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삶의 여성학

2007-09-18     관리자

오늘은 모처럼 혼자 TV 앞에 앉아 채널을 맞추다보니 익숙한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와 그 것을 보기로 결정했다. '우정의 무대'라는 프로다. 이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군인들 중 한 사 람의 어머니를 모셔놓고 모자상봉을 하게 한 후, 해당 사병에게는 TV출연과 함께 휴가가 주어지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묻는 확인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에 비춰지는 사병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아마도 '혹시 우리 어머니가 아닐까?'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잠시 후 어머 님의 등장하고 확인된 모자가 상봉하여 끌어안을 때, 앉아있는 사병들의 눈에서도 이슬이 맺혀 있음을 매번 확인한다. 또한 "어머니, 내 어머니, 보고 싶어요."하는 '그리운 어머니'라 는 제목의 노래를 우렁차게 부르면서도 눈에는 여전히 이슬을 달고 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민 학생들을 위하여 여러 단체에서 극기 훈련 프로그램을 방학기간 중에 주최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 이들이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할 때 부르는 노래 중에 '그리운 어머니'가 꼭 등장한다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진행자가 이 노래를 진행 중에 넣지 않아도 자청해서 부르겠다는 아이 가 반드시 있고, 다른 아이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는 많은 학생들이 눈 물을 짓는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가장 에너지가 왕성한 시기에 고된 훈련으로 몸과 마음을 다져 국가의 수호를 책임져야 할 우리 군인들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또한 성장기의 철 없이만 보이는 어 린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자칫 눈물은 곧 나약함이라는 것으로 연결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흘러 내리는 눈물은 나약함의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사랑과 희생의 대명사로서 엄숙하고 숭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 프로그램에서는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문 조사한 적도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많은 청소년들은 "어머니는 불쌍하다."고 표현하 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절구통을 연상하게 하는 허리', '집안 일로 정신없는 모습', '전 철에서 자리가 나면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습', 그리고 '거울 앞에서 흰머리를 골라내는 모습 '이 연상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신을 잊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자신의 이미지관리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조금만 태만해도 날아오는 질타를 피해갈 자기합리와의 바람막이도 없는 것이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한 때, 유행하던 유머 중에는 '북극곰시리즈'가 있었다. 강추위에도 끄떡없어야 할 북극곰이 약간의 추위에도 견디지 못하자 "엄마! 나 북극곰 낮아?"하고 자기자신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인데 시중의 유머를 연구하는 분의 해석에 따르면 이 유머에는 현대사회가 자아정체감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개개인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 자신에 대한 정체감 확인은 가까운 주변인으로 옮겨갔는데 첫 대상은 어머니였다. 예를 들면, 아기 칫솔이 엄마칫솔에게 "엄마, 정말 칫솔 맞아?" 하고 몇 번을 반복해서 묻다 가 급기야는 "근데, 엄만 왜 운동화만 닦아?"하고 반문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자녀들의 회의(懷疑)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어머니됨 을 반성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어머니가 자녀에게 조금만 섭섭하게 해도 "우리 엄마 맞아? 팥쥐엄마 아니야?"라고 불만을 표시한다고 하니, 우리의 아이들은 어머니 앞에서는 너무나 감성적인 것 같다. 자신을 공주처럼 대해달라는 듯이 굴다가도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부모의 사랑이 담긴 잔소리에는 자신이 콩쥐라도 된 것처럼 섭섭해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이기적인 속심정을 다 드러내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속심정을 말로 표현할 줄 모르는 어머니이기에 '어머니'하면 '불쌍함'이 연상된 것은 아닐 까?
또한 떨어져 있으면서 부모에 대한 자신들의 이기성과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희생을 느끼면 서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되어 눈물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기성을 버리고 순화된 감성으로 어머니를 감싸안을 기회가 있는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시기 전, 당신을 낳아주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도리천에 나아가 어머니를 위하여 지장경을 설하셨고, 범망경에서도 "지극한 도는 효순(孝順)이다."라고 하셨다.
오월을 맞이하여 부처님이 오신 의미를 되새기며 어머니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자. 그리고 가만히 귀에 대고 "어머니 사랑해요."라고 속삭여 보자.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문미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