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에코팝아티스트 ‘제인’이 노래하는 실상사 이야기

싱어송라이터 김수경 씨

2022-12-27     송희원
에코팝아티스트 제인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수경 씨가 실상사 마당을 걷고 있다. 

노고단 골짜기를 넘어 굽이굽이 아침 안개 걷히면
저 멀리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그루 천년을 서 있네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넓은 절 지리산 실상사의 마당엔
오늘도 등 굽은 노스님 한 분 밤낮으로 풀을 뽑고 있네
(…)
시냇물 건너 산비탈 마을엔 백제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그곳엔 작은학교 아이들은 우리 절 우리 마을이라네
(…)
내가 함께할 시간은 짧겠지만 우리 함께한 날들은 빛났지
천년을 지켜온 넓은 품에서 내가 잠시 쉬었다 간다네 
-<천년의 품속에서> 가사 중에서 

천년고찰 실상사에는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매일 아침 포행하는 노스님 발소리, 공양 시간을 알리는 목탁 소리, 절 앞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 나무 그늘에서 뛰노는 아이들 웃음소리, 울력으로 풀 뽑고 밭 가는 활동가들이 분주한 소리,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제인(Jane)’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수경 씨는 이런 실상사의 소리와 풍경에 주목했다. 그리고 <천년의 품속에서>라는 곡을 만들었다. 

“<천년의 품속에서> 노래 가사에는 제가 실상사에서 느낀 감성이 담겨 있어요. 자연 속 도량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처음 봤을 때 ‘여기야말로 도솔천이 아닐까’ 싶었어요. 여기서 공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걸 기꺼이 내어주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죠. 이런 실상사의 불교적이고 생태적인 삶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노래로 알리고 싶었어요.” 

김수경 씨는 실상사 선재집 한편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2023년 발매할 예정인 실상사 음반의 곡작업을 하고 있다. 

김수경 씨는 ‘자연주의 음악’을 추구하는 에코팝아티스트로 생명평화 도량인 실상사와 잘 어울리는 예술가다. 그녀는 화려한 전자음악과 기계 소음에 둘러싸여 사는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숨결이 담긴 음악을 만들어 들려준다. 이를 위해 ‘에코팝(Eco-Pop)’이라는 장르도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광고 등 다양한 장르 음악감독이자 싱어송라이터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2012년에는 [크게 숨을 쉬어봐요] 앨범 타이틀곡 <직지사역>도 발표했다. 사라져가는 간이역인 직지사역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곡을 썼고, 김천 지역의 유치원생 50여 명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런 그녀가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상사 선재집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이곳 사람들을 만나며 곡을 쓰고 있다. 지리산의 숨결과 실상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앨범도 곧 발매할 예정이다. 

“실상사 사람들과 다 같이 앨범을 만들 거예요. 특히 <천년의 품속에서>는 작은학교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거고요. 다양한 실상사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 10곡이 이 앨범에 실릴 거예요. 2023년 5월 부처님오신날에는 이 앨범으로 실상사 사람들과 공연할 계획도 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실상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