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한국인 첫 대면법회-물질세계 봉정

2022-07-26     불광미디어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이자 티베트불교의 상징인 달라이라마가 한국인 앞에 섰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이후 한국인 대상 첫 법석이었다. 3년 만에 열린 이번 법석은 인도 다람살라 남갤 사원에서 열린 『불교 과학 철학 총서 1-물질세계』(이하 물질세계) 한국어판 출간 기념 봉정법회였다. 번역자 남카 스님(서울 삼학사), 류지호 대표(불광미디어), 일반 신도 등 사전에 참가 신청을 마친 한국인 불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를 세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1 법석에 오르다

여느 국가와 같이 인도도 코로나 방역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달라이라마 사무국에서 직접 사람이 나와 코로나 검사 키트로 음성을 확인했다. 법회 참여 절차도 조금 까다로웠다. 달라이라마 관저 입구에서 철저한 보안검색이 이뤄졌다. 참석자 명단을 일일이 대조해 확인하고, 개인 소지품을 확인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 개인 전자기기는 모두 반입금지였다. 

육신은 세월의 더께를 이기기 어려웠지만, 정신은 맑았다. 88세의 달라이라마는  걸음이 불편해 시자의 부축을 받아 법석에 올랐고, 법문은 라디오로  동시통역됐다. 질문은 귓속말로 다시 들었다. 그러나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고, 적절한 답을 제시했다. 

질의응답 시간 후 달라이라마는 법회 참석자 모두에게 보살계를 내렸고, 기념촬영까지 함께했다. 『물질세계』 한국어판 봉정법회인 만큼 책을 들고 촬영도 하고, 법회 참석자들의 개인 기념촬영 요청도 거부감 없이 응했다.

 

#2 불교와 과학, 보리심과 공성 법문

번역자 남카 스님의 『물질세계』 한국어판 출판 보고로 시작한 법회에서 달라이라마의 법문이 40여 분간 이어졌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불교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교심리학은 불교 교리와 달리 ‘윤회’를 많이 강조하지 않기에 불교를 믿지 않는 과학자들도 부담 없이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불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건강한 몸과 마음에 대해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을 크게 기쁘게 생각합니다. 반대로 나 역시 물리학 등 과학자들의 발견을 통해 불교 교리를 살펴보고는 합니다. 그러면 불교심리학의 내용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무아는 실체인가 아닌가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최근 양자물리학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각도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찰자의 인식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결과를 양산할 수 있다는 양자물리학의 개념은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그리고 불자가 이런 것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결국 보리심과 공성을 키우고자 하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존재도 고통을 원치 않고 행복을 원합니다. 누구나 나와 같은 평범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티베트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지만, 중국인들을 향한 나의 증오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을 향한 나의 보리심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우리 모두 행복해져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요? 그것이 불교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국의 상황도 이러한 지혜로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3 달라이라마가 기획한 ‘불교 과학 총서’

2011년, 불교 경론에서 과학과 철학 관련 내용을 발췌하고 편찬하기 위한 단체가 구성됐다. 달라이라마 지시로 생긴 ‘불교 과학 철학 총서 편집위원회’다. 남갤 사원 방장 톰톡 린뽀체(Thromthog Rinpoche)가 편집위원장을 맡았고, 삼대본사의 게쎼(불교철학 박사학위와 동급인 티베트 수도회 학위) 스님 70여 명으로 이루어진 소(小) 편집위원회가 경론의 전거를 모았으며, 총괄편집위원인 랑리와 툽뗀진빠(Thupten Jinpa)와 4명의 편집위원들이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총서를 편집했다. 총서 중 『물질세계』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물질세계』에는 논장, 특히 아비달마에서 다루고 있는 ‘물질세계’에 대한 분류와 분석 그리고 해설이 담겼다. 여기서 다루는 물질세계는 극미의 세계에서 천체까지, 즉 마음을 제외한 외부 세계 모두를 가리킨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물질, 시간과 공간, 뇌를 비롯한 인간의 신체가 주 대상이다. 책에는 주장과 사실, 허구와 실제 등 아비달마 논서에서 주장한 물질세계 내용을 모두 담았다. 한국어판 번역은 텐진 남카 스님이 했다. 스님은 8세에 간댄사원으로 출가, 12세부터 34세까지 『반야경』, 『중론』, 『구사론』, 『계율』 등 오대경(五大經)을 수학하고 강의했다. 2000년 ‘게쎼 하람빠(공부가 가장 뛰어난 박사)’가 됐다. 2002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삼대본사의 게쎼 하람빠 스님들과 함께 치른 게쎼 최종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 겔룩빠 본사인 간댄사원의 교수로 임명됐다. 2004년부터 한국에서 티베트불교를 전파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2019년 4월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 티벳대장경역경원 연구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티벳하우스코리아 원장, 삼학사 주지, 사단법인 랍숨섀둡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진. 티벳하우스