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인사말] 불광의 50년

2024-01-01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

2024년, 월간 「불광」이 50주년 되는 해다. 매거진이 창간되고 한 번의 결호도 없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5번 바뀐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자에서 편집 제작자로 변신한 뒤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 삶의 황금기 중 적지 않은 세월을 불광에서 보낸 셈이다. 그 시간을 회상해 본다. 

입사하고 1년 후 400호 특집호 발간(2008년 2월호)과 함께 기념행사를 조계사에서 개최했다. 2012년 1월호부터 판형을 확대하고 올컬러로 하는 등 지면을 혁신했다. 40주년 특집호(2014년 11월호)와 별도 단행본 형태의 기념 책 『월간 「불광」 40년 그 아름다운 기록』을 발간·배포했다.

2016년에는 500호 특집호(6월호) 발간과 전시회·세미나·강연회(5월, 조계사)를 개최했다. 강연회 제목이 ‘붓다빅퀘스천’이었다. 그때 시작된 붓다빅퀘스천은 꾸준히 계속돼 현재 31회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해 10월에는 기념식 및 로고와 비전 발표회가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5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2021년에는 1월호 『적멸보궁』을 시작으로 기획과 내용 면에서 큰 변화를 시도, 원테마(One theme) 매거진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후 서점 판매가 늘고 있고, 지난 호를 찾는 독자들도 많다.

50년 중 2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의 일이다. 이 시기는 이미 매거진의 시대는 점차 저물고, 컴퓨터 온라인의 시기를 거쳐 손안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다. 그 찬란했던 매거진들은 자취를 감추고, 전문지만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매거진의 기자와 필자가 생산했던 콘텐츠들은 개개인들의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SNS 속 콘텐츠로 대체됐다.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거나, 유튜브에서 관심 있는 채널 몇 개쯤 구독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런 광범위한 변화에 매거진 「불광」의 대응과 변화 모습은 적절했을까?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앞으로의 세상 역시 그 변화의 폭과 속도는 더 넓어지고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런 과정에서도 매거진 「불광」은 여전히 살아남아 그 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나온 50년이 자랑스럽고 기특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이 장밋빛으로 보장되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쉽지 않았듯, 앞으로 다가올 역사 속에서도 엄청난 노력으로 돌파해야 할 과제가 산적할 것이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라고 한다. ‘이익 앞에 정의는 죽었다’라고 해야 할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한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극복되기는커녕 더욱 심화해 급기야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들의 실천은 더디기만 하다. 계속 가속화되는 빈부격차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과 이익, 편리 앞에 중요한 가치와 지구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경제적인 풍요와 물질적인 소유의 확대만으로 인간은 행복할 수 없고, 지구와 사회의 보존과 발전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매거진 「불광」의 생존과 발전은 인간과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진정한 불교의 가치는 세계와 인간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거진 「불광」은 창간 50주년 청룡의 해를 맞이해 지난 50년을 차분히 돌아본다. 동시에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면한 과제들과 맞서 싸워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비판과 격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