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관세음보살은 자비심과 봉사 그 자체이다

2007-09-17     관리자
관세음보살의 전생 인연

관음본연경(觀音本緣經)에 보면 다음과 같이 관세음보살의 전생 인연을 설하고 있습니다.

“옛날 남인도 마열바질에 장나 장자와 마나사라가 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조이라는 7살 난 아들과 동생 속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병이 들어 부인 마나사라는 죽게 되었다. 장나 장자와 그의 아들들은 3년을 외롭게 살다가 아버지는 비라 장자의 딸을 후처로 맞아들여 단란한 살림을 꾸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큰 흉년이 들어 생활이 어렵게 되자 장자는 이웃나라로 무역을 가고 새어머니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있게 되었다. 하루는 새어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장차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데 큰 장애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사공과 짜고 무인절도에 갖다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저녁, 새어머니는 사공과 짜고 바다 위에서 아버지가 기다린다며 아이들을 조각배에 태워 바다 위에 밀어 넣었다. 잠자다 엉겁결에 조각배에 타게 된 조이와 속이는 어느 정도 나아가다가 번개와 태풍을 만나 부둥켜안고 춥고 무서워 생모를 부르며 울어댔지만, 아무도 구해주는 사람 없이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의하여 야속하게도 조각배는 뒤집혀져 바다 속으로 침몰하게 되었다.

한편 새 어머니는 사공과 정을 통하고 바다에 빠진 아들들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조이와 속이는 정신을 잃은 채 파도에 휩쓸려 어느 무인도에 당도하게 되었다. 무인도에서 얼마를 지내고 생활하던 추운 어느 날 조이는 굶주림에 지쳐 울면서 서원했다. ‘속이야, 이제 우리 목숨이 다 된 것 같다. 살려 해도 살 수 없는 우리 신세가 가련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와 같은 신세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이 부모형제를 잃고 기한에 떠는 자, 벗이 그리워 애통한자, 풍랑에 휩싸여 고생하는 자, 독충 악귀에 시달려 고난이 많은 자,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 해탈을 얻지 못한 자, 그런 자들을 위해서 우리는 이 산의 신(神)이 되어서 그들에게 알 맞는 몸을 나투어 구제해 주자.’하고 그들은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로 찢어진 옷자락에 이 같은 32응신의 서원을 써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죽었다.

그 후 장나 장자는 안나라산에서 무역을 하여 많은 돈을 벌어 집에 돌아오게 되었으나 아이들이 없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부인에게 물으니
‘아버지를 찾으러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않았어요. 사람을 풀어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장나 장자는 미친 듯이 직접 배를 몰아 사방으로 찾으러 다녔다.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맨 끝에 무인도에서 아이들의 해골을 발견하고, 또 아이들이 써놓은 서원을 읽고는 까무러쳤다가 다시 일어났다. 장나 장자는 아이들과 같이 구도심을 발하여 ‘원컨대 나도 모든 악한 중생을 제도하고 조속히 불도를 이루어지이다.’ 하고 서원을 세웠다.

그 뒤 조이는 인도 바라문교의 신노파(神奴派) 여신이 되어 백성을 수호하다가 오랜 세월 후 불교에 귀의하여 관세음보살이 되었다. 동생 속이는 대세지보살이 되었고, 후처는 제바달타(불교교단을 분열시키려 했던 배반자)의 전신이었고, 장나 장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었다.”

중생의 어머니가 되기로 맹세한관세음보살

심리학자들은 4살 이전에 형성된 아동의 심리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불가에서는 전생의 습이 금생에까지 미치고 있으므로 전생에 포악한 사람이 그 성격을 고치지 못하고 죽으면, 금생에서도 여전히 포악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의 전신인 조이가 표류하던 때의 심리상태는 최고의 두렵고 무서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몹시 고독한 상태였습니다. 따듯한 그 누구의 품에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을 때입니다. 그래서 생모를 피맺히도록 불러 보았으나 이미 죽은 어머니가 대답하고 도와줄 리 없었지요.

여기에서 관세음보살은 자신이 도움 받지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하여 중생의 어머니가 되기로 맹세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사바세계를 고해(苦海)라고 표현합니다. 글자 그대로 고통의 바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을 건져주는 중생의 어머니는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조이와 속이가 잠깐 머물러 있다가 죽었던 무인도는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이라 부르고 있으며, 지금은 세계적인 성지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불정수능엄경 관음원통장에 보면 관세음보살은 그 후 꾸준히 정진하여 관음여래 밑에서 수행하고 문·사·수(聞思修) 삼혜(三慧)를 얻었으며, 두 가지 뛰어난 법력을 성취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란, 첫째, 위로는 시방 부처님의 본래 묘한 깨달음의 마음과 합하게 되어 부처님과 똑같이 사랑하는 힘(慈力)이 생겼고, 둘째는 아래로 모든 중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慈悲)이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은 계속 정진하여 열네 가지 무외한 힘(十四無畏力)과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공덕(四無量心)을 얻었습니다.

중생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은 위와 같은 인연으로 인하여 서른두 가지 모습으로 우리를 구제하기 위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중생을 구원하기 위하여 나타나는 32응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불신(佛身) ②벽지불신 ③연각 ④성문 ⑤범왕 ⑥제석천왕 ⑦자재천왕 ⑧대자재천왕 ⑨천대장군(天大將軍) 10 4천왕 11 4천왕국의 제자 12 임금님 13 장자 14 거사 15 제관(帝官) 16 바라문 17 비구 18 우바새 19 우바이 21 부녀자 22 동남 23 신선 24 용 25 야차 26 건달바 27 아수라 28 긴나라 29 마후라가 30 사람31 사람 아닌 것 32 집금강신 등입니다.

또 관세음보살이 얻은 14의 무외한 힘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 ②불속의 중생을 타지 않게 하는 힘, ③물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힘, ④귀신의 해를 입지 않게 하는 힘, ⑤살해를 당하게 되어도 칼이 토막토막 부서지게 하는 힘, ⑥어두운 성품이 없게 하여 야차나 나찰 등 악귀가 보지 못하게 하는 힘, ⑦중생에게 고랑, 칼, 오랏줄 같은 것이 몸에 붙지 못하게 하는 힘,⑧험난한 길을 가더라도 도적이 겁탈하지 못하게 하는 힘, ⑨음욕을 여의게 하는 힘, ⑩ 성내는 마음을 없애게 하는 힘, ⑪ 어리석음을 영원히 여의게 하는 힘, ⑫ 지혜 총명한 아들을 낳게 하는 힘, ⑬ 단정한 딸을 낳게 하는 힘, ⑭ 『관세음보살』을 한번 부르는 것이 62억 항하사 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것과 맞먹는 복덕이 되게 하는 힘 등을 말합니다.

또, 네 가지 무량한 마음(四無量心)은

①자(慈): 중생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
②비(悲): 중생을 연민해 하는 마음.
③희(喜): 중생의 기쁨을 같이 기뻐하는 것, 또는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
④사(捨): 중생에 대해 애증친원심(愛憎親怨心)을 버리는 것, 그리고 중생의 사견과 고통을 버리게 하여주는 것 등입니다.

훗날 관세음보살이 붓다에게 와서 이근원통(耳根圓通)의 수행을 하고 대도를 성취하였을 때 그는 이 전생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다시 석가모니불 앞에서 중생 구제를 위한 32응신 맹세를 세우고 그 맹세를 실천하기 위하여 지금도 보살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서른두 가지의 갖가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곧 관세음보살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도움을 준다면 내가 곧 관세음보살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참다운 관세음보살은 자비심과 봉사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이 땅위에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는 이상에는 영원히 관세음보살의 활동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석우 스님은 동국대학교 선학과 졸업, 반야정사 주지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무불선원장으로 무불선원 홈피(http://cafe.daum.net/mubulsunwon)에서도 수행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계시어 사이버 선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저서로 『반야심경 강의』, 『돈오돈수』, 『법성게 강의』, 『조주선사 선문답』, 『무심론 강의』, 『금강경 강의』, 『전심법요강의』 등이 있으며, 현재 『완능록』을 집필 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