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것에서 이제는 알리는 것으로

불교문화의 새로운 유형 만들기 / 해인사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전

2007-09-19     관리자

가야산 해인사(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10번지)는 다 알다시피 삼보사찰 중 법보종찰이다. '일렁임없는 바다에 만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이 번뇌가 없는 마음에는 만물의 이치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의 해인(海印). 해인사(海印寺)라는 사찰명이 말해주듯 화엄종찰로서 선원과 강원, 율원을 갖춘 총림으로서 한국불교의 큰맥을 이루고 있는 대가람으로 서기 802년 순응 스님과 이정스님의 원력과 내장왕의 도움으로 창건, 희랑, 균여, 의천과 같은 빼어난 대선지식들을 배출하였고, 현재 300여 대중스님들이 공부하고 있다.
30여 채의 건물과 3개의 탑, 1개의 석등이 그 위용을 드리우고 있는 해인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지난 7월 15일부터 개막되어 오는 12월 15일까지 예정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가 문화유산의 해로 지정되면서 우리의 기존 문화재를 바라보는 인식이 새롭게 싹트고 있고, 관심도 높아지는 이즈음 세계적 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국보 32호)과 장경각(국보 52호)이 있는 해인사에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해 기획된 '해인사 과거 현재 미래전'은 그 동안 해인사 유물을 보관해오던 구광루(九光樓)에서 열리고 있다.
2002년은 해인사 개산 1200주년이 되는 해이고, 또한 내년은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 이운된 지 6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앞두고 장경각 번와불사 및 박물관 건립 등 올해는 해인사 대작불사 원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고, 대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현시점에서 연평균 백만을 넘는 해인사 관광객들에게 해인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대중스님네들이 뜻을 모아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구광루 1층 전시실에는 1920년대 해인사 전경사진을 비롯하여 해인사의 일상과 사계절, 해인사 소장 성보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해인사 소장 성보 30여 점이 30년 만에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거북받침촛대와 봉황받침촛대, 은입사정병과 향합향로, 고종황제의 직인이 찍힌 범운 스님 권선문, 법라와 진주등 등등. 그리고 한편에는 멀티비전이 상영되고, 대장경의 취목과 판각(板刻), 인경(印經)에 이르는 과정을 전시, 대장경 조성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면서 판각과 인경시현행사도 마련하였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과 두 자녀(초등학교 3학년, 2학년)와 함께 해인사를 찾은 이백하(37세, 회사원) 씨는 전시된 대장경 조성과정을 자녀들에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휴가를 맞아 경주와 통도사를 돌며 우리의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마침 해인사에서는 이렇게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아울러 해인사의 미래를 담은 조감도를 통해 해인사의 미래를 볼 수 있다. 21세기 해인사를 여는 조감도에는 국제세미나를 열 수 있는 국제관과 1천 50평 규모의 성보박물관, 그리고 현대식 수련원 등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옛 해인초등학교 부지에 건립될 예정으로 제 2의 해인사, 21세기 불교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희랑조사상을 비롯, 해인사 역대 34 조사상들이 걸려 있는 2층 전시실에는 일종의 기획전으로 2천 종 4만여 권에 이르는 불교우량도서전과 아울러 유명다구 전시회가 함께 열리고 있다.
천한봉, 김정옥, 백영규, 신정희 씨 등 내로라 하는 장인들이 만든 다구에서부터 일반 생활다구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이 내놓은 80여 종의 다구들과 다상, 다포, 차 등 우리의 전통차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다구들을 모으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대개 네다섯 번씩은 찾아가 받아온 것들로 이 분야에서는 내로라 하는 분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이 우리의 차와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해인사승가대학 학인이자 해인사에서 매월 발행하는 '다로경론(茶爐經論)' 편집일을 맡고 있는 석두 스님은 우리의 전통 녹차의 효능과 우리문화와의 관계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계신다. 그리고 전시과 한편에서는 차시음회도 함께 갖고 있다. 다구전시회는 8월 2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앞으로 허허당, 원성 스님, 월송 스님의 그림전시회가 계획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고 마련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찬반이 엇갈리는 격론 끝에 미흡하나마 이렇게 전시회를 열었습니다만 시작이 반이듯 앞으로 전기마련에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과거 우리의 전통으로서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습으로써 우리의 불교문화, 그리고 내일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가족단위로 해인사를 찾는 분들에게 단순한 관광차원이 아니라 자랑스런 우리 불교문화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즈음 불교 대중화, 생활화를 위해 도심에 수많은 포교당이 건립되고 있습니다만 이를 위해 기존 전통사찰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차피 산문을 일반 대중들에게 열어놓고 있고, 이렇게 스스로 사찰을 찾는 관광객들을 그냥 지나가게 해서는 안 되지요. 그저 관광사찰로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얼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절로서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절을 알리고 불교를 알리는 작은 책자라도 마련해 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지요." 해인사 과거 현재 미래전을 총기획하고 진행을 맡은 해인출판부 호산 스님. 출가전 미술공부를 했던 인연으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마련하면서 해인사를 알리는 작은 팜플렛도 만들었다. 그리고 스님은 해인사를 상징하는 각종 기획상품들도 개발하여 함께 전시 보급하고 있다.
해인사에서 만들어지고 해인사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상품들로 팔만대장경 중 반야심경과 화엄경 변상도, 부모은중도를 재현한 경판과, 각종 도자기와 주발, 연적, 향꽂이, 다기세트, 필통, 촛대, 떡살에 팔만대장경에 판각된 변상도를 새겨 넣었고, 반야심경 경판을 이용한 열쇠고리도 기획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해인사를 알리는 작은 사진엽서집 일곱 종을 만들어 전시장 1층 한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사찰, 관광지 어디를 가든 그게 그것이라는 인식을 바꾸어놓는 해인사를 상징하는 기획상품들이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해인사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전'은 그 동안의 인식을 바꾸어놓는 보기 드문 전시회였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그 동안 닫혀 있던 구광루 1층은 앞으로도 해인사를 소개하는 전시장으로, 2층은 특별 기획전시 공간으로 개방될 것이라고 한다.
무더위 속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전시장을 돌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던 관람객들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리고 바쁜 소임 가운데에도 전시회를 챙기며 비지땀을 흘리던 스님들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몇 번인가 가본 해인사였지만 이번에는 분명 달라보였다.
여름의 마지막을 알리는 말복도 지났고, 햇볕이 아직은 따갑지만 스치는 초가을 바람이 시원스럽다. 성큼 가을이 다가온 듯 싶다. 이번 주말쯤 가족과 함께 해인사에 가보자. 해인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한눈에 보면서 젖어드는 우리의 얼과 문화에 다시금 감사하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권창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