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일찍 잃은 불자님께

2002-10-11     관리자

[자녀를 일찍 잃은 불자님께]

애지중지 키우시던 자녀가 일찍 곁을 떠났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날마다 비탄에 빠져있다는 소식은 조금도 지나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찌 그 아픔을 그냥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그런 불자님의 아픔을 제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마는, 다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그런 인연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이 세상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하나는 '인과의 소산'이며 또 하나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인과의 소산이란 어느 시점에 심어 놓은 일들이 지금 그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일이든 언젠가는 그 과보가 오게 되어 있는데, 좋은 일은 선인(善因)의 결과로 복이 오는 것이고 좋지 않은 일은 악인(惡因)의 악과(惡果)로, 흔히 말하는 업장 소멸의 한 과정인 것입니다.

성장의 과정이란 이런 어려움, 고통이 우리를 성장 시키고 발전 시키기 위해 온다는 것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고통을 주기 위해 일어난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나은 나, 더 성숙한 나로 발전시키기 위해 온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런 의미로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슬픈 마음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절망하고 신세를 한탄할 일까지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 기막힌 사연이야 모르더라도, 어디까지나 일어 날 일이 일어나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런 일들을 어느 한 부분만을 보니 황당하고 슬프고 고통인 것입니다. 마치 여러 편의 비디오를 거두절미하고 중간 부분 하나만 보고 슬픔도 행복도 판단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모습만 붙잡고 놓지 않으니 슬픔이 끝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일들은 전체 흐름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슬기로운 이는 실상을 알므로 번뇌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 는 말이 있습니다. 범부들은 눈 앞에 일어나는 일들만 보고 기뻐하고 한탄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티벳 '사자(死者)의 서(書)'로 유명한 파드마 삼바바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토굴에서 수행 중인 파드마 삼바바에게 왕이 급히 찾아 옵니다. 특별히 사랑하던 8 살 공주가 병이 들어 사경을 헤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파드마는 응급조치로 일단 공주를 소생 시킨 후, 선정에 들어 공주의 인과를 봅니다. 인과를 보니 공주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왕비가 한참을 통곡한 후 묻습니다.
"만약 공주가 복덕이 있다면 어찌하여 겨우 8 살에 죽어야 하며, 만약 복덕이 없다면 어찌하여 공주로 태어났고 또 대사의 간호를 받을 수 있습니까?"
이에 파드마는, "그것은 복덕의 문제가 아니라 인과의 문제입니다"라며 공주의 전생을 얘기합니다.

현재의 티벳 왕은 전생에 수행자였습니다. 그는 내세에 왕으로 태어나 불법을 중흥시킬 원력을 세우고 수행하던 중, 어느 날 우연히 귓가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무심코 눌러 죽이게 됩니다. 금방 후회를 한 그는 파리를 보고 내세에 자기 곁에 태어나기를 발원합니다. 다음 생에 수행자는 전생의 원력으로 티벳 왕이 되고 파리 역시 공주로 태어 납니다. 하지만 파리는 전생의 업이 너무 무거워, 장수(長壽)의 복은 타고 나지 못해 8 살까지만 살고 다음 생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의 일행은 인과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닫고, 발심을 하여 왕비와 25 명의 대신과 시녀들이 출가를 하게 되었다 합니다

여기서는 일찍 죽은 사랑하는 딸이 전생에 파리였다고 말해 비유가 좀 외람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유로 들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언제나 이런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리석어, 숙명통(宿命通,전생을 아는 능력)을 얻지 못해 못 보고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숱한 분들이 눈 앞에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에 놀라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 오는 일들이 경전 여러 곳에 보입니다. 그 때마다 부처님은 삼세의 일을 환히 비춰 보시고 그 분들의 의문을 풀어 드립니다.( 시간이 나면 그런 이야기들을 이 곳에 올리거나 좀더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따라서 더 큰 세계를 보셔야 합니다. 슬퍼하는 마음, 아픔에만 젖어 있는 마음으로는 실지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마음을 부처님으로 향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늘 마음 속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왔는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고? 내 생각에 나는 남한테 못한 일 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런 나에게 이런 일이 닥쳤는고? 이렇게 간절하게 물어 보고 또 물어 봐야 합니다. 부처님께 물어 보고 나 자신에게도 물어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부처님으로 향하는 방법은, 절을 하고 경을 독송하고 염불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하실 일은 더 이상 슬퍼하고 절망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슬픔이 있던 자리, 절망이 있던 자리에 부처님을 갖다 놓으셔야 합니다. 부처님은 삼계의 대도사(大導師)이시고 사생(四生)의 자부(慈父)이시라!
부처님 자비로 내 슬픔이 있던 자리를 불사르시고 부처님 광명으로 내 절망이 있던 곳을 환하게 밝히셔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불자님이 하실 일입니다.

아직은 황망하고 가슴이 아파 제 말씀이 자금에 잘 와 닿지 않으실 것입니다만, 부디 슬픈 마음을 잘 다스리시기 바랍니다. 이 일을 계기로, 부디 불생불멸의 진리의 세계에 나아가시게 되기를 빕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시아본사 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