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생선(久坐生禪): 그냥 보기만 하세요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69)]

2022-11-23     현안 스님
출처 셔터스톡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데 중독돼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종일 생각하는 걸 멈추지 못합니다. 우리는 알아차리는 것보다도 생각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걸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선(禪)이라는 증명된 기술이 있습니다. 믿을 수 없나요? 명상을 통해서 정신적 활동을 모두 멈출 수 있는 것입니다.

한자로 ‘오래 앉아야 선이 생긴다’는 뜻의 구좌생선(久坐生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좌선은 연못 속 흙탕물이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서 맑아지고 물결도 잔잔해지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동요시키지 않고 기다리면 저절로 달리는 걸 멈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동요를 멈출 수 있나요?

그건 하기 어렵지만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도 따라가지 말고 그냥 관찰만 하는 겁니다.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에 반응해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명상하려고 가부좌로 앉습니다. 그런데 아프다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때 우린 자연스럽게 아픔이 멈추길 바랍니다. 그러는 대신 아플 때, 그냥 그 아픔을 받아들이고, 아픔이 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멈추는 것입니다. 이걸 성숙한 반응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걸 삶의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견디십시오. 이것이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길입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 거부, 걱정이 조금이라도 일어나면, 그런 생각에 더욱 반응하고 싶어진다는 걸 알아차리셨나요? 예를 들어 앉아서 명상하는데, 다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때 그다음 걱정의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러다가 다치는 거 아닐까? 다리를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또는 다른 생각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너무 지루하다. 도저히 안 되겠어. 차라리 TV를 보는 게 나을 텐데.’

이런 생각에 반응하면, 여러분이 다음에 명상할 때도 매번 이런 생각들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이런 사소한 생각들이 받아들여졌고, 여러분들이 그런 생각들을 인정함으로써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이 다른 더 좋은 곳을 찾으러 가는 대신 계속 여러분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렇듯 명상이란 앉아서 일어나는 생각들에 반응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공포, 지루함과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에 반응하는 것을 멈추는 걸 익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생각이든 자제하도록 배우는 것입니다. 생각들에 반응하지 않으면 더 빨리 가버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으로 하여금 정신적인 처리를 줄이도록 해주는 겁니다.

생각에 반응하는 것이 더 많은 생각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되는 겁니다. 원치 않는 생각을 무시해버리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얼마나 경제적인 일인가요? 그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중국 속담에 “선은 마치 낚시 바늘 없이 낚시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선승들의 이미지에 보면 강기슭에서 낚시하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낚싯바늘을 쓰지 않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오고 가는 걸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선’은 우리의 생각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응하고 싶게 만드는 생각들이 어떤 것인지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거기 반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명료해질 것입니다. 그런 점이 바로 우리의 집착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걸 잘 거부하려면, 그런 집착을 없애는 쪽을 택할 수 있습니다. 집착을 버리는 것이 바로 지혜를 여는 길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단지 지켜만 보고 반응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면, 정말로 필요할 때 아주 재빨리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