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일본의 정토 신앙

일본 정토진종의 신도교육 견문기

2022-10-24     김호성
신란교류관 가는 길에 있는 신란 스님 동상 사진 필자 제공

일본의 정토진종은 아미타불의 타력(本願力·본원력)을 믿고서 왕생 성불을 지향하는 종교다. 2018년 일본 교토에서 잠깐 산 적이 있다. 정토불교의 한 종파인 정토진종(淨土眞宗) 본원사파(本願寺派)의 종립대학인 류코쿠(龍谷)대학에서 객원연구원 신분으로 공부할 때였다. 그때 ‘진종 대곡파(大谷派)’의 본산인 동본원사 부설 신란교류관(親鸞交流館)에 다녔는데, ‘정례법화(定例法話)’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였다.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오셔서 교대로 설법을 해 줬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중 놀라웠던 경험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신도 자격 테스트 

어느 날 스님이 법회 자료를 나눠 주는데, OX 퀴즈다.  A4 용지 한 장에 앞뒤로 각기 10문제가 출제됐다. 우선, 「진종신도[門徒]의 참배 – 이것으로 당신도 진종신도 -」 면부터 풀어보자. 먼저 문제부터 옮기고, 정답은 그 뒤에 제시하기로 한다. 

1. 진종에서는 ‘불단(佛壇)’이라 말하지 않고 ‘내불(內佛)’이라 말하는데, 그것은 집 안에 모시기 때문이다. 
2. 내불의 중앙에는 아미타불, 오른쪽 협시(脇侍)는 10자 명호나 신란(親鸞) 스님, 왼쪽 협시는 9자 명호나 렌뇨(蓮如) 스님이다.  
3. 내불은 새집처럼 (그 집에서) 죽은 사람이 없을 때는 필요 없다. 
4. 내불을 향해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을 기도한다. 
5. 내불에 대한 참배는 보은강(報恩講)보다 연례제사(年例祭祀)가 중요하다. 
6. 내불은 조상을 공양하기 위해서 모신다.  
7. 불공은 아침 독경 뒤에 올리고, 정오 전에는 내린다. 
8. 내불은 언제나 덮개포(打敷)로 덮고 깨끗하게 장엄해 둔다. 
9. 촛불은 평시에도 켠다. 그리고 끌 때는 손으로 부채질해 끈다. 
10. 보은강 때는 붉은 양초, 연례제사 때는 흰 양초를 쓴다. 

1번의 정답은 ‘X’다. 절의 본당(=법당)이 아니라 다른 곳에 모셔진 부처님이기에 ‘내불’이라 부른다. 

2번의 정답은 ‘O’다. 10자 명호는 세친(世親·天親·Vasubandhu, 4세기)보살의 『정토론』에 나오는 ‘귀명진시방무애광여래(歸命盡十方無碍光如來)’를 가리키며, 9자 명호는 ‘나무불가사의광여래(南無不可思議光如來)’로 중국 담란(曇鸞, 476~542) 스님의 『찬아미타불게(讚阿彌陀佛偈)』에 나오는 ‘나무불가사의광’에 ‘여래’를 덧보탠 것이다. 10자 명호나 9자 명호나 모두 본질적으로는 6자 명호, 즉 ‘나무아미타불’과 다르지 않다. 다만, ‘무량수불’보다 ‘무량광불’을 강조하는 뉘앙스가 있을 뿐이다. 이미 아미타불의 광명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으리라. 신란(親鸞, 1173~1262) 스님은 정토진종의 개조, 렌뇨(蓮如, 1415~1499) 스님은 정토진종의 중흥조다. 

3번의 정답은 ‘X’다. 너무나 상식적 문제라 더 설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4번의 정답 역시 ‘X’다. 이 점은 우리나라 불자들은 언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해 볼 것이다.

5번의 정답도 역시 ‘X’. 보은강은 신란 스님의 기일(忌日)을 중심으로 1주일 동안(전3일+기일+후3일) 행해지는 법회다. 연례의 기일은 조상들의 제사다. 보은강은 정토진종에서 가장 중시하는 법회다. 신란 스님을 추모하는 것 못지않게 왕생 성불을 위한 계기를 보은강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상을 천도하는 제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일 터이다. 

6번의 정답은 ‘X’. 앞의 5번 문제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보자. 신란 스님은 『탄이초(歎異抄)』 제5조에서, “나 신란은 부모의 공양(孝養)을 위해서, 단 한 번이라도 염불을 왼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모든 중생은 모두 다 세세생생(世世生生) 부모 형제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7번의 정답은 ‘O’. 우리나라에서 사시(巳時, 오전 9~11시)에 한 번 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8번의 정답은 ‘X’다. 부처님 자리를 장엄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법회 때만 각별하게 장식해 의미를 더한다. 평소에 늘 장식하지는 않는다. 

9번의 정답도 ‘X’다. 촛불 끌 때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0번의 정답 역시 ‘X’다. 보은강 때 붉은 양초를 쓰는 것은 맞으나, 동본원사(대곡파)에서는 49재를 지내고 나면 제사라도 붉은 양초를 쓴다. 붉은 양초를 쓰는 이유는 극락에 왕생해 아미타불의 가르침을 듣고 염불을 외는 몸이 된 것이, 유족들에게는 기쁜 일이라는 의미에서다. 

 

「진종문도의 ‘○’ 또는 ‘X’ - 이래도 진종문도? -」라는 제목의 문제도 풀어보자. 역시 정답과 함께 간략한 해설을 부가한다. 

1. 축하할 일(결혼, 집 지을 때의 고사)은 대안(大安)날에 한다. 또 축의금은 대안에 갖고 간다. 
2. 집을 신축하거나 새로 불단을 마련할 때, 묘를 쓸 때는  점쟁이에게 운세를 본다.  
3. 처음 수확한 채소나 쌀, 선물 받은 물건, 옷이나 새로 산 물건은 먼저 내불에게 공양을 올린 후에 먹거나 입는다. 
4. 집 안의 나무를 벨 때는 주지스님께 부탁해서 독경을 한다. 
5. 애완견이 죽었을 때는 주지스님께 장례를 부탁한다. 
6.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는 것은 안 좋다. 
7. 우인(友引)날에 장례를 치르는 것은 안 좋다. 
8. 신도(神道, 혹은 다른 종교)의 장례에는 염주와 반가사(半袈裟, 肩衣)를 갖고 간다. 
9. 유품(遺品)을 처리할 때는 소금을 뿌린다.  
10. 진종의 내불 앞에서는 소원을 빌지 않는다고 들었으므로, 다른 종파의 절에 가서 소원을 빈다.

1번의 정답은 ‘X’다. 일본의 달력을 보면, 날짜 밑에 ‘선승(先勝), 우인(友引), 선부(先負), 불멸(佛滅), 대안(大安), 적구(赤口)’라는 말이 한자로 적혀 있다. 육요(六曜)라고 하는데, 원래 중국의 도교적인 풍습이다. 14세기에 일본에 들어와서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손 없는 날’, ‘손 있는 날’을 가리는 것과 같다. 그중 ‘대안’은 가장 길한 날을 의미한다. 아미타불을 믿는 신도들에게는 길한 날, 흉한 날이 따로 없다. 언제나 길한 날이 있을 뿐이다.

일본의 달력을 보면, 날짜 밑에 ‘선승(先勝), 우인(友引), 선부(先負), 불멸(佛滅), 대안(大安), 적구(赤口)’라는 말이 한자로 적혀 있다. 사진 필자 제공

2번의 정답은 ‘X’다. 그 이유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번의 정답은 ‘△’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기에 ‘△’라고 했다. 

4번의 정답은 ‘X’다. 정령(精靈) 신앙의 입장인데, 신도(神道)같은 종교에서는 그런 것을 믿지만 불교는 그렇지 않다. 

5번의 정답은 ‘X’다. 애완동물 역시 가족이라 여기는 입장에서 본다면, 내생의 깨달음을 바라는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독경 염불해 주는 것도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6번의 정답도 ‘X’. 망인(亡人)은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염불하는 사람은 아미타불의 광명 속에 살고 있으므로 꺼릴 것(taboo·금기)이 없다는 뜻에서다. 

7번의 정답도 ‘X’다. 앞서 ‘대안’이 길한 날이라면, ‘우인’은 흉한 날이다. 이날 장례를 치르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끌고 들어간다고 믿어서다. 진종에서는 이런 것을 개의치 않는다. 아미타불을 믿고 염불하기 때문이다. 

육요에 대해서는 정토진종 본원사파 본산인 서본원사의 회관인 ‘문법회관(聞法會館)’ 법회에서도 교육받은 일이 있다. 본원사파 포교사 오카하시 세이슈(岡橋聖舟) 스님이 법문을 했는데, 그 법문의 주제는 ‘여래의 법 가운데는 길일이나 좋은 날[吉日良辰]을 가리는 것이 없다’였다. 신란 스님은 『교행신증(敎行信證)』 제6권에서도 다음과 같은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을 인용하고 있다.  

“재가의 여성불자(優婆夷·우바이)들이 이 삼매를 배우고자 한다면 (…) 스스로 부처님께 귀명(歸命, 즉 귀의)하고, 법에 귀명하고, 비구 스님들께 귀명하라. 다른 종교[道]를 섬기지 말고, 하늘신[天]에게 절하지 말며, 귀신에게 제사 지내지 말고, 좋은 길일[吉良日]을 보지 말라.”

“여래의 법 가운데는 길일이나 좋은 날[吉日良辰·길일양신]을 가리는 것이 없다”는 말은 렌뇨 스님의 <편지>에 나오는 글이다. 

8번의 정답은 ‘O’이다. 불교인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는 뜻일 것이다.

9번의 정답은 ‘X’다.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부정(不淨) 탄 것’을 정화(淨化)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염불하는 사람은 부정 타지 않는다. ‘나무아미타불’보다 더 강력한 정화제(淨化劑)도 없기 때문이다. 

10번의 정답 역시 ‘X’다. 이 열 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10번이 아닐까 싶다. 앞의 「진종문도(眞宗門徒)의 참배」 ○X 퀴즈에서도 4번 문제에서 “내불에게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을 기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정답은 ‘X’였다. 그런 생각은 잘못이라는 것이 진종의 가르침이었다. 같은 맥락이다.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본다.

신란교류관에서 설법 전에 독경을 인도하는 스님의 모습이다. 사진 영관 스님 제공

 

이미 구제된 몸

우리는 누구나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한다. 그런데 진종은 어찌 현세적인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를 못 하게 하는 것일까? 본원사파의 종제(宗制, 종헌이나 종법과 같은 종단의 제도)에 그 이유가 설명돼 있다. 『정토진종 본원사파 ‘종제’ 해설』(본원사출판사, 2010)이라는 책에는 신도들의 신앙생활을 두 가지로 압축해 설명한다. 하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세기도(現世祈禱)의 부정(否定)”이다. 그 현세기도의 부정에 대한 설명 전문(全文)을 번역해 보기로 하자.  

“속신(俗信)·미신(迷信)에 휘둘려서, 현세에서 자기중심적인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 신이나 부처님께 비는 것은, 인과필연(因果必然)이라는 불교의 도리에 반해, 신란 스님이 엄히 경계(警戒)하신 바다. 즉, 지금 정히 (아미타 – 인용자)여래의 구제(攝取·섭취) 가운데 있으며, 본원의 작용에 의해서 구제돼 있음을 안다면, 현세기도는 필요하지 않고, 속신·미신에 휘둘릴 일은 없다. 그것은 그대로 여래의 작용 중에 있어서 걸림 없는(無碍·무애) 일도(一道)를 걷고 있다고 하는 타력진종(他力眞宗)의 기쁨인 것이다.”  

이미 아미타불에 의해서 구제돼 있는 몸이기에, 그렇게 현세의 복락을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진종은 아미타불의 타력을 믿고서 왕생 성불을 지향하는 종교며, 그러한 희망으로 현세에 안심을 주는 종교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신도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이렇게 현세 이익의 욕망에 부응(副應)하지 않는데 신도들이 올까? 불교 안에도 현세 이익 기도를 위주로 하는 종파들이 많은데, 그런 종파의 사찰로 몰려가지는 않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일본 불교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은 종파가 바로 정토진종이다. 그 비결은 바로, ‘정례법화’와 같은 설법에 있다. 어느 스님의 말이다. 

“진종에서는 염불하러 모이는 것이 아니라 설법을 들으러 모인다.” 

 

김 호 성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공부해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됐다. 『원각경·승만경』(공역) 등의 역서와 『출가정신의 전개』를 비롯해 저서 30여 권이 있다.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주제는 『무량수경』, 원효, 신란(親鸞) 등의 정토불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