法寶紀)』에 의하면 "선종의 제4조 도신 문하의 홍인은 고된 노동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이 선종과 노동과의 관계를 처음으로 기록한 자료로 추측된다. 또 선종의 제 6조인 혜능은 행자 시절에 제5조 홍인 문하에서 방아를 찧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일반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한다.
이처럼 일찍이 선종과 노동의 관계는 깊었으며, 이는 기존의 계율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찰의 제도나 규범의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서 후에 선농일치(禪農一致)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장 선사가 기존의 규범들을 토대로 선원에서 필요한 규범만을 모아 집대성한 것이 백장청규이다. 이후 중국의 선원제도는 백장청규의 영향이 막대하며, 현재까지도 선원생활의 근간이 되었다.
현재 중국불교협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원의 제도는 겨울과 여름에 행하는 3개월간의 수행기간인 동안거와 하안거, 동안거 동안에 행해지는 특별정진기간인 타칠(打七), 선농일치 제도의 출발이 된 대중운력제도인 보청(普請), 대중이 잘못을 범하면 처벌하는 대중공사인 숙중(肅衆) 등이 있다.
중국선원의 제도는 일면 단순한 듯 하면서도 질서가 있다. 현행 중국의 선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청규에 근거를 두고 생활하고 있으며 백장청규에 제시되어 있는 20개조의 총림요훈이 기본적으로는 대중생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선원의 조직
우리 나라의 총림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의 총림은 선당과 객당, 운수당, 요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4대 당우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선원은 총림의 중심지이다. 왜냐하면 역대의 모든 선승들이 선원에서 수행하여 견성하였고, 후학을 지도해왔기 때문에 선원의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그 비중이 상당하다. 선원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만큼 선원의 소임자도 권위가 있다.
최소한 선원에서 1기 1년 이상 성만한 경우에 소임을 맡을 수 있는데 행단(行單, 사찰 소임자)의 임무는 지객, 서기, 승치(찰중)를 제외한 주방, 채전, 장경각, 불단, 행단 등 모든 방면의 책임을 맡고 있다. 행단은 소임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이 끝난 저녁에는 수행에 참여한다. 사중의 지도자로는 주지를 비롯한 삼직이 있으며 이들은 전체적으로 방장의 관리와 통솔에 따르고 있다.

3. 중국 선원의 전망

현재 중국 선원의 전망은 한마디로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한 선수행전문도량인 고민사에서는 가풍의 엄격함과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평상심이 도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면서 새로운 선 수행인 생활선을 제창하고 있는 백림사 정혜 방장을 친견할 때 한없이 솟아나는 자비심과 생동하는 원력의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분들이야말로 부처님의 화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선종의 가풍은 약해지고 문화혁명으로 인하여 중국에 있는 대다수의 선원이 크게 파괴되고 선사들은 고문으로 죽어가거나 절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 속에서 선 수행의 전통이 단절될 위기에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련을 당하고서도 불퇴의 용맹심과 원력으로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황무지를 다시 복구하고 파괴되어 황량한 폐허가 된 선원을 중국 제일의 선수행전문도량으로 복구한 두 분의 선사들의 역할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지대한 것이었고, 그에 힘입어 불조의 혜명이 다시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선수행전문도량은 네 군데밖에 없고, 선수행에 전념하는 수행자 또한 100여명 안팍이기 때문에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사상은 중국불교사상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은 점점 커지리라 생각한다. 중국이 점점 산업화되어감에 따라 생활선의 보급은 차차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지식인이나 학자들 사이에는 조용히 선 수행 붐이 일어나고 있으며,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 예술 방면의 소재로써 불교의 선사상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음도 중국 선원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마치는 말
지금까지 3회에 걸쳐 개괄적이나마 현대중국불교의 현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어떻든 현대 중국불교의 최신 현황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려고 노력하였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러한 중국의 사회체제를 이해하고서 중국불교의 상황을 바라본다면 보다 정확하게 일반 불자에게 중국불교의 현실이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중국불교를 유서깊은 전통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관광지만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여지껏 소개한 것처럼 진심으로 불조의 혜명을 잇기 위해 애쓰는 수행자가 도처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미래의 중국불교는 이들에 의해 꽃피워지리라 확신하고 있다. 중국불교가 하루빨리 완전 복구되어 예전과 같이 불교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