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비슬산 자락의 소재사

2023-03-28     김남수

 

재앙을 소멸하는 소재(消災)

비슬산 대견봉을 향한 길을 오르다 보면, 왼편에 소재사가 있다. 절 입구에 일연 스님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다. 동상 속의 일연 스님은 한 손으로 주장자를, 또 한 손으로는 『삼국유사』를 쥐고 있다. 아마 일연 스님도 이 길을 수시로 걸었으리라.

‘재앙을 소멸한다’는 소재(消災)가 절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은 흔치 않다. 소재도량(消災道場)이 고려시대에 많이 개설됐기에, 소재사의 창건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신라시대 헌덕왕 때 창건됐다고 한다. 

 

제자리를 잃은 향로

소재사를 떠난 두 개의 향로가 있다. “신라 헌덕왕비가 시주해 주조했다”는 향로가 조선 후기까지 남아 있었다 한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행방이 묘연하다. 나머지 한 개의 향로는 의외의 곳, 영국박물관에 있다. 고려 공민왕 시절에 조성됐는데, “비슬산 소재사의 지장보살 앞에 바치는 향완(香垸)입니다. 주상 전하의 만만세와 공주 전하의 수천추, 왕후 전하의 수무강과 천하가 태평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천천세(千千歲)가 아니라 만만세(萬萬歲)인 점이 주목된다. 

두 개의 향로는 소재사의 위상을 보여주지만, 지금은 제자리를 잃어버리고 비슬산을 떠나 있다. 현 소재사 대웅전과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보살상이 대구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