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아니신 분 어디 있으랴

특집 / 인욕

2007-09-17     관리자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은 지금도 쉬 지 않고 돌아가는 필름 속에 남김없이 기록되고 있다. 먼 훗날 인생을 마감하는 그 날 자신 이 연출하고 연기한 그 필름을 되돌려 본다고 할 때 과연 다시 보고 싶어질까. 기왕 보는 것, 좋은 영화를 보고 싶듯이 잘못된 영화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불교에 입문한 지 10년 남짓한 요즈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돈 안 들 이고 먹는 만병통치약이 있으니,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처음엔 알아듣지 못하던 사 람도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우리가 마음을 심는 대로 그 결과가 온다는 것, 모든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짓는다는 것…. 약장사인 내가 일상생활 속에서의 구 체적인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그 때야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살아갈수록 부처님의 말씀은 그대로가 진리임을 느낀다. 우리의 삶 자체가 부처님의 진리, 그것이라는 것은 불교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절히 느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맏형을 따라 교회를 다녔고, 군 생활을 하면서도 매 주 군인교회 를 다녔던 나로서는 불교에 입문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혼해서 3년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던 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지 천주교 신자였던 아내는 장모님의 권유로 절에 가 기도를 하고 아들을 낳았다. 말뚝 신심이 생긴 아내는 불광사에 열심히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묵인 해주며 절에 가는 날 차를 태워주는 정도였다.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는 아내를 데려다 주고, 기도가 끝날 때까지 석촌 호수를 뛰며 운동 을 했다. 그리고 일요법회에도 역시 석촌 호수에서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를 하고 인근 테니 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다. 법회가 끝나면 아내를 태우고 집에 오길 3년을 했다. 그렇게 오랜 동안 절 주위를 맴돌면서도 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아내 역시 몇 년 을 절에 다니면서도 한 번도 절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도대체 절에서는 무슨 얘기를 할까가 궁금했다. 그 날도 밖에서 서성이다가 법회에 들어갔 다. 마침 광덕 큰스님께서 법문을 하고 계셨다.
"우리의 인생살이가 고해(苦海)다. 그러나 태양을 가리는 것은 구름이듯 본래 태양은 항상 빛나고 있다. 내 마음의 번뇌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뒤집어씌운 것이 아니다. 구름도 눈비도 결국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본래 어둠은 없는 것이며, 밝음 앞에 사라지지 않을 어둠은 없 는 것이다…."
참 괜찮은 얘기라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내가 알아왔던 절대믿음의 종교와는 확연히 다 른 깊이를 느꼈다. 그리고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 때 이후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일 요법회에 나갔다. 그리고 입문자교육, 바라밀교육, 명교사, 포교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교육의 기회도 놓치지 않고 공부했다. 일요법회가 끝나면 도반과 함께 목탁, 요령을 익히기 위해 집 근처인 영동대교 교각 밑에 돗자리를 깔고 밤 12시까지 목이 쉬도록 목탁과 요령을 연습했다.
그리고 연화부 활동을 자청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상가 집을 찾아다니며 영가를 위해 기 도를 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삼복더위에 있었던 39세 가장의 죽음을 맞은 상가 집에서의 입관기도였다. 양복 위에 법복을 갖춰 입고하는 염불은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양 복과 법복까지 땀으로 흠뻑 젖게 했다. 영가를 위한 기도는 곧 나의 기도임을 깨달았다.
한편 항상 가까이 지내고 있는 절친한 친구나 친지를 중심으로 전법을 시작했다. 회사 동 료와 친지, 친구와 이웃 등등, 지금의 거의가 부부가 중심이 되어 법회에 꾸준히 나오고 있 다. 거사들의 법등인 대원 2법등 마하보살을 맡으면서 법등 회보도 발간했다. 16절지 두 장 에 기초교리와 경전말씀을 발췌해서 싣고, 회원들의 동정을 실어 법회에 나온 법우들에게 배포하고, 법회에 나오지 못한 법우들에게는 일일이 발송했다. 매주 1회 발간하는 법등회보 도 어느새 158호 째가 되었다. 최근에는 법등회원들의 회원수첩을 발간했다. 바쁜 가운데에 도 시간을 쪼개 쓰다보면 그만큼의 시간이 마련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불교를 믿으며 뚜렷한 나의 변화는 참는 것, 인욕을 배우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가장 참을성 많은 사람 1호가 되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참아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윗사람 으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때도, 부하직원에게 화나는 일이 있어도 항상 마음 속으로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한다.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 고르지 못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며 걸러 진다. 약으로 말하면 진통제 효과와 다름없고, 문제의 가닥도 훨씬 잘 풀린다. 나에게 주어 진 고통의 산물은 모두가 내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만큼 상대를 부처님으로 보고 찬 탄 공경하며, 이해하고 용서할 때 그것이 곧 부처님 법 공부요, 불국정토를 이루는 길이 아 니겠는가.
최근 기업의 불황으로 인한 인력감축으로 명예퇴직이다 조기퇴직이다 해서 40∼50대 남자 들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자체도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나 가정, 자신이 선 자리가 바로 수행도량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려움을 극복해갈 때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려 가는 것이며, 그곳이 바로 정진의 터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고 귀한 액체, 즉 피와 땀과 눈물 없이 어찌 성공과 결실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의 부처님이신 이웃과 친지와 부모님을 예경 찬탄하며, 더욱 인욕하고 정진하여 전법으로 최상의 공덕을 삼으리라는 다짐을 거듭하길 바란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________
김창호 님은 현재 삼성제약 영업담당이사로 재직 중. 서울 지방검찰청 상임선도위원으로 청 소년을 지도하고 있으며, 불광법회 거사모임인 대원구 대원 2법등 마하보살로 전법활동에 열심이시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배지숙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