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동구(東歐) 불교

세계의 불교/ 유럽편

2007-09-17     관리자

동구는 아직 혼란에 가까운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지난 '98년 개방 개혁의 물결이 동구를 휩쓸면서 도미노 현상처럼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자 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새 체제가 들어서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공산 치 하의 자취가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 국가 가운데 폴란드, 헝가리, 체코는 트로이카라 불렸던 3대 강국이다. 이들 나라에 서 서히 불교의 숨결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구상 어느 누구보다도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 는 이들 나라에서 불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헝가리의 불교

지난 '95년 4월 초, 세계 유수의 AFP 통신은 부다페스트발로 이색적인 기사를 타전하고 있 었다.
기사의 내용은 헝가리 남부 잘라스잔토에 헝가리 역사상 최초의 불교사원이 건립됐다는 소 식이었다.
기사에는 석가 탄신 2539주년을 즈음, 오스트리아의 복지법인 평화불탑 재단이 재정을 뒷받 침해 건립된 이 사원 개원식을 집전한 주인공들이 바로 한국의 조계종 스님들이었다는 사실 도 명기되어 있었다.
이날 개원식에는 달라이 라마의 티벳 불교 대표단, 오스트리아의 카톨릭 대표 등 각국 각계 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평화사로 명명된 이 사원이 자비와 지혜를 펼치는 예불과 명상의 도량이며 순례자와 호주머 니가 궁한 여행자들의 숙소로서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남부 형가리 의 또하나 작은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헝가리 최초의 불교사찰 개원식을 한국 스님들이 집전했다는 사실에 서 알 수 있듯이 동구에 대한 불교의 본격적인 전파가 한국 불교계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긍 지 높은 사실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폴란드의 불교

지난 '78년 숭산 스님은 온갖 장애와 위험을 무릅쓰고 단신으로 폴란드 여행길에 올랐다.
폴란드 카톨릭 재단의 초청에 의해서였다. 그 여행에서 숭산 스님은 30명의 젊은 청년들을 자신의 제자로 만들어 냈고 '82년 두 번째 방문에서는 10명에게 법사 자격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당시 폴란드는 야루젤스키 정권의 계엄령 치하였음에도 숭산 스님의 법회장에 5백여 명이 운집, 폴란드 경찰 당국을 놀라게 했다는 얘기가 있다. 현재 폴란드에는 수도 바르샤바를 비 롯 다스크, 더블린 등 곳곳에 한국 선을 펼치는 선원이 만들어져 있다.
강대국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위치한 폴란드는 그 지정학적인 요인 때문에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벨상에 빛나는 퀴리 부인, 공산정관하의 어려운 상 황을 타개한 저 유명한 그단스크 레닌 조선소의 솔리다노시(자유노조)운동을 이끈 레흐 바 웬사 전 대통령, 그리고 현재 세계 카톨릭의 대표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리게 되 는 유서 깊은 강국이다.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독일(프로이센을 의미)의 개신교와 러시아의 정교의 영향에 대항하는 의미로 카톨릭이 주요 종교로 자리하고 있다. 국민 전체 3천8백여 만명 중 3천 6백만 명이 카틀릭 신자라는 통계는 카톨릭이 정치 사회에 걸쳐 큰 영향을 마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사에 의하면, 카톨릭을 제외한 다른 종교는 전체 인구의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즉 러시 아 정교, 개신교,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등을 모두 합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조만간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폴란드 국민들은 현 교황이 폴란드 출신임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카톨릭을 자신 들 천부의 종교로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 제에다 카톨릭의 일상생활에의 규제 내지 엄격성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심신이 지친 입장이 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에는 크게 다섯 개의 불교다체가 공식 등록 활동 중에 있다. 달라이 라마의 티 벳 불교가 그 고유성(유럽인들은 부처님시대의 불교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불교로 티벳 불 교를 생각하고 있음)과 인권문제에 관심을 결합하여 상당히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80년에 본격 시작된 한국 불교는 '조계선 불교회'라는 명칭으로 바르샤바에 본부를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조계종의 선불교가 중심이 되어 있으며 회원들은 특히 용맹정진을 2~3일간 집중적으로 하면서 참선과 108배를 법회 때 항상 행하고 있다. 바르샤바의 폴란드 한국불교의 본찰격인 도암사가 바로 폴란드 조계선 불교회의 본부 이기도 하다.
'96년 말 현재 8개로 파악된 전국 각지의 지부 회원들의 회비와 성금으로 선원 법당을 운영 하고 있다.
회원들은 주로 대학교수(의학,철학,심리학 등), 의사, 대학생 그리고 참선에 관심있는 일반인 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94년 9월, 폴란드 남부에 위치한 고토 크라쿠브(3대 도시)의 참 선도량에서의 진지하게 용맹정진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 불교 계통의 조계선불교회이외에 티벳, 베트남, 일본 불교 등 이 들어와 있으며 5개의 전국적인 규모의 불교단체에는 사찰이 6개, 스님, 법사가 85명, 정식등록된 회원이 7백 50여 명, 이외 관심있는 일반인이 수백 명을 헤아린다. 이중 조계선불교회의 경우 바르샤바 도암 사에 상주하시는 스님 한 분, 전국적으로 정식 수계하고 자격을 갖춘 법사가 63명, 그리고 정식회원이 2백30여 명으로 되어 있다.(1993년 통계) 특히 '89년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일반 서민들의 사회 심리적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 (실업문제, 물가상승...)에 대한 걱정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불교적 처방, 즉 참선을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의 불교

금세기 초만 해도 융성했던 선진산업국가로서, 당시 세계의 부국(당국)중의 하나였던 체코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영향의 사회주의 체제 속으로 편입되어 지난 45년을 보내게 되 었다. 이 암울한 시간들중 '68년 프라하의 봄'을 전 세계에 알린 체코인들은 이웃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89년~'90년 사이의 '조용한 부드러운 혁명'을 거치면서 중부 유럽 개혁국가 중 선두주자로 발돋음 하면서 그 저력을 보이고 있다.
다시 밀려드는 엄청난 수의 외국인 관광객<인구 1천50만에 비해 6천 5백만의 외국인 관광 객 수('94년 말 추정)>, 안정된 경제성장(연 3%), 낮은 실업률(3%), 비교적 건실한 인플레율 (11%)등은 활기찬 사회상을 반영해 주고 있다. (1995년)
체코 불교는 다른 유럽 나라와 마찬가지로 '30년대 초에 주로 지식인층에서 학문적 접근을 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뚜렷한 활동이 없다가 '80년 폴 란드 바르샤바에서 숭산 스님의 강연회가 열렸을 때 여기에 참석했던 체코인들이 관음회를 결성하여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회원 가정에 모여 참선, 용맹정진을 하면서 불법을 참구했다. 참석하는 회원은 주로 불교철학에 관심있는 젊은 대학생, 참선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생각하는 의사나 의학 도, 심리학자 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루미르 콜리빌, 미사마자 초바 씨(여)가 이들의 중심인물, 이들 두 사람은 지난 '92년 불교 입문서 번역본을 출판했는 데, 이때초판 인쇄 3천부가 쉽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체코에 구체적으로 불교신자와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추정하기는 힘드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불교단체는 7개가 체코내에 있으며, 슬로바키아(93년 1월 1일자로 체코 슬로바키아 연방에서 분리)에도 2개의 불교단체가 있다.
각 단체는 대략 20~30명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관 음회가 프라하 시내와 클라드노 시 두 곳에서 정기적으로 법회를 하고 있다.
프라하 시의 관음회는 매주 화요일저녁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담소한 후 7시부 터 법회(찬불가 포함), 명상, 그리고 30분씩 두 번의 좌선을 하는데, 이 법회는 미사 마자초 바 씨가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클라드노 시의 관음회 지부는 매일 저녁 7시 법회, 7시30분 명상 및 참선(30분씩 두 번), 8시 30분~밤 12시 까지는 토론, 불교음악 감상, 비디오 시청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지리 스메이칼 씨가 지도하고 있다. 단체운영은 주로 회원들의 회비와 보시로 써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불교단체로는 티벳불교 계통의 두 개 단체, 스리랑카 불교 계통 1개 단체, 베트 남 불교 1개, 일본 불교계통 1개가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참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편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슬로바키아 관음선회'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 5시 30분~7시 30분, 저녁 6시~7시 30분, 일요일 아침 7시~8시 30분, 저녁6시~7시 30분에 108배, 명상음악 감상, 참선, 결가부좌 연습 등을 하고 있다.
동구의 불교는 이제 파종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개화의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 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기성불교 국가로부터의 왕성한 지원, 전도 인력의 파견, 불서의 번역 작업 등이 절실하다.
이데올로기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동구 나라들의 오늘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산치하의 경험을 했고 지금은 그들로서는 전혀 새 로운 가치관인 서구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이들 나라, 이들 나라에서의 불교 모습을 우리는 깊은 관심을 지니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