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은 성불(成佛)로 나아가는 길

특집 / 인욕

2007-09-17     관리자

시대가 흐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멀리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마음 씀이 없는 마음과 함이 없는 함을 배우고 그것을 끊임없이 길러 한결 같이 무념이 되고 한결같이 어둡지 않아 마침내 온갖 기댈 곳이 다 사라진 깊고 깊은 곳에 이르게 되면 저절로 깨달음과 한 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불자들의 행이 그처럼 되고 있는가 하는 것에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 해야겠습니다만 일상생활에서 수행을 병행할 수 있는 생활불교, 생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수행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뽑아 그 본래 의미를 드러내고, 실천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보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인욕의 의미와 그 실천을 실어보았습니다.

--------------------------------------------------------------------------------
인욕선인이 큰 숲 속에서 인욕을 닦고 자비를 행할 때에 가리왕이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숲 에 들어와 놀았다. 왕이 잠시 잠든 사이에 궁녀들이 구경을 다니다가 이 선인을 보자 공경 할 마음이 생기어 절을 하고 한쪽에 섰다. 선인은 그들에게 자비와 인욕을 찬양하며 말해 주니, 그 음성이 아름답고도 미묘하여 듣는 이가 싫증이 나지 않아 오랫동안 돌아갈 줄을 몰랐다.
가리왕이 깨어나 보니, 궁녀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칼을 뽑아들고 자취를 찾아 쫓아가 선 인 앞에 있는 것을 보자 교만과 질투가 복받쳐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어 칼을 뽑아 겨누고 서 물었다. "너는 무엇 하는 자이냐?" 선인이 대답했다. "나는 여기서 자비와 인욕을 공부하 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너를 시험하되 이 칼로 네 귀를 베고, 네 코를 자르고, 네 손발을 끊으리라. 그래도 네가 성을 내지 않으면 네가 참으로 인욕을 공부한 줄 알겠노 라."
선인이 대답하기를 "마음대로 하옵소서." 하니, 왕은 곧 칼을 들어 그의 귀·코·손발을 끊고 나서 묻기를 "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느냐?" 하였다. 선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자비와 인욕을 닦았으므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하니, 왕이 다시 말하기를 "네 한 몸만이 남 아 있어 아무런 세력도 없는데 아무리 입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하나 누가 그 말을 믿으 랴." 하였다.
이 때, 선인은 발원하기를 "내가 실로 자비와 인욕을 닦은 사람이라면 피가 젖이 되게 하 소서." 하니, 즉시에 피가 젖으로 변하였다. ­「대지도론」중에서­

정축년 새해도 밝았다. 사람으로 몸 받아 태어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인간의 몸 받아 세 상에 온 것이 그리도 다행스러운 일이고, 생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닦아 나가니 더욱 다행스러울 뿐이다.
살아 계시는 부처님을 못 뵙고, 매일 몸뚱이의 지시대로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지. 순간 순간 잊지 않고 스스로를 관조하며, 무엇을 하더라도 부처님 마음으로 행을 해나가고 불전 에 복 많이 짓고 부처님 시봉 잘 하며 살기를 발원해 본다.
다행히도 우리 중생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신 석가세존의 가르침은 만물을 고통과 번민에서 해탈과 기쁨으로 변화하게 해주신다. 고통과 번민을 느낄 때 그 아픔의 원인을 없앰으로 해 서 고통을 치료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하시는 인자하신 가르침이다.
현대사회는 에너지 발산의 산물인 잿더미, 번뇌 속에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사람 들을 학대하면서 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본래 너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자연도 인간도 결국은 하나인 것이다.
비록 신체기관에 붙어 있는 감각기관이 만물에까지 붙어있진 않아 감각적으로는 못 느끼 지만 마음을 기울여 보면 흐르는 물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 모습마저도 본래 없다고 생각하면 성낼 것도 동요될 것도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길, "옛날 가리왕에게 몸을 베이고 찢기 울 적에 아상·인상·중생상· 수자상이 없었기에 마디마디 사지를 찢기고 끊길 그 때에도 응당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이 있었다면 응당 성내며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일체 상(相)을 여의 고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금강경』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고 하셨다.
「대지도론」에 의하면 보살은 생각하기를 '여러 겁 이전부터 인연이 화합하여 거짓으로 사람이라 했을 뿐이다. 실로 사람이라 할 법이 없거늘 누가 감히 꾸짖으리오. 오직 뼈·가 죽·피·살이 있을 뿐이로다. 마치 벽돌 쌓인 것과 같고, 또 허수아비의 움직임과 같아서 가 고 옴이 있을 뿐이다. 이런 줄 알았으면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만일 내가 화를 낸다면 이 는 어리석은 짓이다. 스스로 죄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보살마하살들이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면 모든 대상에 대하여 참음을 닦 되, 천한 무리에게 욕설을 듣더라도 분한 생각이나 보복하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며, 때 려도 보복하지 말고, 비방해도 보복하지 말고, 성내도 보복하지 말고, 나무라도 보복하지 말 고, 분하게 해도 보복하지 말고, 두렵게 해도 보복하지 말고, 해쳐도 보복하지 말고, 그밖에 온갖 나쁜 일도 모두 참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이 보살마하살들은 항상 온갖 지혜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서 온갖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면 백 천 개의 창으로 몸을 쑤시더라도 그에게 조금도 보복하려는 마음이 없이 도리어 그 에게 대하여 항상 깨끗한 믿음과 참음을 내야 한다."고 했다.
중생은 지금 부처님이 오시더라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가 득 찬 모습으로는 지혜의 눈이 없어 장님과 같기 때문이다.
『금강경』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에서는 "지금 받는 고통 또한 본래 공(空)함을 알고, 머무는 바 상(相)이 없이 수행해 나가야 업장이 소멸되고, 오히려 전생의 죄업으로 응당 악 도에 떨어질 것이지만 금생에 업신여김을 당한 탓으로 전생의 죄업이 곧 소멸되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된다"고 했다.
인욕함으로 다시는 윤회의 굴레에 들지 않을 것이니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인욕으로 인해 어떤 중생이 와서 괴롭히거든 나의 친구요, 스승으로 알자. 그가 온갖 고통 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나는 인욕의 행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번뇌 가운데 성냄이 가장 무겁고, 착하지 못한 과보 가운데서는 성내는 과보가 가장 큰 것이다. 일체 중 생이 부처의 종자가 있으니 내가 화를 내어 그들을 대하면 이는 곧 부처님께 화를 내는 것 이 되기 때문이다.
능히 인욕을 닦는 이는 자비를 얻기 쉽고, 자비를 얻으면 곧 불도에 이르게 된다. 이제 불 도를 배우려 한다면 의당 부처님들이 행하신 법과 같이 할지언정 화를 내어 악마와 같이 되 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욕을 닦아야 하리라.
정축년 한해를 열면서 우리는 또 많은 사람과 만나 부딪치게 된다. 사람은 사회적 유기적 관계를 맺고 살아갈 인연적 존재다. 육체적 감성에 의지하여 참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부처 님은 그만큼 우리 곁에서 멀리 떨어져 계신다. 항상 기도하는 공덕으로 인욕바라밀을 닦아 슬기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___________
밀원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 승가학과 졸업, 한양대 교육대학원 심리학과 졸업, 미국 뉴욕 대 교육대학원 종교교육학과 수료, 공군사관학교·공군교육사령부·공군본부 군종실장을 역 임했다. 현재 적조암 주지,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으로 있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배지숙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