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와 구미 선산] 신라 최초의 여승, 사씨

2023-09-22     김남수

선산 지역의 모례가 아도 스님을 도와 신라에 불교를 전래한 공로자라면, 모례의 누이 사씨(史氏, 혹은 사시史侍)는 신라 최초의 여승이다. 사씨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와 『해동고승전』에 나온다.

『삼국유사』에는 “모례의 누이 사씨(史氏)가 스님에게 귀의하여 비구니가 되었고, 역시 삼천기에 절을 짓고 살았다. 이름을 영흥사(永興寺)라고 하였다” 하고, 『해동고승전』에서는 “모록(毛祿, 모례를 의미)의 누이 이름이 사시(史侍)인데 역시 귀의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곧 삼천기에 절을 짓고 이름을 영흥이라 하여 거기에 머물렀다”고 기록한다. 

여승 사씨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점은, 사씨가 출가해 세운 영흥사라는 절이다. 영흥사는 법흥왕의 왕비가 출가한 곳이기도 하다. 아도가 세운 흥륜사(興輪寺)는 이차돈의 순교 이후 법흥왕 시절에 세워진 사찰이고, 후에 법흥왕이 출가한 곳이다. 법흥왕이 출가하자 왕비 역시 흥륜사 인근의 영흥사로 출가한다.

“을묘년 해에 왕비 역시 영흥사를 창건하였는데 사씨의 유풍을 흠모하여 왕과 함께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었다. 이름은 묘법(妙法)이라 하고 역시 영흥사에 주지하였는데 몇 년 후 세상을 떠났다.”

『삼국유사』 기록에는 왕비의 출가를 사씨와 직접 관련짓기도 한다. 혹자는 사씨를 신라 최초의 사미니로, 법흥왕 왕비는 계를 받은 최초의 비구니로 추정하기도 한다. 
영흥사가 신라에 세워진 최초의 7개 절인 ‘칠처가람(七處伽藍)’ 중 하나고, 왕실이 세운 사찰이기에 모례의 누이 사씨를 단순한 조력자로만 볼 수 없다. ‘선도성모(仙桃聖母)’ 설화와 같이 신라는 여신 숭배가 높았던 곳이다. 모례의 누이 사씨 역시 아도와 같이 신라에 불교를 전래한 또 한 명의 주역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