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건축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아 5

불교문화산책 90

2006-11-12     관리자

물올라 돋은 새순이 어느새 녹음 짙어지고, 햇살은 동네 골목 뛰어놀던 아들 녀석 목덜미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맺혀 놓았다. 이맘때 절집은 부처님 오신 날 큰 법회를 마친 스님들이 갓 안거에 들어가는 시기다. 초여름 산사는 바람마저 숨죽여 있고, 절집마당 찾아든 산비둘기는‘타닥타닥’죽비 소리에 놀라 날개짓 한다.

절집이라는 공간 역시 사람이 거주하는 건축공간이라는 데는 별반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불법을 전하고 스스로 그 법에 다가가기 위한 수행공간이라는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같은 부처님을 모신 공간이라지만 지역이나 시대, 그리고 장인의 의지에 따라 우리네 절집은 각기 다른 외양과 향기를 담고 있다.

사찰건물을 축조하기 위해 제일 먼저 설치하는 것이 기단이다. 목조건축의 수직하중을 받아 분산하는 기능적인 측면 이외에 옛 사람들은 화려한 조각을 더하기도 하였다.

더불어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계단을 중앙과 좌우에 각기 설치한 후, 사자·연꽃 등의 장엄을 조식하였다. 반면 사진1은 영암사지 금당의 계단으로 위의 그것과는 달리 인물상을 표현하였는데, 금당 내부의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한 천인(天人)으로 계단에 표현한 유일한 예이다.

사진2는 천왕문 입구 문지방에 덧붙여 있는 사자의 조각이다. 예전에는 문수보살을 따라 수미산을 지켰을 법한데, 이제는 비바람에 씻겨 강아지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돌로 제작하는데 이렇게 나무를 이용한 예는 드문 경우라 하겠다. 문 앞에 동물상을 세우는 전통은 최초의 석탑인 익산미륵사지석탑 앞 석수(石獸)와 고구려 고분벽화의 개 그림 진묘수를 시원으로 하는데 점차 환조가 아닌 돋을새김이 증가하게 되었다.

사찰 내부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을 지나게 되는데, 작은 암자에서는 각각의 문을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독조성 후 사천왕을 벽체나 문 위에 직접 그려 넣기도 한다(사진3).

사진4는 송림사 5층 전탑에서 출토된 어미 형상의 몸체와 등 위에 올라탄 새끼모양의 뚜껑으로 이루어진 석재사리함이다. 1959년 해체 복원하는 과정 중 탑신의 몸돌 내부에서 발견되었는데 목제불상과 사리장치가 동반 출토되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웅전 앞의 거북모양 석함을 복전함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때론 기둥을 받치는 초석으로 아는 이도 있다. 이 석함과 유사한 예로 익산 왕궁리 석탑 수리 시 기단부에서 출토된 석함이 있다. 거북은 장수의 상징으로 탑 안의 사리가 영원히 전해지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사진5는 각황전의 현판이다. 일반적으로 절집에는 대웅전을 위시한 다양한 전각이 마련되어 있다. 현판은 이들 전각에 모셔진 부처님의 존호에 따라 각기 달리 붙는데, 각황전은 ‘깨달으신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는 의미로 임진왜란 때 불탄 건물을 1702년(숙종 28) 중건하면서 예조참판 성재 이진휴가 쓴 것이다. 큰 사찰의 경우 왕실이나 명문장가의 현판을 곧잘 볼 수 있는데, 주련(柱聯)이라고 하여 건물 기둥에 산천의 경계를 읊은 시나 법어를 세로로 써 붙인 것이다.

공양간 가마솥 위에 모셔진 조왕신, 모양새도 크기도 각기 다른 오지항아리들이 모인 장독대에도 절집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단지 우리가 마음을 주지 않았기에 모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