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당간 강릉 삼척] 자장 스님의 얼이 서려 있는 강릉의 사찰

2023-06-27     김남수
등명낙가사 전경. 정동진을 옆으로 꿰며, 동해 해변 길 가운데 있다. 

범일 스님에 앞서 명주(溟州)에 발자취를 남긴 스님이 자장(慈藏) 스님과 의상(義湘) 스님이다. 의상 스님이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웠다는 절이 양양 낙산사다. 

자장 스님이 명주 지역에 머문 것은 신화라기보다 역사에 가깝다. 스님은 중국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오대산(五臺山)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고, 신라로 돌아와서는 최고 승직인 대국통(大國統)을 역임했다. 경주 황룡사 건축을 시작했고, 통도사와 태화사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 자장 스님은 말년에 경주를 떠나 하슬라(何瑟羅)로 이동한다. 하슬라는 명주로 이름이 바뀌기 전 강릉 일대를 일컫는 고구려식 지명이다. 문수보살을 만나기 위해 여러 지역을 다니는데, 실패하면서 입적한 곳이 태백산 정암사다. 

자장 스님이 하슬라에 머무른 시기는 삼국 간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였고, 스님이 머문 곳은 전쟁의 최전선이었다. 신라 최고의 승직에 올랐던 스님이 말년에 신라의 변방인 명주로 온 이야기, 그리고 스님이 그토록 바랐던 문수보살과의 친견을 못 이루고 태백산 골짜기 정암사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 이야기는 조금은 비극적이다. 그렇기에 대관령과 강릉 일대에 자장 스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지 모른다. 오대산 월정사가 대표적이지만, 동해 바닷가 등명낙가사와 백두대간 용연사에도 자장 스님의 설화가 전한다. 

 

등명낙가사
등명낙가사에서 바라본 바다

동해 바닷가, 등명낙가사

등명낙가사(燈明洛伽寺)에 오르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자장 스님이 이곳에 절을 세우고 수다사(水多寺)라 했고, 고려시대 중창하면서 등명사(燈明寺)라 했다. 폐사 후, 1956년 절을 중창하고 낙가사라 칭해 오늘에 이른다. 오래된 오층석탑과 오백나한전 등이 유명하다. 등명낙가사의 옛터를 수다사라 하는데, 자장 스님이 말년에 머문 곳으로 전해진다. 수다사라는 이름은 평창에서도 발견된다. 하나둘 없어지고 있지만, 등명낙가사 주변에는 군사 철책이 있다. 등명낙가사가 위치한 괘방산(掛膀山)에는 고려의 옛 성터가 남아 있다. 등명낙가사와 괘방산이 동해 바닷가의 군사적 요충지임을 알려준다. 서울의 동쪽 끝에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정동진(正東津)을 지척에 두고 있다. 그 옛날 군사적 요충지였던 안인진(安仁津)과 정동진을 잇는 해변 길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으며, 그 길 가운데 등명낙가사가 있다. 

 

용연사
용연사

만월산 용연사

강릉 북쪽 만월산 자락에 용연사(龍淵寺)가 있다. 용연사 역시 자장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용연계곡이 유명하다. ‘용이 승천했다’해서 용연사라 이름 짓고, 절 아래에 있는 ‘용소’라는 연못은 전설을 뒷받침한다. 명승으로 지정된 용연계곡이 유명하고, ‘솔향과 만월(滿月)에 젖다’라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용연계곡은 6km에 이르며, 계곡을 따라 폭포와 작은 연못이 이어진다. 높이 20m의 양지폭포가 유명한 곳이다. 

용연사 석탑과 대웅전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