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음

시 뜨락

2007-09-17     관리자
나는 광기에 의해 망가진 우리 세대 최고의 지성들이 발작적으로 나체가 되어 굶주린 채,
새벽 성난 환각주사를 찾아 검둥이들의 거리에서 몸을 질질 끄는 것을 보았네,
우주의 구조 속 별들의 발전기와 고대의 천상과의 관련성을 애타하던 그대 천사의 머리를 한 비트족들이여,
가난하고 남루한 텅 빈 눈으로 도시의 고지대를 따라 떠다니는 싸구려 공동주택의 초자연적인 어둠 속에 높이 앉아 담배 피우며 재즈를 음미하던 그대들,
고가철도 아래 신(神)에게 머리 속을 털어놓고, 빛나는 셋집 지붕 위에 비틀거리는 모하멧의 천사들을 본 그대들이여,
학자들의 전쟁 사이로 알칸사와 블레이크의 밝은 비극의 환청을 들으며 빛나는 서늘한 눈으로 대학을 통과한 그대들이여,
미친 외설 시를 해골의 유리창에 써 공표했다 하여 학교에서 추방된 그대들이여,
더러운 방에 속옷 차림으로 웅크리고 앉아, 쓰레기통에 지폐 태우며 벽을 통해 공포(Terror)에 귀 기울이던 그대들이여,


Howl



I saw the best minds of my generation destroyed by madness, starving hysterical naked,
dragging themselves through the negro streets at dawn looking for an angry fix,
angelheaded hipsters burning for the ancient heavenly connection to the starry dynamo in the machinery of night,
who poverty and tatters and hollow-eyed and high sat up smoking in the supernatural darkness of cold-water flats floating across the tops of cities contemplating jazz,
who bared their brains to Heaven under the El and saw Moham- medan angels staggering on tenement roofs illuminated,
who passed through universities with radiant cool eyes hallucinating Arkansas and Blake-light tragedy among the scholars of war,
who were expelled from the academies for crazy & publishing obscene odes on the windows of the skull,
who cowered in unshaven rooms in underwear, burning their money in wastebaskets and listening to the Terror through the wall,


* * *

알렌 긴즈버그의 시는 산만한 구성 가운데 예언적인 암시를 주면서 비트족(族)의 문화적·사회적인 비순응주의를 주장하고, 때로 외설적인 표현을 즐겨 다루었다. 그의 시는 비트 세대의 작가들의 글이 그렇듯이 논리 정연한 담론의 형태라기보다는 거친 어구나 추상적인 시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의미 없는 이미지들, 시의 창조적 자유를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구사한 공격적이고 무책임하며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내용들과 그 외에는 아무도 그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적 언어들로 가득하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이 시의 제1부의 어두운 상황들은 시대에 대한 분노와 부정의 정신으로 씌어졌다. 시인이 시대의 관찰자가 되어 당대의 최선의 사람들을 파멸의 증인으로서 내던진, 어둡고 침울하며 환각적인, 그러면서도 현실의 사건에 바탕을 두고 비틀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시에 언급된 일련의 사건들과 상황들은, 그 두드러진 어둠의 색조 때문에 독자에게 무거운 느낌을 준다.
비트파 시인이나 작가들의 영적 체험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긴즈버그는 슈나이더(Gary Snyder)와의 교우, 구도적인 인도 방문, 인도의 고승들과의 만남의 영향으로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한 후 그 깨달음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젊은 시절의 그의 반항이 일시적 충동의 결과가 아님을 증명했다. 그가 늙어 도달한, 평화주의에 근거한 핵 확산 및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에게 있어 선불교의 영향은 “사물의 조화와 일치, 연합의 강조이며 동시에 자유로운 정신에 근거한 초월적 사상의 허용, 성을 죄악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악조차도 적이 아닌 삶의 필연적 동반자로 여기는 점”이다. 그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 그 곳이 바로 자신이 서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신의 균형 감각이 그의 초기 시 ‘울부짖음’에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긴즈버그는 1962년 인도 방문 중에 힌두교의 고승 스와미 쉬반다(Swami Shivanda)에게서, “어디서 스승(guru)을 만날 수 있는가?”라는 그의 질문에 “유일한 스승은 그대의 마음(heart)”이라는 대답을 듣고 그가 찾고 있던 해답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갑자기 깨닫고 크게 깨우쳤다. 여기서 마음은 인간의 외부에 대응되는 인간의 내부 곧 인간의 내면의 자아(self), 더 나아가서 본성을 일컫는다. 그는 시인 고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시낭송을 한 바 있다.

알렌 긴즈버그(Allen Ginsberg, 1926~1997): 뉴저지 주의 뉴어크(Newark)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보수파 시인인 아버지 루이스 긴즈버그(Louis Ginsberg)와 시인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어머니 나오미 긴즈버그(Naomi Ginsberg) 사이에서 출생했다.

그는 195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반(反)문화운동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의 지도자격인 미국 시인이다. 비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은 하위문화를 가리키는 단어이자 소규모 그룹의 배고픈 시인들, 마약 중독자, 부랑자, 예술가, 학생들 등의 움직임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들의 작품들과 움직임은 상실의 시대 (Lost Generation)라 일컬어지던 시기에 중요한 문화(히피, 펑크, 마약, 반전운동 등)의 독백으로 자리 잡혔으며 많은 훌륭한 시인, 소설가, 민요 가수 등을 등장시키게 된다. 그 가운데에는 민요가수 밥 딜런도 있다.

대표작 ‘울부짖음(Howl)’(1956)은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격렬한 탄핵이며, 동시에 통절한 애가(哀歌)라고 할 만한 긴 시이다. 이 시는 반사회적인 작품성 때문에 195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 밖에 『캐디시와 다른 시들』(Kaddish and other Poems)(1960), 『텅 빈 거울, 초기 시』(Empty Mirror, Early Poems)(1960) 등이 있다.

정영희 위덕대학교 영어학부 교수(jungyoungh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