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아미타부처님의 약속

죽음의 두려움 극복하는 아미타불 기도

2022-10-24     범준 스님
반야용선도, 조선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는 사바세계에서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배를 그린 도상이다.

#1. 피할 수 없는 세상의 괴로움

우리는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얼마 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줬다. 태풍 예상 경로를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하며 노심초사했음에도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은 견디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사바세계’라 하고 ‘감인토(堪忍土)’라 한다. 즉 ‘참고 견뎌 내야 하는 세상’, ‘내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일 중 최대의 상황은 죽음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은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을 소망해 왔다. 인류 역사 이래 종교, 과학, 의학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도 영원한 생명을 사는 사람은 아직 없다. 인간은 위대한 문명과 역사를 이뤘다고 말하지만, 죽음에 대해 고대인들이 가졌던 두려움과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양한 질병의 치료와 수명 연장 정도의 성과만을 이룬 것이다. 

 

#2. 아미타부처님의 약속

불교에는 극락(極樂)이라는 이상세계가 있다. 그 세계를 우리에게 알려준 분은 아미타부처님이다.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는 여러 경전에 잘 나타나 있는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량수경』에서 아미타부처님께서 중생을 위해 48가지 원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아미타부처님의 48가지 약속’으로 주요 내용은 중생이 사후에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도울 것이며, 중생이 죽은 뒤 지옥·아귀·축생의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극락세계에 가도록 인도하고자 48가지 약속을 한 것이다. 48가지 원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8번째 ‘십념불왕생원(十念佛往生願)’이다.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정토에 태어나길 기원하며 제 이름 아미타불을 열 번 불러도 정토에 태어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임종하기 전 간절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기원했는데도 그가 극락세계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그 중생에게 극락세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생의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으면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아미타부처님의 의지는 확고하다. 또한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부르면 반드시 그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겠다고 약속한다.

제천 신륵사 극락전의 서쪽 벽화 반야용선도. 인로왕보살이 배 앞머리에서 영혼을 서방 극락정토로 인솔하는 장면을 그렸다. 연화좌에 앉은 아미타불이 극락의 즐거움을 설하고 있다. 

 

#3.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전제조건

극락은 어떤 세상일까? 극락(極樂)은 ‘더없이 즐겁고 안락해서 아무 걱정도, 괴로움도 없는 자유로운 세상’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가고 싶어 하는 ‘극락세계’에 모두가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극락세계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더 확인해 보자. 부처님께서 『아미타경』에서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쉽고 간단한 방법을 알려줘도 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믿지 않는 것과 함께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래의 세 가지 전제조건을 갖추고 실천하면 반드시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된다는 것이 아미타부처님의 약속이다.

첫째, 극락세계가 있음을 굳게 믿어라(信)
둘째, 극락세계에 반드시 가고 싶다고 간절히 발원하라(願)
셋째, 고요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르고, 아미타불이 
나를 극락세계로 데려다 줄 것을 굳게 믿어라(行)

‘극락세계’의 실재가 믿기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을 해 보자. 우리는 고작 몇 개의 도시, 몇 개의 나라에서 살아 봤을 뿐이다. 그것도 오직 지구라는 행성에서만 살아 봤을 뿐이다. 이 아득한 우주와 우주 밖에 우리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세상이 얼마나 많겠는가? 『아미타경』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동서남북, 위와 아래에도 무한한 세계가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무한한 우주와 무한한 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019년 4월 10일 이론으로만 알려지고 전파 망원경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블랙홀(black hole) 사진을 찍었다. 전 세계의 전파 망원경 8개를 연결해 블랙홀의 시각화된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을 통과하면 시간과 우주를 초월해 다른 우주로 갈 수 있다. 시간도 사라질 수 있고, 공간도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우주조차 존재의 전부가 아니다. 저 아득한 우주 속에 도대체 몇 개의 우주가 있을 것인가?

우리는 직접 경험할 수 없다고 해서 과학적 사실을 거짓이라며 불신하지는 않는다. 블랙홀의 존재도 믿는데, 끝없이 펼쳐지는[『화엄경』에서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 했다] 우주 가운데 ‘극락세계’가 왜 없겠는가? 

부처님 말씀과 경전의 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계 밖의 우주에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극락세계’임을 믿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만 갖추면 극락세계로 가기 쉽다. 하지만 중생들이 아미타부처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서 극락세계에 태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처님이 오신다고 해도 중생을 구제할 수 없는 일이다.

 

#4. 일심불란(一心不亂)의 아미타불 기도

부처님은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라고 반복해서 말씀하고 있다. 고단한 사바세계의 삶을 마친 뒤 극락세계에 간다니 삶의 결말로 이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아미타경』에는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아미타불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름을 굳게 지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동안 일념으로 집중해 흐트러지지 않으면 그가 목숨을 마치고 임종할 때 아미타불이 여러 성중과 함께 그 앞에 나타날 것이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앞에서 거론한 극락왕생의 세 가지 조건과 함께 임종할 때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아무리 황망하고 두렵고 고통스럽더라도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일념으로 집중해 흐트러지지 않는 것’, 즉 ‘일심불란(一心不亂)’이다. 입으로만 염불하는 것보다 반드시 잡념 없이 마음을 집중해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아미타부처님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이끌고 임종하는 사람에게 나타나 그를 극락세계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불교 경전에서 말하는 다양한 법문과 수행 방법을 모두 시행해 보기 힘들다. 세속에서 고단한 삶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부처님은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그 어떤 일도 방해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대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임종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5분, 10분이라도 꾸준히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방법은 “소리를 내지 않고 속으로 읊든, 큰 소리로 염송하든, 일할 때나 쉬고 있을 때나 반드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집중해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명호를 부르며 염불”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준 아버지를 생각해 보자. 자전거를 타며 넘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뒤에서 계속 잘 잡고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아버지의 응원에 아이는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가 익숙하게 탈 때쯤 뒤를 돌아보면 아버지는 이미 손을 놓고 있고 아이는 제 혼자서도 잘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는 아버지가 든든하게 나를 지켜 주고 있기에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미타부처님은 자전거를 잡아 주던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괜찮다, 괜찮다. 어떤 괴로움과 고통도 너무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마라’고 한다. 나의 삶과 죽음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아미타부처님이 계시기에, 극락세계에 갈 것을 확신하기에, 사바세계의 삶이 고되고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며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사진. 유동영

 

범준 스님
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사찰 및 불교대학 등에서 불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봉은사 전임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