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당간 강릉 삼척]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 오대산과 명주 문화

오대산으로 모이는 도시 사람들

2023-06-27     김남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5월 말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끝나고도 오대산 월정사는 쉴 틈이 없다. 6월 10일 ‘백고좌 수계법회’에 100명의 스님이 증명법사로 참여했고, 계를 받는 수계 제자가 5,000명에 이르렀다. 2023년 3월부터 진행된 ‘금강경 봉찬 기도회’의 원력이 오대산을 들썩이게 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이 오대산으로 모였을까?

“오대산은 변방이잖아요? 오대산이 도심으로 갈 수 없으니, 도심 사람들이 오대산으로 오게끔 해야죠.”

사실 월정사는 산중사찰 혁신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천년의 숲길을 걷다’, ‘월정사 출가학교’를 비롯해 가을에 진행하는 ‘오대산 문화축전’에 이르기까지. 수계법회 행사에 많은 이들이 모인 데에는 유튜브 힘이 컸다. 

매월 한 번씩 ‘금강경 봉찬 기도회’가 철야로 진행되는데,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유튜브 ‘월정사 TV’ 회원이 8만 명 가까이 이른다.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기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죠. 부처님오신날이나 정초 용맹기도 때는 며칠에 걸쳐 실시간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오대산과 명주(溟州)

강릉, 동해와 삼척은 ‘명주 문화’라는 독특한 정체성이 형성된 곳이다. 명주 문화는 위쪽으로는 양양, 남쪽으로는 울진, 영덕까지 아우른다. 대부분은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권역이다. 

“삼국시기에는 신라의 변방이었죠? 상고 시기에는 예맥(濊貊) 문화가 있던 곳입니다. 범일 스님에 앞서 다녀가신 분이 자장 스님입니다. 자장 스님, 범일 스님을 통해 불교적 정체성이 형성됐죠. 『삼국유사』를 보면, 경주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곳이 오대산입니다. 신라의 보천(寶川), 효명(孝明) 태자가 오대산에서 수행했고, 효명은 경주로 되돌아가서 성덕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왕위 계승에는 실패하지만, 명주군왕이 된 김주원(金周元) 이야기도 유명하죠? 옛 지도를 보면 명주의 중심에 오대산이 있어요. 오대산 사고(五臺山 史庫)가 중심이고 왼쪽으로는 봉평까지를 아우릅니다. 요즈음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를 나누기도 하는데, 오대산은 영동 문화권이었습니다.”

이 같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범일 스님과 굴산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범일 스님이 명주 출신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굴산문은 범일 스님으로 시작해, 고려시대에는 보조 지눌 스님과 나옹 스님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산문이었다. 굴산사가 그 중심이었을 것으로 본다. “범일 스님이 오대산에 있다가 강릉 굴산사로 갔을 것”이라는 주변의 말도 전한다.

명주 문화의 중심이었던 강릉은 요즈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됐다. 하나의 계기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케이티엑스(KTX)’ 개통이다. 강원도의 큰 도시가 옛날에는 ‘강릉-춘천-원주’ 순이었는데, 근래는 원주 인구가 더 많다. 올림픽 이후에 외지인 비중이 높아졌고, 경제적 활력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강릉은 독립적인 문화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유교적인 문중 문화가 아직 강한데 신사임당, 율곡 이이뿐 아니라 허균, 허난설헌 등 조선시대에는 대단한 문인들이 나타난 곳이죠. 지역적 자부심이 강한 곳 중 하나입니다.”

 

명상과 요가

스님의 지속적 관심은 “도시인이 산으로 오게 하는 일”이다. 2000년 이후 ‘명상과 힐링’이 주목받았다면, 스님은 앞으로 ‘요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월정사 입구에 ‘오대산 명상마을’을 세웠고, 근래에는 ‘선명상 요가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근래에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요가의 행법 하나하나가 명상과 연결됩니다. 요가는 더위가 강해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던 인도에 맞는 문화입니다. 요즈음 현대인들은 몸을 위해 운동이다, 헬스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잖아요? 몸을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요가와 명상은 결국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기제”이고, “영성의 문제와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다. 월정사 선원에서도 요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선방 스님들도 좋아하세요?”

“속으로야 어떤지 모르죠. 요가는 몸을 움직여야 하기에 사실 귀찮은 면도 있죠.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하던데요? 허허.”

‘치유와 명상’도 불교가 현대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였지만, 요가는 조금 더 보편적이고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더 맞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요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불교가 도심 속으로 가는데 훌륭한 기제가 될 것이라 거듭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지도력’을 확보하는 문제다. 사찰에서 ‘명상과 요가’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은, 결국 이를 해낼 수 있는 스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명상은 조금 확산됐지만, 명상과 연결되는 요가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요가가 도심 전법에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더 높아질 거예요. 스님들의 교육 커리큘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튜브가 중요해졌잖아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명상과 요가’도 멀지 않았습니다. 불교계가 함께 준비해야 할 일입니다.”

월정사는 산중사찰 혁신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천년의 숲길을 걷다’, ‘월정사 출가학교’를 비롯해 가을에 진행하는 ‘오대산 문화축전’에 이르기까지. 수계법회 행사에 많은 이들이 모인 데에는 유튜브 힘이 컸다. 

 

오대산 서대, 한강의 발원지

오대산은 동서남북과 중대까지 오대(五臺)로 유명하다. 각각이 역사적으로, 신앙적으로도 이름났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서대 우통수(于筒水)다. 예부터 우통수는 한강의 발원지로 이름났다.

“요즘은 태백산을 발원지로 보고 있지 않나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보고 있는데, 사실 역사적 문헌에는 오대산을 발원지로 보고 있습니다.” 

한강의 발원지가 태백산으로 옮겨진 것은 근래다. 스님은 각각으로도 성스러운 의미를 지닌 오대를 하나의 ‘오대산 문화’로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또 하나, 가을에 개원 예정인 ‘국립 조선왕조실록 전시관’이다. 오대산 사고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반출됐다. 일본으로 넘어간 의궤가 우리나라로 돌아오기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조선왕조실록은 110년 만에, 왕실 의궤는 101년 만에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이를 위해 스님이 소송을 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가 수립되면서 청구권이 소멸됐다 해요. 소송 당사자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월정사 주지밖에 없다 합디다. 오대산 사고의 위치를 사명대사가 지정했다고 합니다. 사명대사가 5년 넘게 오대산에 계셨거든요. 사명 스님의 뜻과 오대산 사고를 지켜왔던 스님들의 계승자로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원도와 불교계의 노력으로 2006년과 2011년에 각각 국내로 돌아왔지만, 월정사로 오지 않고 서울대로 옮겨졌다. 이를 제자리로 모시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유네스코에도 문화유산은 본래 자리에 있는 것이 원칙이라 하잖아요?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가져오기 위해 박물관을 짓고, 건물은 국가에 기부했습니다.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가져오는 결의문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근래 예산이 확보되면서 올가을 오대산 문화축전 기간에 환지본처(還至本處)할 예정입니다.”

일본으로 반출된 기간 100년, 거기에 다시 오대산으로 오기까지 10년 만에 국립박물관이 오대산 권역에 들어선다. 스님은 이렇게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월정사는 산중사찰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불교가 도심으로 가기 위해 지난 100년 넘게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노력만큼 잘되지 않았죠. 지금은 디지털 시대잖아요? 산중은 농축된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이 있는 곳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새로운 신행 문화를 형성할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본디 새로운 문화는 변방에서 만들어집니다.” 

 

대담. 류지호
정리. 김남수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