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병의 하루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09-17     관리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안에 위치한 군부대 군법당을 맡고 있는 군종병 김대성 입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소임을 맡고 있 는 여러 군종병에게 제가 군법당을 이끌어 가고 있는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몇 자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군법당은 120여명 정도가 함께 모여 법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른 군법당보다 크 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에 아미타 부처님을 비롯 좌우 보처에 관세음보살님과 지혜의 보살이신 문수보살님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불법을 수호하고 어리석은 중생을 보호하고자 원을 세운 신중단과 예로부터 내려오는 호국불교의 얼을 받아 우리 나라 국방과 불교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모셔져 있습니다. 그외에 제가 사무를 보거나 장병들과 상담할 수 있는 군종실과 주방이 있습니다.
군법당을 지은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썰렁하기만한 법당을 바라보 고 있으면 제가 전역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계획된 생활은 아니지만 청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도량청정 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라는 말처럼 제 주위가 항상 깨끗하면 제 자신이 깨끗해짐을 느낍니다. 청소가 끝난 후 간단하게 기도를 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서적을 보면서 하루 일과를 마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저의 생활을 설명하면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종교활동을 이끌어 가는데 저희 부대 같은 경우 주 3회에 걸쳐 종교활동을 합니다. 같 이 법회를 볼 수 있는 인원은 60명밖에 되지 않지만 항상 저와 함께 이 군법당을 이끌어가 고 있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좋은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또한 종교행사를 전후로 해서 장병들의 고민이나 괴로움을 같이 나누어 조금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종교행사의 목적이 장병들에게 그 동 안에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고 새로운 활력소를 심어 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초소위문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 4회(월,화,수,목)에 걸쳐 차와 빵을 가지고 야간 경계 를 서는 장병들을 찾아가 피곤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 잠시나마 추 위를 잊게 하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러한 근무자를 만남으로 인해 부대에 대한 건의 사항을 들을 수 있 으며 종교활동을 보다 더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에게 약간의 행복도 주겠죠! 어찌 보면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 복 아니겠어요? 그리고 저희들을 만나서 약간의 행복함을 느낀다면 군종병으로서 소임을 충 분히 이행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도서 출장이 있습니다. 도서 출장은 한 달에 1박 2일 입니다. 이 기간에는 불서를 출 판하는 출판사나 불교대학에 가서 월간지 및 단행본을 보시 받아오는 일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말을 인용하면 '탁발' 이지만 군법당을 이끌어 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이 책보시 같습니다. 차라리 스님이라면 쉽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저하고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출판사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군법당을 도와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 구요! 그래도 그나마 책 보시를 해주는 출판사가 있어 저희 군법당의 책꽂이에 책을 꽂을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비어 있는 책꽂이를 바라보며 이 자 리를 빌어 이 책을 보고 있는 많은 독자들께 부탁드립니다.
넷째, 신병교육입니다. 이때에는 이제 막 자대배치 받은 신병들이 군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 움을 없애며 군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단지 종교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이 없잖아 있지만 이제 막 전입온 신병이나 저희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육입니다.
이것으로 저의 생활이 두서는 없지만 정리가 된 듯합니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군법당 활성화한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좋은 방법을 제시한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런것도 좋고 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현재 군법당을 담당하는 군법사의 수는 80명 정도라고 합니다. 터무니없이 모자 란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이 수를 결정하는 것은 군불자들의 수에 의해서입니다. 잠깐 논지 를 벗어나 기독교의 경우 현재 군목사의 수는 25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군에서의 기독교 신자는 군전체의 반을 차지하며 불교는 이것의 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군법사도 군목의 반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같은 군종병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여러 단체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 은 군법사의 활성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사찰의 현대화입니다. 옛것이 사라지고 거의 대부분이 신식 건물로 옮겨지고 있 는 현실입니다. 군부대에 가까이 있는 사찰만 봐도 그렇습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나무와 기왓장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망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으니 불교도 형식이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외적으로 변한다고 해서 내적인 모순이 해결될까요? 그러면서도 자연을 훼손한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이 의심스 럽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군대는 포교의 황금 어장입니다.
법당 하나 짓는 것보다 한 사람을 포교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나무관세음보살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