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혁명’ 일구는 자현 스님

유튜브를 통한 신행 활동, ‘금강경 봉찬 기도’

2023-10-30     김남수
자현 스님

지난 9월 9일, 월정사에서 진행하는 ‘금강경 봉찬 기도’에 참여한 3,000여 명의 불자들이 오대산 적멸보궁 순례길에 올랐다. 그리고 오대산 문화축전이 있던 10월 14일, 그만큼의 인원이 모여 ‘금강경 사경 소지법회’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중은 밤새며 ‘금강경 독송 철야정진’을 진행했다. 

‘금강경 봉찬 기도’는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일상에서는 온라인으로 매일 1회 이상 금강경 독송을 진행하고, 한 달에 한 번 월정사에 모여 철야로 독송기도를 진행한다. 6,000 세대가 가입했으며, 매달 1,000명 이상이 꾸준히 철야기도에 참여한다.

월정사는 그 맥을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 스님(1876~1951)으로부터 찾는다. 기도를 이끄는 자현 스님을 만나, 금강경 봉찬 기도와 유튜브를 통한 신행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금강경 봉찬 기도’에 참석한 대중들이 사경한 금강경을 머리에 정대하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금강경 봉찬 기도

“차라리 천고에 자취 감춘 학이 될지언정, 봄날의 재잘거리는 앵무새를 배우지 않겠노라.” 

한암 스님이 1926년 봉은사를 떠나 상원사로 오면서 남긴 말이다. 스님은 상원사에 26년 머물고, 그곳에서 좌탈입망했다. 

“1920년대 후반 오대산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에 압류 딱지가 붙고 난리가 났죠. 그때 한암 노스님이 상원사로 오셨고, 노스님이 시작한 것이 금강경 기도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100주년이 다가옵니다.”

한암 스님이 어른으로 있고, 실무는 지암 이종욱 스님(1884~1969)이 맡으면서 월정사 부채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갔다. 어느 정도 정비된 후, 출범했던 단체가 ‘오대산석존정골탑묘찬앙회’다. ‘찬앙회’는 1930년 발기했고, ‘금강경 봉찬 기도’는 1932년 4월부터 시작됐다.

“찬앙회와 봉찬 기도는 기도와 수행으로 적멸보궁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죠. 금강경 기도가 시작되고 몇 년 후, 상원사에 스님들의 수행을 위한 ‘삼본산(월정사 유점사 건봉사)수련소’가 세워졌어요. 
노스님은 학인들에게 ‘금강경 삼가해’를 외우게 했다고 합니다. 이 시험을 통과한 분이 많지 않은데, 그분이 수련소를 나갈 때면 동구(洞口)까지 배웅했다 합니다.”

1941년 현재 조계종의 모태가 되는 ‘조선불교 조계종’이 출범한다. 한암 스님이 초대 종정으로, 지암 스님은 종무총장으로 선출된다. 

“종단 명으로 ‘조계종’이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노스님이 일본에 이미 존재했던 종단 이름을 제외하고 선택한 종명이 조계종이죠.”

 

자현 스님이 행사에 참여한 대중들과 만월선원에서 법담을 나누고 있다.

온라인 시대의 종교 신앙

그렇게 시작된 금강경 기도가 지금은 인터넷과 유튜브라는 새로운 신행 공간을 만났다. ‘탈종교’를 이야기하고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On-Line)’ 시대에, 오프라인(Off-Line)으로 수천 명의 대중이 몇 개월에 걸쳐 오대산 깊은 산속을 찾아 정진하는 것이 놀랍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불교는 인터넷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종교인구 조사에서 불교가 최초로 개신교에 뒤처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교회는 신도들과 만나는 대면 접촉이 사찰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많습니다. 종교의 힘은 반복적으로 만나고,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절에 가도 스님 만나기 어렵잖아요?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자현 스님은 유튜브에서 ‘핫(Hot)’한 스님이다. 유튜브 채널만 세 개다. 첫 번째 채널은 구독자 23만 명, 두 번째는 10만 명, 근래 세 번째 채널도 개설했다. 8만에 이르는 월정사 유튜브를 제외하고도 40만 명에 이른다.

“유튜브에서는 구독자 10만 명 넘는 종교 채널이 별로 없어요.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다 비슷합니다. 출발선을 떠난 지 얼마 안 되고, 다들 비슷비슷해요.” 

월정사 만월선원에서 자현 스님이 마이크를 들자, 참여자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사진 촬영을 시작한다. 스님은 거기에 맞게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손짓과 독특한 억양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선원은 사찰에서 제일 엄숙한 공간이지만, 이 모임에서는 ‘엄숙함’이 안드로메다 은하로 잠시 외출했다. 몇몇 참여자를 만나 물어보니, 자현 스님과의 첫 인연은 모두 유튜브였다. 

“유튜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죠. 그곳도 양극화된 세계입니다. 
고통을 벗어나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요구는 더 강해졌어요. 명상이나 상담을 통해, 혹은 종교에서 탈출구를 찾습니다. 
하지만 지금 명상이나 상담 같은 것이 그것을 해결해주고 있나요? 저는 오히려 전통에 힘이 있다고 봅니다.”

스님은 ‘(특히 노년에 드신 분들에게) 행복은 무언가를 중심에 놓고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스님은 이 힘을 느끼기에 유튜브 방송을 정기적으로 한다. 그것도 많이.

“현실에서는 한 달에 몇 번 만나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30번도 가능합니다. 또 사람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죠. 유튜브와 SNS에서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곳은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공간이 아니죠.” 

그 중심이 기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도 여럿이 함께.

“함께하는 기도, 꾸준하게 하는 기도가 만족감을 느끼게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금강경 독송 철야정진이 끝나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했을 때, 변화하는 삶의 태도를 측정해 논문으로 발표할 겁니다.” 

 

“함께하는 기도, 꾸준하게 하는 기도가 만족감을 느끼게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금강경 독송 철야정진이 끝나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했을 때, 변화하는 삶의 태도를 측정해 논문으로 발표할 겁니다.”

기도 혁명

현대사회에 적합한 기도 모델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인터넷이 일상을 바꾼 지 꽤 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사사로운 생필품이 현관 앞까지 배달되고, 교육과 강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유튜브가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문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도 꽤 됐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시도들은 계속된다. 자현 스님은 그 앞자리에 있다. 

“지난 3월에 시작했는데, 회향은 언제 이루어질까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죠? ‘운동을 언제 마칠까요’라는 질문과 같은 거예요. 운동이 건강을 보조하듯 정신도 근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도가 그런 거죠. 입재는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하루에 한 번 이상 금강경을 독경하면서 시작되지만 회향은 죽음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언제부터 유튜브에 관심을 두셨어요?”

“서울 봉은사에서 교무로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은 인터넷과 유튜브가 중심이 되겠다 싶었죠. 모든 강의를 촬영했고, 동영상을 기준으로 교과목과 강사를 편재했고 시스템을 갖추려 했죠.”

 

“1주일에도 몇 번 방송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세요?”

“그냥 노닥거리는 거예요(웃음). 자료 준비하는 데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정리되면 자료 준비할 필요도 없고, 촬영할 때 자료 보면서 하지 않습니다. 방송하면 대중들이 ‘저 사람이 전문가인지, 혹은 잘 모르고 재잘거리는지’ 단번에 알아챕니다,”

자현 스님이 준비하는 ‘기도 혁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실 봉찬 기도는 ‘껌’입니다. 조만간 새로운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될 텐데요, 불교계에 충격을 주는 플랫폼이 될 겁니다. 불광미디어도 긴장해야 할 겁니다 (웃음).”

스님은 “인터넷은 70년대 도시화 이후 타종교에 밀린 불교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불교가 뒤처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해볼 만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제게도 사사로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은 ‘사’보다는 ‘공’에 우선을 둡니다. 이 기도를 통해 오대산만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새로운 기도 흐름을 만들어 다른 사찰에도 힘이 되고, 재정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거죠.”

금강경 봉찬 기도에 동참한 사람들은 하루 한 번 이상씩 금강경을 독송한 후, 1,000원을 적립한다. 자현 스님은 이 돈으로 북대(北臺) 고운암을 복원할 예정이다.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고, 현대 조계종의 법맥은 환암 혼수(幻庵混修, 1320~1392) 스님부터 사실상 시작됩니다. 스님이 고운암에서 나옹 스님으로부터 법을 받았는데, 뜻을 기려야죠.”

가을 단풍이 오대산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붉은색으로 변하는 단풍잎만큼이나 불교는 인터넷과 유튜브로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