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다른 이름은 나눔이다

희망씨앗 2

2007-09-17     관리자
“오늘은 뭐지요?”

부엌으로 난 창문으로 얼굴만 빼꼼이 들이밀고 한 아이가 오늘 점심 메뉴가 뭐냐고 물어본다.

“응 치즈 떡볶이랑 감자스 프랑 참치 샌드위치야.”

나와 우리 유니텔 부처님나라 봉사팀은 오랫동안 해온 자연스러움으로 감자 스프를 끓일 닭을 손질하며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답을 해준다. 또 다른 아이가 다가와서 오늘 메뉴가 뭐냐고 물어보고, 또 다른 어떤 아이도 쌓아놓은 음식재료를 보면서 이건 뭐냐고 물어 보기도 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자기도 해 보겠다며 작은 손을 걷어붙이고 우리들이 일하는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들이 매월 세 번째 일요일, 한 번도 빠짐없이 이곳을 찾고 어김없이 이런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 어느덧 8년이나 되었다.

유니텔 부처님나라 봉사모임은 안산에 있는 송암동산과 대부도에 있는 둥지청소년의 집이라는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을 위한 점심과 저녁을 해주기 위하여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 8년 동안 매월 세 번째 주 일요일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늘 비워놓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리고 또 우리 봉사모임의 법우들이 이곳 아이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점심과 저녁을 만들어 주는 것을 대단한 일인 것처럼 사람들은 ‘봉사활동’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이것을 봉사라고 이름하기에는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사전에서는‘봉사’를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아니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일함.”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야 봉사라고 한다면 나와 우리 법우들이 송암과 둥지를 방문하는 것을‘봉사’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 나는 봉사라는 말 대신 우리들과 아이들 사이의 ‘작은 나눔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8년 동안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점심과 저녁을 한 자리에서 먹으면서 적지 않은 것들을 나누어 왔다.

우리가 아이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우리가 아이들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우리가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받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너무 힘들지 않고 좋은 어른이 되길 바라고 있다는 마음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들에게 그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아이들은 어설픈 우리의 음식에 항상 즐거워하고 있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아이들도 우리를 좋아하고 있음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작은 것이지만 자기들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줄 것이 있음에 뿌듯해 하는 마음도 나누어 주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봉사를 나눔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주기만 하는 것이 봉사인 줄 알았다. 보통 처음 봉사라는 것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무조건 받는 것에 익숙했었고, 우리도 당연히 그냥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에게 무조건 오냐오냐 하면서 들어주던 것들은 마다하고, 때로는 야단치기도 했으며 살살 달래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씩이나마 주고받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가르침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빠짐없이 그 아이들 앞에 있을 자리에 우리들이 있는 것으로 가르침을 삼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우리는 별 말이 없어도 서로 느낄 수 있다. 서로 공평하게 주고받고 있고 그리고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이러한 사랑과 나눔이 우리가 빠짐없이 송암과 둥지를 가는 이유였고,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그 곳에 가야 할 이유인 것이다.

만약 8년 전의 나처럼 누군가가 이러한 나눔(봉사)에 동참하고 싶다는 선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면 나의 경험을 그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싶다. 나누되 처음부터 철저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나누라고, 하나를 주면 꼭 하나를 받고 두 개를 주면 꼭 두 개를 받으라고.

나눈다는 것은 서로 공평해야 제일 좋은 나눔이 되고, 그래야만 아무도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봉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보육원 봉사는 오랫동안 빠짐없이 그 자리에 서있어야 작은 나눔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법연성 최미선 님은 1967년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대학 입학 후 바로 결혼하였으며, 현재 결혼 후 처음으로 가져 본 직장인 삼성생명(주)에서 7년째 FC로 일하고 있다. 8년 전에 유니텔 부처님나라의 봉사방과 인연을 맺어 보육시설인 송암동산과 둥지청소년의 집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 생활 속에서 부처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실한 불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